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 친구] 벗 by 빛바랜편지

 꼬맹이 시절부터 대인관계가 썩 원만하지 않았다. 욕심은 많지만 마음이 약해 싸움이 붙으면 늘 지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는 속상해하셨다. 그 때부터인가, 나는 내 기준에서 좋고 싫은 사람을 금세 갈라버리고서 인맥을 재단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고 하더라도 내 친구의 친구라거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들은 못내 좋은척 친한척을 하며 관계를 그럭저럭 유지해나가는게 기본이었다. 그러나 난 성숙해가면서도 여전히 그런 부분에 미숙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중 하나가 당시 내가 생활했던 기숙사 학생들의 오피니언 리더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그 친구에게 말실수를 크게 한 나머지 그 것이 밝혀져 그 친구는 물론 그 친구의 세력(?) 전부가 나에게 등을 돌렸다. 그 와중에서도 내 옆을 지켜준 친구들이 있었다. 남들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나와 가까이 지내는 것이 그리 편한 일이 아닌 것임을 알면서도 그들은 나를 믿고 힘을 보태주었다.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보고 지내며 이들이야말로 가장 어려울 때 나를 도와주고 평생 함께할 '참 벗'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대학교에 와서도 서투른 인간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나는 내 관점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을 철저히 배격했고, 그 결과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의욕과 성적 모두 말아먹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래도 군대 때문인지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먹은 탓인지, 이젠 내 문제들을 직시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조금 배알이 꼬여도, 어색하거나 어려워도 내가 먼저 한 발 다가가고 먼저 마음을 열게 만들도록 애를 쓴다. 좋든 싫든, 저들 중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 혹은, 순수한 시절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진실한 관계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이들은 '친구'라고 부르자.

 이렇게 영리하고 인위적인 인간관계 속에서도, 그렇고 그런 친구들 속에서도, 내 오랜 참 벗들은 끝까지 나와 함께 남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았으면 한다. 친구들과 이런 노래를 함께 공감하며 듣고 부를 날이 올까.

그래. 우리 철없던 날들은 다 갔구나 

좋은 추억은 잠시라더니 그런가 보다 

그래 나도 허기진 너의 맘 다 알겠다 

우린 때로는 너무 슬퍼도 웃는가 보다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제는 간 곳 없구나

밤새워 설레어 울었던 그 사랑도 세월에 흘러 흘러

그래 이제 너와 나 단 둘이 남았구나

이렇게 서로 부둥켜 안고 또 가자꾸나

언제나 숨이 찰 때면 쉴 곳이 있어 좋구나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함께일까

그래 이제 너와 나만 남았구나

이렇게 서로 부둥켜 안고 또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