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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01712 / 오류] Lost In Translation by 에일레스

기술 전문가인 라이언 스톤 박사는 허블 망원경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나사에서 교육을 받고 우주로 파견되어 있다. 넓고 고요한 우주공간에서, 라이언은 경험 많은 우주비행사인 맷 코왈스키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러시아에서 폭파시킨 인공위성의 잔해가 몰아쳐오기 전까지.

 

 

 

 

그래비티 (Gravity, 2013)

관람객 9.26(65)
기자·평론가 8.67(9) 평점주기
개요 SF, 드라마2013.10.17 개봉90분미국 외12세 관람가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에릭 미쉘즈, ...출연자더보기
내용 지구로부터 600km, 소리도 산소도 없다. 우주에서의 생존은 불가... 줄거리더보기
관련정보 명대사, 네이버 영화 - 중력과 싸우는 연기력 산드라 블록, 이동진 평론가와 함께하는 상영회
부가정보 공식사이트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재난 영화다. 위성들의 잔해가 허블 망원경에 충돌하면서 다른 연구원과 우주비행사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다. 라이언을 데리고 귀환을 모색하던 맷 마저도 연결이 끊어진 채 우주 속으로 사라지면서, 홀로 살아남은 라이언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오늘은 이 영화의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해볼까 한다.

 

 

 

 

지구의 휴스턴 관제센터와의 통신마저 끊긴 상황에서 라이언은 계속해서 통신을 시도한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휴스턴을 계속해서 부르며 자신의 상황을 알린다. 

그러던 중, 통신에서 어떤 소리가 잡힌다.

 

 

 

 

어떤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통신시설을 통해 흘러나오고, 라이언은 계속해서 그쪽에 말을 건다.

 

 

 

 

그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방은 라이언의 구조 신호인 '메이데이'를 듣고 자신의 이름인 '아닌강'을 반복해 말한다.

메이데이, 아닌강. 아닌강, 메이데이.

 

 

 

 

그러던 중 통신시설 저편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라이언은 개가 짖는 소리를 계속 듣게 해달라고 하면서 자신도 소리를 흉내내고, 아닌강 역시 똑같이 개 짖는 소리를 흉내낸다.

 

 

 

 

라이언은 아닌강에게 죽음의 공포를 고백한다. 지구로 귀환하는 길이 요원해진 것 같은 상황에서, 라이언은 자신의 눈앞에 닥친 죽음이 무섭다고 말한다.

 

 

 

 

그러는 중에, 이번에는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아닌강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실 이 바로 뒤에는 라이언이 좀 더 편안한 죽음을 맞기 위해 모든 장비를 끄고 자살하려고 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이 이후에 라이언은 살아서 지구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그것을 실행시킨다.

 

 

 

라이언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던 사람이었다. 사고로 어린 딸이 죽은 것 때문에 심한 충격을 받은 라이언은 우주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이 '고요함'이라고 할 정도로, 라이언은 삶에 지쳐 있었다. 그러나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라이언은 새롭게 삶에 대한 애착을 깨닫는다. '고요함'이 아닌, 누군가와의 소통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라이언은 아닌강과의 통신에서 흘러나오는 개 짖는 소리를 듣고 계속 그 소리를 들려달라고 말한다. 개 짖는 소리를 설명하기 위해 라이언은 직접 소리를 흉내내고, 아닌강 역시 개 짖는 소리를 흉내냄으로서 응답한다. 그 다음에 라이언이 들은 것은 아기가 우는 소리, 그 다음은 노랫소리이다.

'말'은 아니지만, 동물의 울음소리나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노래와 같은 것은 거의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지만, 저런 소리들로서 작게나마 '소통'이 가능하다. 개 짖는 소리를 들려달라는 라이언의 말 뜻을 알아듣지 못했을 텐데도 아닌강이 마찬가지의 개 짖는 소리로 화답한 것이 그 증거다.

 

 

사실, '말이 통한다'고 해도 완벽한 소통이란 거의 이루어지기 어렵다. 똑같은 언어를 쓰고 그 언어로 대화를 나눠도, 개인의 상황이나 가치관, 또는 이해력의 차이 등등으로 인해 세상에는 아주 많은 '불통'이 이루어지고 있고- 나 역시 그런 것들을 여러번 겪었다. 올해에도 그러한 소통의 오류 때문에 이런 저런 스트레스를 꽤 받았었다. (이 글을 쓰면서 그 스트레스의 순간들을 떠올리니 또 스트레스를 받는구만.. -_- )

진심이 담기면 통할 수 있을까? 글쎄.. 진심이라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 너무나 자기 본위로 해석되기 때문에 그것만이 해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진짜 제대로 뜻을 전달하고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그냥, 난 완벽한 소통이란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내 뜻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은 하되, 상대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나도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이렇게 마음을 좀 내려놓으면- 조금 덜 힘들겠지. 기대가 크면 항상 모든 것이 더 무겁고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다만 바라게 되는 것이다. 좀 더 나를- 내 말 뜻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나 역시 좀 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길.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새해에는, 조금만 더, 그랬으면 좋겠다.

 

 

 

 

+

덧붙임.

 

 

 

이건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인 조나스 쿠아론이 만든 단편영화, <ANINGAAQ> 이다.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족인 아닌강이 라이언 스톤과 통신하는 내용을 그린, <그래비티>의 외전격 영화이다.

개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고 아기 엄마가 아기를 안고 나오고 우는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그러는 이누이트족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