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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01711 / 연애]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니까 그러네 by 에일레스

 

한동안 연애 지침서들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다.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의 입장에서 각각 연애를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들이 엄청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위 픽업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자들의 책들도 그런 시류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오늘 얘기하려는 영화도, 그러한 연애 지침서 중 하나를 바탕으로 해서 나온 영화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He's Just Not That Into You, 2009)

네티즌 7.70(2,323)
기자·평론가 5.93(7) 평점주기
개요 멜로/로맨스, 코미디2009.02.12 개봉129분미국 외15세 관람가
감독 켄 콰피스

 

 

 

이 영화는 다섯 명의 여자와 그들 각각이 겪는 연애사에 대한 이야기다. 제니퍼 애니스톤, 제니퍼 코넬리, 스칼렛 요한슨, 드류 배리모어 등 쟁쟁한 여자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테마이자 가장 중점이 되는 메인 스토리는 지니퍼 굿윈이 연기한 '지지'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맡고 있다.

 

지지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가 마음에 들었으나 그 이후 연락이 없자 안달복달하다가 그가 자주 간다는 클럽에 가서 그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그 소개팅남의 친구이자 클럽의 주인인 알렉스를 만나고, 그에게 연애상담을 하게 된다. 알렉스는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연애에 대한 착각을 알려준다.

 

 

 

 

알렉스는 지지의 소개팅남이 지지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반드시 전화를 했었을거라고, 전화하지 않은 것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해준다. 알렉스의 단호박같은 조언에 충격을 받은 지지는 그동안의 연애를 돌아보면서 그동안 만난 남자들이 사실은 자신에게 푹 빠져있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람을 피웠던 전 남친 1, 자신을 운전기사 취급했던 전 남친 2, 주말을 자유롭게 보내려고 금요일마다 헤어졌던 전 남친 3... (아니 근데 대체 왜 이런 남자들만 만난거야 ㄷㄷ)

 

 

 

 

지지는 바에서 만난 다른 남자에 대한 연애상담을 하기 위해 알렉스에게 불쑥 전화를 걸고, 알렉스는 거기에 대고 엄청 성의있는 대답을 해준다. 전화번호를 따는 대신 명함을 줬다면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저런 집 전화기 참 오랜만에 본다.. 이 영화가 2009년작인데 10년쯤 전만 해도 저런 전화기들을 썼었구나..)

 

 

 

 

지지는 요가 수업에서 만난 남자와 진도를 나가다가 또 알렉스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청한다. 알렉스도 다른 여자랑 같이 있던 상황이었는데 또 순순히 지지의 연애상담을 해준다. 연락이 안될 거라고 말하는 남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니, 도망치라고.

 

 

이 영화에서 하는 조언들은 실제로도 많이 있는 일이긴 하다. 관심있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연락도 없고, 만나자고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 붙이게 된다. 너무 바빠서, 전화번호를 잃어버려서, 사고를 당하거나 큰 일이 있어서..

그러나 사실은 다 알고 있다. 그냥 관심이 그만큼 없어서라는 것을. 그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본, 어떤 TV 프로그램 캡쳐에 그런 것이 있었다. 배우 윤유선이 딸과 대화하는 내용이었는데, 남편과의 연애 시절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었다. 윤유선은 짧게 연애하고 초고속으로 결혼을 했는데, 연애하는 동안 100일간 하루도 안 빼놓고 만났다고 한다. 윤유선 남편의 직업은 판사이고, 매일 야근하고 매우 바쁘고 집도 가깝지 않았는데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윤유선을 만나러 윤유선의 집 앞으로 와서 만나고 갔다는 것이다.

그런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지라는 캐릭터는 너무나 내 취향이 아니어서 -ㅅ- 조금 보고있기가 힘들었다. 사랑에 있어서 지나치게 용감한 그녀는 연애에 너무나 적극적이고- 그래서 약간의 신호에도 크게 반응하고 앞서 나간다. 배우 자체가 엄청 귀여운 스타일이고 그래서 많이 충격완화작용(?)이 되었는데도 정말 보는 내가 민망했던 장면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지가 여자들이 흔하게 하는 착각을 몰아넣은 캐릭터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왜 그렇게 연애에 목을 매야 하는가. 왜 그렇게 사랑을 찾는 것에 필사적인가 말이다.

사실은, 어쩌면 지지의 모습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모습의 일부분을 발견해서 더 싫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일종의 동족 혐오랄까..

 

물론 이것은 영화이고, 그래서 지지의 앞에는 행복한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혼자 착각할 때가 아닌, 사랑을 하고 받을 때의 지지는 훨씬 더 귀엽고 사랑스럽긴 했다..

그리고 확실히, 연애 감정 때문에 발 동동 굴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인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의 원작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라는 동명의 책은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들이 쓴 책이다. 작가들 중에는 유일한 남자 작가가 있었는데, 어느날 여자 작가들과 대화를 하다 여자들이 남자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해법들을 책으로 엮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섹스 앤 더 시티>에도 정확히 이 제목과 같은 대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나는 사실 이 원작을 사서 읽었었는데 (지금은 되팔아서 없다..) 각 챕터가 연애에 고민하는 여자들의 편지와 그에 대해 단호하게 조언을 던지는 답장으로 되어있는 구성이나 내용이 꽤 재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영화의 톡톡 튀는 전반과 달리 무난하게 마무리된 결말 부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뭐 어쩌겠는가.

사랑에 있어서 모든 사람은 각자 하나하나가 예외적인 케이스가 된다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