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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 / 더위] 어느 더운 날의 의식의 흐름 by 에일레스 1. 몇차례 얘기했던 적 있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미스터리, 추리물 같은 것들을 많이 접하면서 자랐다. 엄마가 그런 종류의 책들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집에 그런 책들이 많았던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셜록 홈즈, 미스 마플, 브라운 신부 같은 캐릭터들, 엘러리 퀸, 딘 R. 쿤츠, 배리 우드, 로빈 쿡, 스티븐 킹 등의 작가들을 어렸을 떄부터 쭉 읽으면서 자랐다. 2. 그렇게 자란 나는 영화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서, 내 취향이 역시나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 쪽에 많이 특화됐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 국내는 박찬욱, 국외는 쿠엔틴 타란티노.. 라고 하면 딱 알 수 있겠지. 장르 특성상, 간간이 나오는 잔혹한 묘사에도 꽤 익숙하게 됐다. 한번은 친구를 데리고 영화관에.. 더보기
[201707 / 더위] 아아아 여름이다. by 란테곰 나처럼 덩치가 큰, 아니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뚱뚱한 사람에게 있어 여름이란 계절이 찾아온다는 것은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데 있어 썩 반갑지 않은 변화다. 우선 덥다. 장마 때문에 이불은 눅눅해지고, 선풍기 바람은 한없이 미지근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샘솟는데다 기껏 씻어봐야 3분 개운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먼저 떠오른 다음 수박이니 물놀이니 시원한 맥주 한 잔이니 등등이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내게 여름은 그냥 여름이라고 쓰고 더위라고 읽는 것인가보다. 게다가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우리 집 뒤 나무에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새놈들로도 모자라 매미놈들까지 가세한 여름철 소음공해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을 깨우기 일쑤인 점까지 더하면- 내게 여름은 참말로 매력 없는 계절이다. 설리가 .. 더보기
[201707 / 더위] A Midsummer Night's Dream by 김교주 A Midsummer Night's Dream 비행기가 랜딩기어를 내리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나가다가 마침내 활주로에 내려앉는 그 순간, 그 때에 보통 나는 여행지에서 꾸던 달콤한 꿈에서 깬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는 걸 그만큼 잔인하게 설명해주는 때는 없다. 제주를 떠난 비행기가 채 한 시간에 못 미치는 비행을 마치고 김포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이번 여행 끝무렵엔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고, 나는 공항철도 입구에서 어색하게 너와 작별했다. 여전히 얼마쯤 내 정신을 제주 어딘가에 두고 온 채였다. 어쩌면 이미, 제주 공항에서 깨었어야 하는 꿈이었다. 돌아왔을 때의 공허를 각오하고 떠났어야 하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너는 어땠을지 몰라도, 나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여행 .. 더보기
[201706 / 직장] 새 직장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by 란테곰 물류관리팀으로 새 직장을 다니게 된 지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다. 같이 일하는 분들의 이름과 얼굴이 외워졌다. 옮기고 챙겨야 하는 것들의 이름을 몰라 허둥대는 것이 줄었다. 더웠다 추웠다 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윗사람의 지시는 간소해졌고 내 질문도 줄었다. 시키기 전에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스케줄에 따른 준비도 미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유가 생기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 인정받는 부분도 생겼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신입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도 생겼다. 눈치껏 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생겼다. 회사에서 점심은 물론 아침까지 먹게 되면서 식사량이 줄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살도 빠지기 시작했다. 출근 카풀에 늦지 않을 수 있음과 동시에 집에서 가장 늦게.. 더보기
[201706 / 직장] 직장인의 판타지 by 에일레스 사람은 누구나 직업을 갖게 된다.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직장에 들어가는 취업 과정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있어 가장 커다란 난제가 될 만큼 어렵게 되었다는 것은 어떻게보면 정말 아이러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운 직업의 기능은 총 3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생계유지의 수단, 둘째는 사회생활 및 봉사의 수단, 그리고 세번째가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직업을 가지면서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은 첫번째, 생계유지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세번째인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그 과정에서 이룰 수 있으면 좋은 것? 사회생활은 직업을 갖게 되면 그대로 따라오게 되는거고 봉사는 그보다도 더 부가적인 거고..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건 자아실현을 하면서 돈도 벌고, 그로 인해 사회생활을 즐겁게 하면서.. 더보기
[201705 / 선택] 선택을 위한 환경 by 에일레스 우리 엄마는 어렸을 때 공부를 매우 잘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외가에 가면,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네 엄마는 어렸을 때 1등만 했어. 공부 참 잘했는데.. 학교를 못가서.." 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사실 그땐 이런 얘길 들으면 왠지 '근데 너는 왜 너네 엄마처럼 못하니?' 하는 것 같아서 쪼금 짜증났음을 고백한다 ㅠㅠ) 엄마는 중학교까지밖에 나오지 못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자식들을 진학하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따님들은 엄마처럼 중졸, 아드님들은 고졸, 셋째 외삼촌만 스스로 벌어서 대학을 졸업하셨다고 했다. 어렸을 때 언젠가 엄마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왜 엄마를 고등학교에 안 보냈어? 엄마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모르지.. 더보기
[201705 / 선택] Now Loading. by 란테곰 메일이 왔다. 오랜만이었다. 평소 받았던 메일처럼 길고 자세한 내용을 한 단어로 줄이자면 바로 선택이었다. 당신은 선택을 했다. 난 그 선택에 대해서 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갓 시작한 일이 문제였다.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당장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해 - 너무 오래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 내내 허리가 아파서 버티다가 - 열 시 땡 치면 방에 불 끄고 누워 잠을 청하기 바쁘다보니 전하고 싶은, 하고 싶은,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음에도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몇 번 시도는 해봤으나 피곤에 지친 머리는 제대로 된 문장을 단 한 번도 내어놓질 못했다. 그래서 차마 보내지 못한 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웠다. 아니, 사실 핑계다. 보내려면 보냈을 것이다. 다만, 머릿속 어딘가에 Now loadin.. 더보기
[201704 / 먼지] D35.2 by 란테곰 “...5년 전에도, 같은 얘기 했었죠?” “...네.” “그랬는데, 그랬는데...” 꿀꺽. “일단 5년 전과 비교해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물론 앞으로 경과를 지켜봐야 하구요. 가급적이면...” 이후 의사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릿속에선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난 뒤 망치를 들어 때리는 땅, 땅, 땅.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2012년 5월, 나는 동생과 함께 모 대학병원 신경과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그보다 5년 전엔 동생은 수술실에서, 나는 대기실에서 8시간을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2주 뒤. 재수술을 이유로 다시 4시간을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같은’ 공간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달리 한 채로 함께 있었다. 그 뒤 3주 동안의 의식 불명을 포함해 한 달 동안 중환자실, 이후 두 달 반 .. 더보기
[201704 / 먼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인가. by 에일레스 언젠가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황사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 지역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흙바람이라고 했다. 사막화로 인해 황사가 점점 심해지면서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우스개소리로 중국에서 인기 많은 한류 스타들이 나무 심자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는 댓글도 종종 올라오곤 했다. 그러나 이제 '황사'라는 말은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사실 이 단어도 정확하지 않다. 왜냐면 미세먼지는 그냥 단순히 흙먼지가 아니라 , 납과 같은 중금속도 섞여 있는 유독 물질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미세먼지 속 중금속의 87%가 중국 동해안의 공업지역에서 왔다고 한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바로 폐로 유입되고, 배출이 잘 되지 않아 .. 더보기
[201703 / Exotic] 이국적인, 더할 나위 없이. by 김교주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작가가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테니 한 번 들어 달라는.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우리 집안의 이야기라는. 2차 대전을 겪으며 한국이 어떤 상황에 놓였었는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좋겠지. 그런데 그것과 정말 비슷한 이야기를 말레이시아 사람의 입으로 듣는 기분은 좀 달랐어.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말레이시아에서도 똑같이 일어났었다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말야.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아. 락슈미인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단초가 되는 카세트테이프를 만들 생각을 했던 딤플인 것 같기도 하거든.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누가 주인공이냐가 아니라 내가 이번달 주제를 공유하면서 말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