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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01801 / 개] 사랑할 수 있는 존재 by 에일레스

 

난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다. 고양이도 좋아하고- 동물 자체에 대한 애호가 있는 편이다. 다리가 4개보다 많지만 않으면 웬만큼 다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강아지 한마리 키우고 싶다고 부모님께 조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과 할머니는 개를 그다지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었고, 그래서 나의 소망은 가볍게 무시되었다.. 나는 끈덕지게 조르는 타입의 어린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긍한 것 같다.

커서 혼자 살게 되면 뭐든 하나 키우리라! 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작 혼자 살고 있는 지금, 여전히 뭔가를 키우지는 않고 있다. 나 하나 책임지기도 힘든데 다른 생명체를 책임질 자신이 없는게 제일 큰 이유이기도 하고, 지금 사는 집은 계약서에 애완동물 금지 써있어.. -ㅁ-

대신, 그런 성향이 지금의 일을 하는데 살짝 도움이 된 것 같기는 하다. 업무상 가끔씩 강아지들을 만나게 되는데,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오늘 얘기할 영화는 바로 개 한마리가 불러온 참사(!)를 그린 액션 영화이다.

 

 

 

존 윅 (John Wick, 2014)

관람객 7.58(116)
기자·평론가 6.05(5)  평점주기
개요 스릴러, 액션 2015.01.21 개봉 107분 미국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

 

(해외 포스터인데 둘 다 마음에 들어서 둘다 올림.. ㅎ)

 

 

 

 

사랑하는 아내 헬렌이 투병 중에 사망한 후, 장례식을 마친 존에게 갑자기 뭔가가 배달된다.

 

 

 

 

'무언가 사랑할 것이 필요하다'며 아내가 마지막으로 주고 간 선물은 데이지 라는 이름의 사랑스러운 강아지였다.

 

 

 

집에 온 첫날.

존은 데이지를 침대 밑에 자리를 만들어주고 자게 한다.

뭔가 애절한 눈빛으로 존을 바라보는 데이지.

 

 

 

데이지는 똑똑한 개였다.

아침에 존을 깨우고, 존이 신문을 가지러 가면서 문을 열자 재빠르게 나가서 마당에 배변을 하고 돌아오는.

 

 

 

둘은 나란히 식사도 하고

 

 

 

존이 외출 준비를 하자 데이지는 부리나케 쫓아나와서 옆자리에 올라탄다.

둘은 주유소에 갔다가 이상한 놈들과 마주쳤지만 이때만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날 밤.

다시 잠자리에 누운 데이지가 애절한 눈빛으로 존을 바라보고

 

 

 

올라오라고 하자마자 꼬리를 휘날리며 올라온다. 귀엽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데이지가 무슨 소린가를 듣고 달려나가고, 존도 잠에서 깬다.

 

 

 

거실에 나가보니 괴한들이 침입해있었다.

낮에 주유소에서 만났던 그 이상한 놈들이었다.

존의 클래식 카를 탐내던.

 

 

 

무방비 상태였던 존은 괴한들에게 얻어터지고, 놈들은 데이지를 죽이고 만다.

 

 

 

데이지를 묻어준 존은 아내의 팔찌를 올려두었던 곳 옆에 데이지의 목줄을 올려둔다.

 

 

 

 

존의 차를 훔치고 개를 죽인 놈들은 러시아 마피아인 비고의 망나니 아들 유세프였다.

유세프가 끌고 온 차가 존의 차라는 것을 알아본 아우렐리오는 그가 존의 차를 훔치고 개까지 죽였다는 말에 경악한다.

 

 

 

 

그리고 아우렐리오로부터 자기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 비고.

 

 

자, 그러면 존은 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이러는가?

사실 존은 전설적인 킬러로서, 아내 헬렌을 만난 후 그쪽 세계에서 손을 털고 나온 인물이었다. 비고는 오래 전에 존을 고용했던 적이 있고, 그가 얼마나 불가능한 일을 해냈었는지를 아들 유세프에게 설명한다. 그렇게 조용히 살고 있던 존의 차를 훔치고 개를 죽인 것이 바로 유세프라고 말이다.

존을 이해하지만 아들은 지켜야하는 비고는 존을 죽이기 위해 킬러들의 세계에 현상금을 내걸고, 존 역시 은퇴했던 그 세계에 다시 발을 들인다. 유세프를 찾아내 복수를 해주기 위해.

 

 

 

 

영화 속에서, 비고와 그 무리들은 존에게 그건 그냥 단순히 차였다고, 단순히 개 한마리였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하지만 존에게 있어서 그 개 한마리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졌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유세프도 결국 그딴 소리 하다가 죽는다..

 

 

 

이 모든 것이 겨우 개 한마리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실 되게 무례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각자 가치를 부여하는 것들이 다 다르기 마련인데. 누군가에게는 개 한마리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소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떤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업무상 개를 키우는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데, 그 사람들에게 그들이 키우는 강아지는 말 그대로 가족이다. '마음으로 낳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 그 표현이 딱 맞는다. 자기 자식처럼, 동생처럼, 그렇게 그들은 강아지를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한다. 반대로 말하면, 개는 정말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물론 개들도 다 각자의 성격이 있고, 아무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다보니 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강형욱이 말했듯,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잘못된 교육과 훈련 방법이 있을 뿐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반려견에 대한 시각이 매우 나빠졌다고 들었다. 주변에 있는 반려견 키우는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가기도 눈치보인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다. 급기야는 개의 체고를 기준으로 입마개를 하는 안전대책이 발표되기도 했다는 것을 들었다. 개는 절대로 체격에 따라서 더 사납고 덜 사납지 않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많이 활동하는 리트리버 종만 봐도 알만하지 않은가.

부디 재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존 윅>은 범죄 세계를 떠나있던 전설적인 킬러가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오면서 벌이는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다. 프로페셔널 킬러답게 엄청나게 정교하고 현란한 총격 액션신이 펼쳐지는데, 이게 아주 볼만하다. 액션 장면의 연출만큼은 정말 빼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현실에서의 이미지가 덧붙여져 좀 더 고독하게 보이게 된 존 윅 캐릭터도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중학생때부터 키아누 리브스를 좋아한지라, 검은 수트가 잘 어울리는 잘생긴 그가 총 빵빵 쏘며 멋진 액션을 펼치는 이 영화가 더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그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존은 비고와의 마지막 대결을 끝내고 피투성이가 되어 동물병원인지, 유기견 보호소인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응급처치를 마친 존의 눈에 태연하게 하품을 하는 개 한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존은 그 개가 들어있는 케이지를 열고, 목줄을 건다. 그리고 말한다. 괜찮아, 집에 가자. 그리고 밤거리를 함께 걷는 둘의 뒷모습으로 영화가 끝난다.

존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