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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 / 퀴어] 다만 약간 안쓰러움. by 란테곰 이런 뮤직비디오를 꺼내놓고서 칼머리에 힙합바지 입고 삼삼오여 모여놀던 이반 친구들 얘기를 하면 어떨까. 그 친구들이 즐겨 모이던 곳을 지나가면 두 여자에게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하세요 형이라는 인사를 동시에 듣게 되는 경우가 잦았었고, 그때마다 기분이 좀 오묘했는데. 어차피 그 친구들의 대부분은 유행을 좇고 흐름에 편승했을 뿐 성향을 드러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아 논외로 치고, 우연히 만났던 두 친구 얘기를 좀 해보려 한다. 한 친구가 있었다. 그네들이 꿈꾸는 남자가 과연 뭔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를 만드려는 굳은 의지로 처음 만나자마자 배에 주먹을 꽂아넣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화려한 검을 옷을 입었더랬다. 화려한 검은 옷이라 하니 표현이 이상하지만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옷이었다. 두 번째 만날 적.. 더보기
[201808 / 퀴어] 삶을 이해하는 것 by 에일레스 아마도 중학생 무렵부터, 처음으로 퀴어 장르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같다. 그때는 퀴어라는 말도 몰랐다. 요새는 BL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지만, 그때는 다들 야오이라고 불렀다. 만화를 좀 보거나, 영화를 좀 보는 또래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몇몇 유명한 만화 or 영화 작품들의 이름이 돌았다. 일부는 나도 찾아서 보기도 했다. 소설을 처음 끼적이기 시작했던 것도 그때쯤인데, 중 3때 처음으로 완결지어 쓴 소설이 당연하게도(?) 동성애 장르였다. 그걸 반 아이들에게 돌려 읽히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다.. ㅋㅋ 그때는 정말 호기심에서 그 장르를 찾아봤던 것 같다. 그냥 이성간의 사랑 얘기보다 좀 더 자극적이라는 느낌에서? 여전히 그 장르를 파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는 전처럼 일부러 찾아보거.. 더보기
[201808 / 퀴어] 조선의 퀴어 by 김교주 주기적으로 알라딘 북스토어 앱을 켜서 추천 마법사가 어떤 책을 내놓았는지를 확인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회사에서 만화책만 아니면 무슨 책을 사건 우리가 다 비용을 지불할 테니 네 마음대로 하렴, 그리고 그 책은 영원히 네 거란다 를 시전하는 와중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도 결국은 그렇게 건졌으니 신나게 자랑 한 번 하고 넘어가야겠다. 우리 회사 짱이시다(책 사줄 때만). 아마도 조선사를 좋아하는 내 성향을 알라딘이 읽었으리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아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다. 알라딘에서 나는 그 동안 니, 따위의 책을 사 모았었으니 는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아주 당연한 추천 도서일 수 밖에 없었으리라. 매우 불온한 생각을 하면서 책을 주문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 더보기
[201807 / 얼음] 아름다운 얼음의 강 위에서 by 에일레스 한 남자가 잠에서 깨어난다. 아침이다. 남자는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한다. 아니.. 좀 다르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남자는 회사를 땡땡이치고 원래 타야하는 기차 반대편 플랫폼으로 달려가 막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남자가 도착한 곳은 몬타우크.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 바닷가다. 거기서 남자는 한 여자를 본다. 자기처럼 혼자 몬타우크의 겨울 바다를 찾아온 여자였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남자는 또 다시 그 여자를 만난다.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말을 붙여온다. 남자의 이름은 조엘, 여자의 이름은 클레멘타인이다. 둘은 왠지 모를 끌림을 느낀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에게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청하고, 클레멘타인은 집 앞에 온 조엘을 안으로 들어오라고 초대한다. 둘은 술 한잔씩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집으.. 더보기
[201806 / 전쟁] 아직, 우리는 by 김교주 1948년, 여순 반란사건이 터진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꼬막으로 유명한 그 벌교 맞다)에서는 좌우익간의 사상 대립이 심화되고 빨치산과 토벌대의 대치가 지속되면서 죽고 죽이는 전쟁이 벌어진다. 인민재판, 공산주의, 빨치산, 지주.......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치열한 대립을 다룬 문학 작품은 많겠지만 한국 문학 가운데 최고봉을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 책을 고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예비 며느리에게 자신의 이 작품을 필사해 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했다 카더라 는 작가 조정래의 (실제로 그녀는 필사를 완성했고,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박경리 작가의 를 폼 나는 하드커버 전집으로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나는 이 책을 (내 사랑) 알라딘에서 문.. 더보기
[201806 / 전쟁] 그들이 만들어낸 것 by 에일레스 예전에 '적'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전쟁에 대해 썼던 적이 있다. (http://eseses.tistory.com/275) 그때 전쟁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는 웬만큼 다 썼던지라- 이번에는 전쟁 영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포일러 있음 풀 메탈 자켓 (Full Metal Jacket, 1987) 네티즌 8.68(381) 평점주기 개요 드라마, 액션, 전쟁 1996.02.17 개봉 116분 미국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스탠리 큐브릭 은 미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전쟁의 처참함이나 전쟁 속의 공포를 그린 여타 전쟁 영화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이 영화는 크게 2부로 나눌 수 있는데, 1부는 미 해병대 신병훈련소에 입소부터 퇴소까지의 이야기를 그렸고 2부는 실전에 투.. 더보기
[201806 / 전쟁] 운동전쟁 by 란테곰.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공놀이 전쟁이 다시 돌아왔다. 축구를 잘 하는 나라들과 속칭 "끕 차이"가 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끕" 이면 16강은 가야 된다는 이상한 논리가 지배해왔던 그간의 전쟁에 비해 이번엔 아예 3패 확정이니, 시청 자체를 포기했다느니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경기는 해 봐야 안다 라고 얘기를 했던 사람들도 더러 있긴 했으나 첫 경기를 보고 나서는 그런 말이 쏙 들어간 것이 대부분이었다. 두 경기를 마친 이후 우리는 경우의 수라는 징글징글한 녀석과의 재회를 피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이밀며 일말의 가능성이 있으니 행복 회로를 돌리자는 해설진들의 억지 섞인 희망은 사람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아시안 게임에 나가는 다른 스포츠에 .. 더보기
[201805 / 폭행] 폭력의 굴레 속에서 by 에일레스 내가 학교 다니던 때에는, 체벌이란 말 그대로 '산소같은 것'이었다. 늘 존재했다는 말이다. 나는 중상위권 성적에 딱히 튀는 행동을 하거나 사고를 치지도 않는, 말하자면 모범생에 가까운 편이었는데도 자잘한 이유로 체벌을 당했다. 맞는 이유는 다양했다. 아침 8시 땡 치는 시간에 학교에 도착하지 못해서, 성적이 떨어져서, 선생님이 임의로 지정해놓은 목표 점수에 도달하지 못해서, 야자 시간에 딴짓하다가 걸려서.. 방법도 다양했다. 손바닥 맞는 것은 기본이고, 엎드려 뻗친 채로 엉덩이를 맞기도 하고, 책상 위에 무릎꿇고 앉은 채로 허벅지나 발바닥을 맞기도 했다. 팔 안쪽의 약한 살을 꼬집히기도 하고, 볼도 꼬집히고.. 그 당시에는 그런 것들을 '훈육'의 방법이라고 여겼다. 말을 안 들었기 때문에, 잘못을 했기.. 더보기
[201805 / 폭행] What's my name? by 란테곰. 남자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기지개를 켜는 습관이 있는 남자는 기지개를 켜려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남자는 자신이 분명 어젯밤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잠들었음에도 지금 어딘가에 앉은 채 양팔과 양다리, 몸이 묶여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덧붙여 눈도 가려져 있고 입에는 테이프 같은 것이 붙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된 남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몽유병이 갑자기 생겨서 나 자신을 구속했나 라는 의심을 함과 동시에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라는 노래 가사를 조건반사처럼 떠올렸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무엇을’을 제외한 – ‘무엇을’의 대상은 나였고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도 나 자신이었다 - 4W 1H에 대해 의구심을 안은 채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 더보기
[201805 / 폭행]현실은 항상 만들어낸 이야기를 능가하지 by 김교주 책을 그만 사도 좋을 때라는 게 있다면 그건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지나갔다. 5월 생일을 맞자마자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이 책을 주문했는데, 핑계가 아주 구차했다. 원래는 두꺼운 한 권의 책이 문고판처럼 얇은 네 권 분권으로 되어 있어서 출퇴근할 때 읽기 쉬우니까. 작년 11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현이가 책을 읽고 싶다며 두 권의 제목을 보내왔다. 그 무렵에는 이미 일산에서 출퇴근 중이라서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다음 곧바로 친정으로 배송했고, 그 중 한 권이 였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내가 먼저 읽었겠으나 그런 이유로 그 책을 읽을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이 바로 같은 작가가 쓴 일종의 성장 소설이다. 사실 언젠가부터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너무 빨리 읽혀서 책값이 아까운 것과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