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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01003 / 미래] 텅빈 저 미래는 무중력의 무한한 하늘 by 빛바랜편지

  "엄마, 어린이집 다닐 땐 종일 놀다가 낮잠도 잤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면 공부만 해야하고 숙제도 있고, 고학년 되면 오후까지 수업을 해야하고, 중학교 들어가면 더 늦게 마치는데다 중간.기말고사도 있고, 고등학교 가면 수능 준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대학가면 취업걱정 해야하고, 취직하면 치열하게 일하면서 결혼을 준비해야하고, 결혼하면 자식 키우느라 고생, 늙으면 노쇠한 몸 때문에 힘들잖아요. 인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져만 가는데, 이 세상 힘들어서 어떻게 살아요?"

  이 것은 중학교 1학년 무렵에 이미 일체개고(一切皆苦)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아버렸던 내가 어머니께 드렸던 질문이다. 마냥 맑은 시골 아이들이 수십명 모여서 공부했던 조그만 분교에 다니다가, 남자 아이들만 모여있는데다 침 좀 뱉고 담배도 피는 아이들도 존재하는 그 중학교에 가보니 좀 더 거친 세상이 있었던 거다. 게다가 시내에 있는 중학교로 나가기 위해 7시 버스를 타야했고 그 때문에 6시 무렵에 일어나야만 했던 생활이 당시 너무 고되었기에 인생의 고통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을 듯 싶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힘든 일이 훨씬 많은건 사실이야. 하지만 다가올 고통만 보고서 살면 네 말대로 너무 힘들어서 살아갈 수가 없어. 대신 힘든 일 가운데 일어날 크고 작은 기쁜 일을 기대하면서 그 기쁨과 희망으로 살아가는거야."

   나름의 큰 고통을 몇 번 겪고나서,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인간인가, 앞으로 나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더 심하게는, 난 쓸모있는 인간일까. 나에게 행복은 짧은 순간 뿐일까 괴로워했다.. 지나온 일들에 붙잡혀 크게 낙담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 중에서 고통만 크게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현답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것이다.

   표현이 부끄럽지만, 아직 이 블로그에서 영계라고 불릴 정도로 아직은 어린 나다. 그 정도로 짧은 생이더라도 살아보니 인생은 갈수록 고통과 무게가 더해진다. 부모님의 희생과 기대에 대한 보답,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것들, 연애, 경제개념의 탑재 등 이전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동반되는 인생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이 펼쳐져 있을거다.

  하지만 생각보단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소소하게 기분좋은 일도 종종 일어난다. 텅 빈 미래는 무중력의 무한한 하늘이다. 위를 바라보며 첫걸음을 떼면 미래라는 무중력 공간에선 꾸준히 가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뒤돌아 보면 지나온 길이 녹아
사라지고 있어 얼었던 눈물이
터져 나올지도 모르니까
저기를 봐 시간의 불꽃놀이
텅빈 저 미래는 무중력의 무한한 하늘
첫 걸음이 만드는 미래는 지금
모든 순간은 늘 처음이지
별꽃이 피듯 모든 날은 새로운 날들
어제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후회할 필요 없어
시간은 순간 순간 사라지는 것
또한 새롭게 피어나지
무지개의 빛 가루들처럼
네 모습을 봐 물과 하늘의 경계
마음의 산 정상을 향해
날아가고 있어 빛을 향해
길을 만드는 것은 첫 걸음
모든 순간은 늘 처음이지 샘물이 솟듯
모든 날은 새로운 날들 기적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첫 걸음이 만드는 미래는 지금
모든 순간은 늘 처음이지 별꽃이 피듯
모든 날은 새로운 날들 어제와 다른

시간 속을 헤엄치는 하얀 물고기의
맑은 날개 빛나는 스타 더스트
어제는 오늘과 오늘은 내일과 다른 것



P.S. 음주 포스팅은 참으로 민폐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