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많이 피우고 술도 꽤 많이 마시는 나에겐 술과 담배가 없는 삶을 생각하기 좀 힘들다. 예전엔 담배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좀 더 먹다 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점차 술도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담배는 도저히 방법이(?) 없지만 혼술만은 하지 않으려 애쓰던 것이, 요즘은 혼술할 적에 소주만큼은 안 된다는 선마저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결국 술과 담배로 버티는 거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냥 인정.
의존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택한 이유는 술담배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상황에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서 얘길 하고 싶어서였다. 무릎을 다쳤고 허리도 성치 않아 일을 나가지 못하는 중인 나지만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작은 위로부터 급할 적의 금전적 보탬까지. 다들 안쓰럽게 여겨주는 마음이 고맙고, 당연히 갚아줘야 할 마음씀씀이들인데 아직까지 받기만 할 뿐 돌려주질 못하고 있다.
최근, 내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의지가 아닌 의존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음을 나누고 서로 기대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 목을 매다는 것은 좋지 않으니 그 점에 대해서 신경을 쓰자는 이야기였다. 그 얘길 나눈 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난 분명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데, 과연 나는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일이 생기면 타성적으로 전화를 하고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얘기를 하지만 정말 그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인지.
결국, 어려울 적엔 고맙게 받고 최선을 다해 갚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 여유가 될 적엔 도움을 줄 수 있어야만 상호 의지의 관계가 되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삶이 너무 길어지면 의지가 의존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설령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날 그렇게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덧붙여졌다. 현재의 나로서는 당연하고, 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주변 사람들이 날 그렇게 바라보지 않게끔 노력하는 수밖에,
그러려면 좀 더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단순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말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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