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년

[201001 / 처음] 처음이 두렵다면, 맛집을 찾아가는 기분으로. by 란테곰


제가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 삼월 즈음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우연히 본 이후 푸욱 빠져들었지요. 평소에 기타를 배우고픈 열망에 가득 차 있었으나 여건 상 그러지 못한 제게 우쿨렐레는, 기타와 거의 비슷한 연주 방식을 가진 악기라는 점에서 현실에 발맞추어 걸어가느라 이루지 못한 소망에게 대리만족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우쿨렐레와 함께 한 지 넉 달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참 이해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환상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게다가 간편한 휴대성을 자랑하는 아담한 크기는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그 크기에 어울리는 또롱또롱한 소리의 여운은 꽤 오랫동안 제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남겨 놓았구요.

 

하지만, 그렇게 한눈에 반한 우쿨렐레가 저와 함께 하는 데엔 매우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중이라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현재의 상황도 한 몫 했고, 학교 다니며 배운 리코더 등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접하는 악기인데 과연 금방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꾸준히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매우 몹시 저렴한 것을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의 사분의 일을 투자해야 하는 큰 지출이니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그 신중함은 제게 마치 일 리터짜리 우유에 사은품으로 붙어있는 이백미리짜리 우유처럼 불안감과 망설임을 함께 데리고 와 무려 다섯 달 동안이나 절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고, 전 그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상하운동 - 들었다 놨다 - 에 괴로워하며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얼토당토않은 결론을 도출하기도 하는 등 질풍노도에 휘말린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다 결국, 어렵사리 구입을 결정하고 주문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 지난 팔월의 이야기입니다.

 

그 날 이후, 지름신의 축복어린 뽐뿌질 은총을 입은 이 세상의 모든 어린 양들이 그러하듯 택배 발송 이후 도착까지의 하루를 만화 용구 - 龍球, 드래곤 볼 - 의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내내 기리니즘 - Girinism, 기린주의. 이제 오나 저제 오나 목을 쭉 빼고 기다리다 결국 기린으로 진화하는 느낌을 강조하는 주의. - 에 대한 설득력 넘치는 옥장판 판매상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느낌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만나게 된 우쿨렐레는, 지난 다섯 달 동안의 고민이 헛되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단아한 자태를 뽐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초심자라면 당연히 거쳐야할 코스인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연습을 시작해, 어느덧 쉬운 코드의 곡이라면 초견 반주 - 初見 伴奏 - 가 가능하고, 간단한 연주곡도 하나는 칠 수 있게 되었고, 처음 우쿨렐레를 접했을 때엔 엄두도 내지 못한 반주곡과 연주곡을 연습하는 것이 지금, 올해 일월의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풀어낸 제 생애 첫 악기 구입 경험을 통해 제가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처음이라는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지금의 안정감 속에서 꼼짝 않는 것은 아직 발아되지 못한 채 땅 속에서 봄이 오길 기다리는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모른 척 한다는 것과 처음 발을 들여놓는 세계에 대한 경험을 통해 이것이 내 적성, 생각, 능력과 방향이 맞는지를 스스로 명확하게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TV에 나오는 맛집 기행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전부 다 매우 맛있어 보이지만 그게 TV에서 볼 때처럼 정말 맛있는지,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인지는 내가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관심이 있으나 ‘처음’이라는 벽이 두려워 아직 도전을 못한 무언가를 갖고 계신 분들은 오늘이라도 도전해보시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어제 TV에서 유심히 보아두었던 집 근처나 학교 근처, 회사 근처의 맛집을 찾아가는 기분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