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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 / 길]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얻은 것이 더욱 많았어 by 빛바랜편지 애초에 '길'이라는 주제를 던졌을 때, 유재하(김현식)의 '가리워진 길'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마치 실내악과 같은 아름다운 편곡과 섬세한 가사가 마음에 들어 퍽 자주 듣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글거리를 찾으며 보내는 시간동안 예상치도 못하게 내 속에 있는 많은 결함과 무지를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가리워진 길'의 가사처럼 어떤 길로 가야할까의 고민이나 두려움보다는, 어떤 길을 걸어왔나, 잘 걸어왔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며 지냈던 것이다. 무엇을 몰랐던 것인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깨닫게 되면, 이를 원인으로 저질렀던 실수를 반드시 바로잡을 수 있을거라 믿었고,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깨달음이란 뒤늦게 마련이어서 이미 상황은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뒤에 깨닫게 된다. 눈치없는 나의 경우는 속된 말로 볼장.. 더보기
[201004 / 길] 눈 내리는 밤은 언제나 참기 힘든 지난 추억이. by 란테곰 1999년 12월, 아침부터 눈발이 심하게 날리던 어느 날, 숙제를 하느라 정신없는 야자시간에 낭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버스가 끊길 지경인지라 장거리 등교자를 일찍 귀가시킨다는 것. 용인에서 수원까지 한 시간을 넘는 거리의 학교를 오가는 동안 처음으로 들은 기쁜 소식이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얍실한 생각도 들었고. 콧노래를 흥얼대며 가방을 챙겨들고 출발한 것이 대략 여덟시 반,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끝남에 감사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수원에서 용인으로 가는 좌석 버스는 600번, 그 외에 - 지금도 건재한 - 일반 버스 66번들이 있으니 두려울 것이 하나 없었던 우린 그렇게 웃으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으나, 그 .. 더보기
[201004 / 길] 열심히 걸으라고 하지 않을테니 무너지지는 말아. by 김교주 통영, 충무. 출생의 어두운 기억을 가진 김약국(이라고 불리는 약방 주인이자 어장주)이 있고 그에게는 다섯 명의 딸이 있습니다. 이들의 삶이란 비정하고 잔인한 세월과 세상의 풍파 앞에 찢기고 구르며 넝마가 되고, 차갑고 푸른 통영 바다는 말없이 자리를 지킬 뿐 어떤 위로도 먼저 건네지는 않습니다. 다섯 딸에게는 저마다의 삶이 주어져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그 삶을 항해해 나갑니다. 나눈다는 것을 모르고 자기 욕심을 차리리 급급한 용숙과, 총명하고 당당한 용빈,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용란과 수더분한 용옥, 그리고 막내 용혜. 이 다섯 딸의 삶은, 그야말로 기구하고 처절합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박복한 것일까 읽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드는, 그런 인생이기도 합니다.. 더보기
[201003 / 미래] 텅빈 저 미래는 무중력의 무한한 하늘 by 빛바랜편지 "엄마, 어린이집 다닐 땐 종일 놀다가 낮잠도 잤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면 공부만 해야하고 숙제도 있고, 고학년 되면 오후까지 수업을 해야하고, 중학교 들어가면 더 늦게 마치는데다 중간.기말고사도 있고, 고등학교 가면 수능 준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대학가면 취업걱정 해야하고, 취직하면 치열하게 일하면서 결혼을 준비해야하고, 결혼하면 자식 키우느라 고생, 늙으면 노쇠한 몸 때문에 힘들잖아요. 인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져만 가는데, 이 세상 힘들어서 어떻게 살아요?" 이 것은 중학교 1학년 무렵에 이미 일체개고(一切皆苦)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아버렸던 내가 어머니께 드렸던 질문이다. 마냥 맑은 시골 아이들이 수십명 모여서 공부했던 조그만 분교에 다니다가, 남자 아이들만 모여있는데다 침 좀 뱉고 담배도 피.. 더보기
[201003 / 미래] 미래라는 건 언제나 안개 속이잖아요. 안 그래요? by 김교주 필진들에게 미래라는 주제어를 던졌을 때, 저는 이미 머리 속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책을 선택한 다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한 달이 어찌나 스펙타클하고 버라이어티하던지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제 몫의 글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모처럼 점심식사가 일찍 끝난 오늘, 마감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책임감과 함께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좁은 문 전원 교향곡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앙드레 지드 (을유문화사, 2009년) 상세보기 아니 이건 또 뭐냐는 표정을 지으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좁은 문과 전원 교향곡, 둘 중 어느 쪽일까 고민하실지도요. 제가 오늘 추천하려고 하는 책은 전자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보았을 법한 작가의 대표작, 인 게지요. 제롬과 알리샤는 사촌지간입니다. 서로 꽤 사랑하고.. 더보기
[201003 / 미래] '미래(未來)≠미정(未定)'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by 란테곰 꽤 오래 전,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 라는 영화가 제 주위에서 큰 인기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딘가엔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얘기들이 대다수인 이야기들을 몇 가지 풀어놓는 형식의 영화였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 내용을 곱씹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어 아직도 TV판, 특별판 등등으로 계속 나오고 있기도 한데요. 오늘, 팀블로그 세 번째 주제인 ‘미래’ 에 관한 이야기는 제가 본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 중 하나와 함께 하는, 속칭 ‘출발 비** 여행’ 스러운 글로 대신 할까 합니다. 발전, 개척, 희망등의 단어와 한묶음이라 생각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작품. 일본의 인기 그룹인 Smap이 출연한 세.. 더보기
[201002 / 여행] 비참함의 쾌락을 위한 허세여행 by 빛바랜편지 여행? 내가 제대로 된 여행이란걸 가본 적이 있던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여행과 관련된 노래는 떡하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지만 내 경험속의 여행은 떠오르질 않았다. 겨우겨우 몇가지 꼽아보아야 그건 '나들이'수준이었다. 아직 여행다운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함에 부끄러움이 엄습한다. (사실은 마침 지금 여행이라 불릴 만한 것을 떠나기 위해 짐을 싸둔 상태라 글을 쓰는 이 시점이 심히 아쉽다.) 내게 여행의 의미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원대한 것보다는 차분한 사색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 정도가 익숙하다. 좀 더 캐주얼하게는 가보지 않아 궁금한 장소를 재미삼아 답사해보는 것의 의미도 있고 분위기를 즐기는, 일종의 허세의 의미도 있다. 그 의미에 충실하여보니 여행의 기능을 수행했던 나의 행.. 더보기
[201002 / 여행] 떠남의 미학, 여행. by 김교주 가끔 멍하니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며 불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사람들은 에너지가 바닥에 달했을 때 그 에너지를 다시 채우기 위해 여행을 결심한다지만 사실 제게 여행의 묘미는 바로 떠남 그 자체에 있습니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숱한 다른 것들보다도 "훌쩍 떠남"의 홀가분함을 즐기고 싶어하는 심리가 제게 내재되어 있나봅니다. 여행이라는 주제어가 던져졌을 때의 암담함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여행은 그다지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너무 오래 전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제가 이 블로그 필진으로 맡고 있는 분야는 문학이니 제대로 감도 오지 않는 주제어를 붙들고 그간 읽었던 책들을 머리 속에서 다시 한 번 그려보는 어려움까지를 극.. 더보기
[201002 / 여행] 우리를 웃게 만드는 여행을 그립니다. by 란테곰 사람들은 말합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해 짐을 단단히 꾸리고 떠나는 긴 여행이든 변덕에 가까운 근교로의 외출이든간에, ‘일상에서 벗어난다’ 는 것은 엄청난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탈일상(脫日常)이 가져다주는 두근거림과 설렘, 그리고 여유를 통해 느끼는 해방감이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변함없이 돌아가는 하루하루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일에 치여 지치고 고단할 때, 하는 일이 잘 안 풀려 답답할 때 여행을 꿈꾸나봅니다. 여러분들에겐 어떤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까? 전 참 아쉽게도 지치고 고단할 때 떠올릴만한 여행의 추억이 거의 없습니다. 삼십년을 살아오면서 바다를 딱.. 더보기
[201001 / 처음] 나의 첫 사랑노래 by 빛바랜편지 나의 부모님은 나를 철저한 기독교 교리 아래에서 양육하셨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나는 자연히 대중문화의 수용에 있어서도 매우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내게 대중가요는 대체로 세속적이고 질이 낮게 들렸고, 관심도 가지 않으며 즐겨 듣지도 않던 것이었다. 특히, 지겹게도 만나고 헤어지며 웃고 또 우는 그런 사랑노래를 부르는 어린 가수들은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기까지 했다. 좀 더 자란 고등학교 시절엔 기숙사 생활을 했다. 살던 곳이 낙후된 중소도시였지만 교육열은 강남지역 못지 않았기 때문에, 기숙사생들은 저녁 일곱시에서 자정까지 독서실형의 자습실에서 내내 공부해야 했다. 쉬는 시간에는 친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거나 수다를 떨고, 공부시간엔 몰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이 낙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