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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01705 / 선택] Now Loading. by 란테곰

 

메일이 왔다. 오랜만이었다

평소 받았던 메일처럼 길고 자세한 내용을 한 단어로 줄이자면 바로 선택이었다


당신은 선택을 했다.

 

난 그 선택에 대해서 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갓 시작한 일이 문제였다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당장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해 

- 너무 오래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 내내 허리가 아파서 버티다가

열 시 땡 치면 방에 불 끄고 누워 잠을 청하기 바쁘다보니 

전하고 싶은, 하고 싶은,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음에도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몇 번 시도는 해봤으나 피곤에 지친 머리는 제대로 된 문장을 단 한 번도 내어놓질 못했다

래서 차마 보내지 못한 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웠다.

 

아니

사실 핑계다. 보내려면 보냈을 것이다

다만, 머릿속 어딘가에 Now loading이라는 단어만 끝없이 떠올라 있는 상황에서 

떠오르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써봐야 내가 한 선택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말할 수가 없었다

상대의 선택에 대한 내 답변이기에 더더욱 중요한 이번 메일은 

내가 만족할 수 없다면 당신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답이 될 것이 뻔했다

내 머리에도 가슴에도 무언가를 남기지 못한 채 보내버리면 당신에게도 뭔가가 전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제대로 써서 보낼 수 있을 때까지는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저 가슴에 계속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왜일까

만약이란 말처럼 덧없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썼던 메일들의 시작과 중간과 끝엔 그 만약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 있었다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론 아직 만약, 혹시. 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아쉬움과 후회를 핑계 삼아 떠올려보는 현실 회피일 뿐이라 말하면 너무 서글프지만 

그게 사실이고 또 그걸 안 하려 해도 잘 안 되니 힘든 것이었다.


비단 취업과 선택에 대한 대답뿐만 아니라 

판결, 대선, 정리 등등 온갖 일들이 휘몰아치는 한 달을 보내면서도 

만약이란 단어를 수십 번이나 떠올렸던 이유는 결국 아직에 있었다.

 

엉켜버린 목걸이를 풀려면 결국 바늘로 한 땀 한 땀 매듭을 넓혀가는 방법밖엔 없다

- 무척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 그렇게 잔뜩 엉킨 감정의 목걸이를 풀고 나서야

난, 

내 선택을 당신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