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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 / 커피] 커피광의 커피 사랑 by 김교주 커피에 대한 책, 나 그거 읽었어. 읽은 적 있어. 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놓고 나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 제목이 기억나질 않았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도 상을 드려야 할 노릇이다. 독서기록장에서 결국엔 이 책의 제목을 찾아냈으니까. 《커피 견문록》 제목만 들어도 이미 커피로 시작해서 커피로 끝날 거라는 예감이 들지 않는가?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제목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책의 내용인들 기억하고 있었겠느냔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신다. 2015년 여름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요량으로 여행지를 알아보고 있었고(인과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기분 탓이다) 망해가는 회사가 다 그렇듯 할 일도 없고 기분도 뒤숭숭해서 남는 시간.. 더보기
[201804 / 커피] 커피와 나 by 에일레스 나는 꽤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덕분에 내 사고방식도 꽤나 보수적인 편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의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되는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분들이었고, 나는 대체로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착하게(!) 라기보다는 범생으로(!!) 성장했다. 나는 20살 이전까지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서도 애들이 술마실 때 난 일찍 잤다.. 크으으으 bb) (그리고 대학에 와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후 겉잡을 수 없어졌다.. 으잉) 담배는 냄새가 싫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쨌거나 한번도 피워본 적 없다. 학교 다닐 때 커닝을 해본 적도 없고, 작은 물건이라도 남의 것에 손댄 적 없고.. 그리고 부모님이 '애들은 하는거 아니야' 라고 해서 안했.. 더보기
[201804 / 커피] 남자와 여자 by 란테곰. 남자는 커피를 매우 즐겼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의 커피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자가 즐겨마시는 커피는 오로지 믹스커피였다. 밥을 먹고 나서든 잠시 한숨 돌릴때든 늘 믹스커피가 함께 했다. 여자는 믹스커피향에 어우러지는 담배 연기를 즐겼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자였지만 직장동료가 담배를 피우러 나갈 적엔 어김없이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들고 함께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일부러 담배를 피우는 사람 곁으로 찾아와 커피를 마시는 남자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다소 꼬여있었다. 담배를 안 피우면서도 학연 지연 흡연이 중요한 사회생활을 잘 한다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남자가 믹스커피만을 마시게 된 것은, 그리고 담배 연기와 어우러진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은 전에 만난 한 여.. 더보기
[201803 / 그림] 진실은 시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를 혐오한다. by 란테곰. 경제 붕괴를 예측하고 공매도를 통해 ’이익 실현’. 말만 들으면 꿈과 같다. 증권가 찌라시를 믿고 투자해 성공했다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 미친 짓이 성공해 돈을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부동산의 활성화와 경제 성장이 어우러지면 대다수의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고 앞으로 찾아올 위기라는 가능성을 돌아보는 것에 무뎌진다. 그 성장이 거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적엔 이미 늦었다는 것은 미국도 일본도 그리고 우리나라도 증명해보였다. 현재 그리스가 놓여있는 상황 역시 비슷하다. 그런 상황에서 위기를 예측하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마치 나한테만 패를 다 까놓고 치는 고스톱과 같다.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고 누군가 해주지도 않는다. 실제로 저 맨 윗 한 문장을 이뤄낸 사람들은 .. 더보기
[201803 / 그림] 재능을 갖고 싶다 by 에일레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의 어느 한 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유시진, 6권 중에서 맞다. 미술은 태고로부터 있던 인간의 자기 표현 방식이다. 문자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은 그림으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활과 역사를 기록했다. 어떤 형식도 없는 가장 순수한 표현. 그래서 미술은 매력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저런 다양한 양식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미술은 각자의 고유한 의미를 분출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다. 이걸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어릴 때다. 초등학교 1학년 쯤? 당시에 아주 잠깐 미술학원을 다녔었는데, 학원에서 배우는 아주 기초적인 걸 하는데 내가 생각보다 잘 못하는 거였다. 4B연필로 살살 음영을 주면서 점점 진하게 하는 그런 거였던 걸로 기.. 더보기
[201803 / 그림] 술쟁이들을 뜨끔하게 하는 선조들의 술 이야기 by 김교주 참고로... 버킷리스트는 독서가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망했다. 몽블랑 만년필 사기 를 넣었었거든... 더보기
[201802 / 의존] 의지가 의존이 되면 곤란하다 by 란테곰. 담배를 많이 피우고 술도 꽤 많이 마시는 나에겐 술과 담배가 없는 삶을 생각하기 좀 힘들다. 예전엔 담배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좀 더 먹다 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점차 술도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담배는 도저히 방법이(?) 없지만 혼술만은 하지 않으려 애쓰던 것이, 요즘은 혼술할 적에 소주만큼은 안 된다는 선마저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결국 술과 담배로 버티는 거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냥 인정. 의존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택한 이유는 술담배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상황에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서 얘길 하고 싶어서였다. 무릎을 다쳤고 허리도 성치 않아 일을 나가지 못하는 중인 나지만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 더보기
[201802 / 의존] 무엇을 믿는가, 무엇을 선택하는가 by 에일레스 소위 아포칼립스물-이라고 하는 장르가 있다. 좀비나 괴수, 치사율 높은 전염병 등으로 인해 인류가 치명적인 재앙에 직면하고, 말 그대로 종말 직전의 상황을 그린 작품들을 말한다. 이런 작품들은 인류가 겪는 그 재앙과 그것을 극복해가는 것에 중점을 두지만, 그러는 와중에 극한의 순간에 닥쳤을 때의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서 묘사에도 많은 비중을 둔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얼마나 이성적일 수 있는가? 어떤 것에 의존하는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그러한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이다. (스포일러 있음) 미스트 (The Mist, 2007) 네티즌 7.24(9,958) 기자·평론가 7.40(5) 평점주기 개요 공포, SF, 스릴러2008.01.10 개봉125분미국15세 관람가 감독 프랭.. 더보기
[201801 / 개] 개 이야기 by 란테곰. 우리 집은 어렸을 적에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길렀다. 그리고 개를 꼭 한 마리씩 키웠다. 아버지는 매년 개를 잡아 복날을 나겠다는 용도로 키운 것이었지만 나에겐 몹시 좋은 친구였다. 처음 기른 개는 해피라 이름지었다. 다리가 길쭉길쭉한데다 가슴이 떡벌어지고 아랫입을 덮을 정도로 양쪽으로 죽 늘어진 윗입술이 매력적인 개였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나와 키가 비슷할 정도로 큰 녀석이었는데 왜 해피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여튼 그 해피는 이른 봄에 우리 집에 나타났다가 여름을 넘기지 못했다.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새로운 개가 나타났고 또 해피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여름이 되면 사라져갔다. 그런 아버지가 유일하게 이뻐하던 개가 있었다. 덩치가 작은데 제법 성깔이 있는 믹스견이었다.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더보기
[201801 / 개] 사랑할 수 있는 존재 by 에일레스 난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다. 고양이도 좋아하고- 동물 자체에 대한 애호가 있는 편이다. 다리가 4개보다 많지만 않으면 웬만큼 다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강아지 한마리 키우고 싶다고 부모님께 조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과 할머니는 개를 그다지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었고, 그래서 나의 소망은 가볍게 무시되었다.. 나는 끈덕지게 조르는 타입의 어린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긍한 것 같다. 커서 혼자 살게 되면 뭐든 하나 키우리라! 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작 혼자 살고 있는 지금, 여전히 뭔가를 키우지는 않고 있다. 나 하나 책임지기도 힘든데 다른 생명체를 책임질 자신이 없는게 제일 큰 이유이기도 하고, 지금 사는 집은 계약서에 애완동물 금지 써있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