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 연극] 봐요 지금, 거울 속의 당신을. by 김교주

실제로든 아니든,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서가를 갖고 있습니다. 선호하는 작가, 즐겨 읽는 책, 좋아하는 분야가 저마다 달라서 그 서가에 꽂힌 책들의 분류법 또한 차이를 보이게 마련일 겁니다. 제 서가에서, 모파상은 오헨리, 김동리와 더불어 반전과 풍자의 제왕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목걸이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기 드 모파상 (생각의나무, 2010년) 상세보기

유명하다 못해 닳고 닳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인 이 작품은 단편 소설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그 구성과 내용면에서 모파상의 다른 훌륭한 작품들 가운데서도 압권입니다. 그리고 이 짧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어떤 연극을 발견하게 되지요.

연극이란 무엇인가요.

국어 사전에 따르면 연극이란 

1. 배우가 각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무대 예술.

2. 남을 속이기 위하여 꾸며낸 말이나 행동

을 뜻하는 명사입니다.

<목걸이>에서 찾을 수 있는 연극은 물론 후자입니다.

경제적으로 조~금, 살~짝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인공 마틸드가 남편이 엽총을 사기 위해 저축했던 돈을 털어 드레스를 사 입고, 친구에게 목걸이를 빌려 파티에 참석하는 행위, 이것이 첫번째 연극입니다. 단 하루, 그 하루저녁을 즐기기 위해 그녀는 몸을 치장하고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지요. 그런데, 네. 그렇습니다. 친구에게 빌린 값비싼 목걸이가 사라져 버리면서 그녀는 두번째 연극을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새로운 목걸이를 구해 친구에게 돌려주고, 그 빚을 갚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립니다. 이것이 마틸드의 두 번째 연극입니다. 솔직히 털어놓고 말할 자신이 없는 그녀는,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목걸이를 사서 친구의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10년간의 연극을 시작합니다. 그 10년 동안 마틸드는 원래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잃고 억척스럽고 거친 아낙의 모습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마침내 10년이 흐른 뒤 모든 빚이 청산되자, 여전히 아름답고 젊음을 잃지 않은 친구 앞에서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연극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찾아왔을까요. 

"가여워라, 마틸드, 내 것은 가짜 목걸이였어. 고작해야 500 프랑 밖에 안하는 건데..."

마틸드가 벌인 두 개의 연극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습니다. 단지 아름다워 보이고 싶었을 뿐이지요. 다만 친구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하룻밤의 허영, 한 순간의 비겁함에 따르는 대가 치고는 마틸드가 지불한 값이 너무 큽니다. 이것이 모파상의 능력이고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오래 전 개그맨 이휘재씨의 인기몰이에 한몫했던 인생극장의 한 장면처럼, 마틸드의 인생은 사소한 데서부터 뒤틀려 나가게 된 겁니다. 그저, 연극을 했을 뿐인데.

마틸드의 행동이 어리석다고, 누군가는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멍청한 짓이라고 고개를 젓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누르며 상사에게 미소짓거나, 잠깐의 귀찮음을 무마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숨기는 불편한 표정에 이르기까지 당신, 당신의 삶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연극을 하고 있는지 혹시 잊고 있지는 않은가요?

보세요, 지금. 거울 속의 당신을. 

당신도, 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연극 배우일 뿐입니다. 사람은 연극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아니 살아가기 어려운 참으로 가여운 존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