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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1906/ 주말] 그의 위험한 주말 by 에일레스

사진작가인 크리스는 주말을 맞아 여자친구 로즈의 부모님 집을 방문하기로 한다. 크리스는 백인인 로즈의 부모님이 흑인인 자신을 잘 받아들여줄지 걱정하지만 로즈는 태평하다. 로즈의 부모, 딘과 미시는 부부가 둘 다 의사인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가정으로 교외에 큰 저택에 살면서 흑인 고용인까지 두고 있었다. 크리스는 그들의 환대를 받으면서도 어딘가 불편해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크리스가 방문한 그 주말에, 딘과 미시가 손님들을 불러 파티를 연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온통 백인들 뿐인 파티 손님들 사이에서 크리스는 자신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묘한 시선을 느낀다.

 

 

 

 

겟 아웃 (Get Out, 2017)

관람객 8.45 (2,939) 
기자·평론가 7.14 (7) 평점주기
개요 미스터리, 공포 2017.05.17. 개봉 104분 미국 15세 관람가
감독 조던 필
관객수 2,138,425명

 

 

<겟 아웃>은 인종 차별 문제를 호러 장르로 표현해낸 놀라운 작품이다.

이제 흑인 대통령도 나오고, 흑인들도 공평한 대우를 받고 산다고 생각했던 미국이라는 나라에 아직도 인종 차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로즈와 크리스는 로즈의 부모님 집으로 가는 길에 도로에서 사슴을 친다. 사고 확인을 위해 온 경찰은 운전한 로즈가 아닌 크리스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로즈는 반발하지만 크리스는 익숙하다는듯 그냥 신분증을 내민다.

 

미국에서 경찰들이 흑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있다. 흑인들은 아무 잘못 없이 쉽게 범죄자 취급을 받곤 한다. 때로는 백인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흑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 백인 여성이 자신의 아이들이 타고 있는 차를 흑인 남성이 빼앗아 아이들을 납치했다고 신고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이들을 태운 차를 자신이 직접 물에 빠뜨려 아이들을 죽였음이 밝혀진 사건도 있었다. 무기도 없고 아무런 용의점도 없는 흑인이 경찰에게 총격을 당하는 사건들은 아직도 종종 일어난다.

 

 

 

 

딘과 미시의 손님들이 도착하고, 크리스는 로즈의 안내로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그들은 크리스의 육체적인 면을 두고 계속 질문을 하고 얘기를 한다. 일반적으로 흑인의 육체적인 특성이라 알려진 부분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것 역시 인종적 편견에 따르는 것으로, 분명한 인종 차별이다.

이 부분의 대화들은 아주 의미심장한데, 영화의 후반부에 크리스가 겪게 되는 끔찍한 일의 전조가 된다.

 

 

 

사실 인구의 대부분이 한민족으로 구성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인종 차별 문제에 매우 둔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된다. 피부색이 조금만 달라도 한국 사람들은 그것을 남다르게 취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말 중에 타민족, 타인종을 부르는 멸칭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뭐가 문제인지, 그게 하면 안되는 표현인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있다. 최근에 모 지역의 시장이 다문화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잡종' 운운하는 표현을 써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중에 그는 그 말을 해명하면서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

 

위에 언급한, 흑인의 육체적인 면을 칭송하는 사례와 같은 것도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흑인들을 흑형, 흑누나 등으로 부르는 것도 그러한 차별의 하나이다. 이게 왜 차별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흑인들은 체격조건이 좋고, 운동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그래서 잘한다고 멋있다고 그런 의미로 부르는 건데 그게 왜 나쁘냐고.

그러면 이 사례를 보자.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동안 쭉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흑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작품상은 물론 주연상도 매우 드물게 수상했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흑인 배우 크리스 록이다. 그는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를 맡으며 흑인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같은 시상식에서, 시상을 돕기 위해 정장차림을 하고 서류가방을 들고 세 명이 동양인 어린이가 무대에 올랐을 때, 크리스 록은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훌륭한 회계사가 될 분들을 소개한다."

"내 농담이 불쾌했다면 트위터에 올려라, 물론 스마트폰도 이 아이들이 만들었다."

이것은 동양인들이 일반적으로 수학을 잘한다는 이미지, IT에 능통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을 소재로 한 인종 차별적 멘트다. 이 멘트로 인해 많은 아시아계 인사들이 크리스 록을 비판했다.

정말 인간의 시야는 얼마나 좁은지. 자신이 흑인으로서 겪는 인종 차별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던 자가 타 인종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인종 차별을 가하는 모습이라니.

 

결국은 제대로 알고, 제대로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현재의 한국에서도 인종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갈 필요성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매너를 익히는 것이 문명인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 덧붙임.

이 영화의 개봉판에 있는 공식적인 엔딩은 나름의 해피엔딩이지만, 유튜브에 보면 영화의 감독판이라고 알려진 또 다른 엔딩이 올라와 있다. 나는 그쪽 엔딩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