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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1904 / 식성] 인간과 괴물의 차이 by 에일레스

 

※ 이 글에는 만화 [기생수]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이 1/100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100이 될까..]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기생수

소년 | 19세관람가 

글/그림 Hitoshi Iwaaki

 

 

 

누군가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만화 [기생수]는 어느날 지구에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생 생물의 출현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밤송이처럼 생긴 것에서 나온 작은 뱀 같은 형태의 그 생물은 인간의 귀나 코를 통해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인간의 뇌를 잠식해버린다. 겉보기로는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필요한 경우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형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인간들을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자신이 기생한 생물과 같은 종족을 먹는다. 인간에 기생하면 인간을, 개에 기생하게 되면 개를 먹는 식이다.

 

주인공인 신이치는 약간 경우가 달랐다. 처음 신이치의 귀를 노렸던 기생 생물은 이어폰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자 코를 통해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신이치가 잡아서 뽑아내버려서 실패한다. 그리고는 오른쪽 손을 통해 몸 속으로 파고들어가지만 놀란 신이치가 팔을 줄로 꽁꽁 감으며 저항한 끝에, 뇌를 차지하지 못하고 오른쪽 팔에 머물러 성숙하게 된다. 그래서 신이치는 기생 생물을 몸에 두면서도 뇌를 빼앗기지 않은 공생 체계가 된다. 신이치의 기생 생물의 이름은 '오른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오른쪽이에게 신이치가 악마라고 하자, 오른쪽이는 신이치에게 말한다. 악마라는 것과 가장 가까운 생물은 인간으로 판단된다고 말이다. 인간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생물을 잡아먹지만, 자신의 동족들이 먹는 것은 고작 한 두 종류 뿐이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맞는 이야기일까?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신이치의 삶은 오른쪽이를 만나면서, 그리고 다른 기생 생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신이치가 만나게 되는 기생 생물들을 하나씩 조명하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오른쪽이

 

 

신이치의 오른손에 있게 되어 '오른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기생 생물. 눈과 입술, 손을 대체하는 두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는 형태로 표현된다. 인간의 뇌를 차지한 다른 기생 생물들과는 달리 신이치의 팔에 정착하게 되면서 신이치의 몸으로부터 양분을 얻기 때문에 인간을 먹으려는 식욕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오른쪽이의 최초의 기억은 '뇌를 차지하지 못해 아쉽다' 였다고 한다.

오른쪽이의 개별적 특징은 왕성한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이치의 활동과는 상관없이 이런저런 영역들에 다양하게 호기심을 갖고 공부하며 정보를 쌓아간다.

기생 생물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인간적인 감정이라는 것이 없다. 자신의 생존이 무엇보다도 우선하며, 다른 옵션은 없다. 초반에는 이 점이 신이치와 여러번 부딪히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이의 세포가 신이치의 몸에 조금씩 섞이게 되고, 특히 신이치의 심장을 오른쪽이가 복구하는 사건이 생기면서 신이치에게 오른쪽이의 세포가 많이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때부터 오른쪽이가 자리잡지 않은 신이치의 인간인 쪽의 몸은 보통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고, 신이치의 성격 자체에도 변화가 생겨 좀 더 냉혹해진다.

 

 

 

 

반대로 오른쪽이는 신이치와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이해하며 조금씩 변해간다. 자신의 생존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던 오른쪽이는 마지막에 가서는 신이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까지 한다. 신이치를 단순히 자신이 거처하며 양분을 얻는 존재가 아닌, 친구로 여기게 된 것은 정말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 타미야 료코 (=타무라 레이코)

 

 

타미야 료코는 신이치의 학교에 수학 교사로 부임해온 기생 생물이다. 뇌를 차지한 후에는 껍데기만 그 사람일 뿐 기생 생물로서만 살아가는 다른 기생 생물들과는 달리, 타미야 료코는 본래의 그 인간으로서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오른쪽이도 이 점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타미야 료코의 개별적 특징은 자신들과 인간들에 대한 존재론적인 관심이 많다는 점에 있다. 지식으로서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오른쪽이와는 조금 다르다. 타미야 료코는 기생 생물들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뇌를 차지하지 않은 독특한 데이터로서 신이치와 오른쪽이에게 흥미를 갖고 관찰하고 싶어한다. 또한 타미야 료코는 기생 생물이 인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두고도 꾸준히 이런 저런 실험을 한다. 그 중 하나가 타미야 료코라는 인간으로서 살아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바로 또 다른 기생 생물인 A와 성관계를 갖고 임신을 한 것이었다. 기생 생물은 스스로는 번식 능력이 없고, 임신과 관련된 신체 부분은 완전히 인간인 쪽이기 때문에 타미야 료코의 몸에 자라는 아이 역시 완전한 인간이다. 타미야 료코는 그 아이를 낳아 기르며 아이 역시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생각한다.

미혼의 교사로서 임신한 사실이 학교에 알려져 학교를 그만두게 된 이후 타미야 료코는 외모를 바꾸고 타무라 레이코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살아가며 역시나 실험을 계속한다. 기생 생물들을 조직화하고, 기생 생물들이 식사를 하는 전용 공간들(일명 식당)을 따로 만들고, 기생 생물들이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실험한다. 인간을 먹는 식습관을 바꿔 인간들과 같은 식사를 해보기도 하고, 기생 생물들의 조직을 정치화하여 시장으로 당선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타무라 레이코의 실험이 항상 그가 원하는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었다. 신이치와 만날 때 데리고 갔던, 그의 아이의 생물학적 부친인 A는 타무라 레이코와는 달리 자신들과 다른 형태의 기생 생물인 신이치를 위협으로 생각하여 신이치를 죽이기 위해 무작정 학교로 찾아가 난동을 피우고, 신이치와의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는다. 그리고 타무라 레이코가 직접 A를 죽인다. 타무라 레이코 자신이 학교를 떠난 후에는 신이치를 관찰하기 위해 시마다 히데오 라는 또 다른 기생 생물을 학생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보내는데, 시마다 히데오는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정체를 들키고 폭주하다가 신이치에 의해 죽는다. 타무라 레이코의 실험에 불만을 가진 다른 기생 생물들이 타무라 레이코를 공격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가장 커다란 실험체인 고토는, 이 작품에서의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가 된다.

 

타무라 레이코는 높은 지능을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공격해온 다른 기생 생물들을 죽이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동족 상잔의 비극에 대해 생각하며 심란해하기도 하고, 신이치를 걱정하여 신이치의 집 앞까지 찾아온 신이치의 여자친구 사토미를 만났을 땐 뭔가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의 아이를 납치하여 위협하던 쿠라모리를 죽이고 아이를 빼앗은 다음에는,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놀라워한다.

 

 

 

신이치를 공원으로 불러내 만난 타무라 레이코는 신이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다. 이 때의 대화에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먼저 기생 생물과 인간은 한 가족이다, 기생 생물은 인간의 자식이다- 라고 말하는 부분. 이것은 달리 말하면 기생 생물의 존재 자체가 인간으로부터 기인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작품이 시작할 때 인간의 수가 줄어들면 환경의 변화가 생길까- 라고 생각했던 그 주체가 바로 인간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그 자체로 자연에 해를 끼치는 존재이며, 그것을 인간들 스스로도 인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필요에 의해 자연이 만들어낸 존재가 기생 생물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타무라 레이코는 소리를 내어 웃는다. 이것은 그가 보통의 기생 생물과는 다른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기생 생물은 감정이 없는 존재로 대개 표정 변화가 없고 웃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들 속에 섞이기 위해 일부 연습해서 표정을 변화시키는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타무라 레이코는 연습해서 나온 웃음이 아니었다.

 

 

 

 

타무라 레이코는 자신을 향한 인간들의 공격을 감내하며 품 속에 있는 아기를 보호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죽음에 오른쪽이는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그는 충분히 싸울 수도, 도망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것은 아기를 지키고, 아기를 신이치에게 부탁하고,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타무라 레이코의 죽음은 그가 기생 생물이라기보다는 인간에 가까워진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3. 고토

 


 

고토는 타무라 레이코의 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기생 생물로, 한 몸에 다섯 마리의 기생 생물이 모여 있는 생명체다. 그 중 머리 쪽을 차지하는 기생 생물에 따라 미키, 또는 고토라고 불린다. 미키는 보통 오른손에 있으며, 머리 쪽에 있을 때는 과장된 표정을 짓는 것이 특징이다. 미키는 형태를 변화하지 않은 맨주먹 상태로 야쿠자를 찾아가 학살하는 무력을 가진 존재이고, 고토는 좀 더 섬세하게 피아노를 치기도 하며 고수의 느낌을 내뿜는다.

 

 

 

 

신이치가 기생 생물들을 거듭 죽이게 되면서 타무라 레이코의 의견과는 달리 기생 생물들 사이에서 신이치를 해치우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그래서 미키가 신이치를 처치하러 온다. 오른쪽이는 처음엔 미키의 몸에서 3마리의 기생 생물만을 인식한다. 미키는 보통의 기생 생물과는 달리 얼굴 쪽이 아니라 양 팔에서 많은 칼날을 가진 형태로 변하며 다채롭게 공격하지만 오른쪽이는 거기서 헛점을 찾아내 미키의 머리를 벤다. 그런데!

 

 

 

 

머리가 잘리고 난 후 고토가 머리를 맡게 되고, 미키는 오른팔로 들어가면서 진짜 고토의 본모습이 나타난다. 고토는 미키와 달리 다섯 기생 생물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존재였고, 그래서 능력 자체가 미키와는 차원이 달랐다. 신이치는 추격전 끝에 간신히 고토로부터 도망치지만, 그게 고토와의 만남의 끝은 아니었다. 타무라 레이코는 죽기 전 신이치에게 고토와는 싸우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그게 신이치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다..

 

 

 

 

신이치는 경찰의 요청으로 시청에서 벌어진 기생 생물 소탕 작전에 참가하게 된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던 작전은 고토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뀐다. 고토는 누구보다도 호전적이고 또 그만큼 강한 존재였고, 덕분에 작전 수행중이던 군대가 전멸한다. 고토는 신이치가 경찰들 사이에 있는 것을 보고 신이치가 거기에 끼어 있었다고 생각하며 다음에 죽이겠다고 선언한 후 사라진다. 그리고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던 신이치 앞에, 드디어 고토가 나타난다.

 

 

 

 

고토와의 싸움은 애초에 신이치에게 매우 불리했다. 타무라 레이코가 말했던 것처럼 고토는 무적의 존재였고, 신이치와 오른쪽이가 분리되어 양쪽에서 공격하는 계획이 실패하면서 오른쪽이는 고토에게 흡수되고 신이치는 혼자 도망친다. 신이치는 한쪽 팔이 없는 상태로 근처의 시골 마을에 숨어 지내게 되는데, 마을 부근의 숲에서 괴생명체가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게 고토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고토를 이 마을로 데려왔다는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신이치는 다시 고토를 찾아나선다.

 

 

 

 

고토는 이제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지도 않은 채 지내고 있었다. 둘의 대결은 말하나마나 고토의 우세였고, 수세에 몰린 신이치는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하다가 예전에 본 고토의 약점이라 생각한 부위에 근처에서 주운 쇠막대기를 찔러 넣는다. 과연 그 부위는 고토의 기생 생물들이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부위였고, 그럼에도 고토의 위세는 등등했다. 이제 다시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 변화가 생긴다.

 

 

 

 

고토의 몸에 흡수되어 있던 오른쪽이가 다시 신이치 쪽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신이치가 찔러넣은 쇠막대기는 그 마을에 무단으로 버려지는 폐기물 중 하나로, 화학 물질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이 고토의 몸에서 독으로 작용하여, 고토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던 기생 생물들이 개별적으로 독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오른쪽이도 그 틈을 타 신이치에게 이동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통제력을 잃고 폭주하는 고토를 오른쪽이는 이번에는 매우 간단한 공격으로 해치운다. 고토는 몸이 파편화되어 버리는데, 그럼에도 완전히 죽지 않고 다시 부활하려 애를 쓴다.

 

 

 

오른쪽이는 고토의 생명을 끝내주는 것을 신이치에게 결정하라고 하고, 신이치는 고토의 모습에 어쩐지 동정심을 느껴서 그를 죽이지 않기로 결심한다. 고토 역시 하나의 생명이고, 그 생명을 인간의 편의로 죽이는 것은 옳지 않으며, 죽이고 싶지 않다고 결정하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 하고, 그의 생명을 하늘에 맡기는 걸로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때 오른쪽이가 되묻는다.

"신이치는 지구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구를 위해' 하고 말하는 인간이 싫어. 지구는 처음부터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구."

즉, 신이치가 고토를 죽이지 않기 위해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자연의 뜻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자연을 생각한다며 내세우는 핑계거리라는 것이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간은 계속 망각한다. 인간 역시 그냥 보잘것없는 한 존재일 뿐인데, 자연과 지구를 위한다는 것 역시 하나의 오만함이라는 것.

이 말을 들은 신이치는 고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그의 생명을 끝낸다.

 

이 작품에서 고토는 야생 동물과 같은 존재를 상징한다. 고토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야생 생물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기생 생물의 존재 자체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탄생했고, 그러한 기생 생물을 인간이 다시 필요에 의해 죽인다는 것은 기묘한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고토의 죽음과 그것을 대하는 신이치의 모습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4. 우라카미

 

우라카미는 사실 기생 생물은 아니고 그냥 인간인데, 이 작품에서 말하는 '인간다움'의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라 마지막에 넣어보았다.

그는 연쇄살인범이다. 잔혹한 방법으로 인간들을 살해하고 그것을 즐긴다. 그러다가 우연히 기생 생물을 보게 되었고, 인간들과 기생 생물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본다. 초능력이라기 보다는 그냥 안목이 좋다 정도가 맞는 것 같다. 그 능력으로 인해 우라카미는 시청에서의 기생 생물 소탕 작전에 투입된다. 그리고 고토가 학살하는 틈을 타 총을 빼앗아 경찰을 죽이고 달아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토가 죽고 기생 생물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사라진 후, 재수생이 된 신이치 앞에 다시 우라카미가 나타난다.

 

 

우라카미는 신이치의 여자친구 사토미를 칼로 위협하며 신이치에게 솔직히 말해달라고 요구한다. 인간이란 원래 서로를 죽이는 생물이며, 그러니 자신이야말로 진짜 인간이라고, 그것을 괴물의 입장에서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신이치가 기생 생물과 섞였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때 겁에 질려있던 사토미는 갑자기 용기를 내어 신이치의 대답을 가로막는다. 우라카미를 향해 너는 기생 생물보다 더한 괴물이라고 말하며, 신이치는 인간이 맞다고 소리친다. 어떤 생명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이다. 신이치는 예전에 사토미와 있을 때 길에서 차에 치인 어린 강아지를 주워서 묻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진 여러 번의 기생 생물의 난동 때에도 사토미를 계속 구해줬었다. 사토미는 신이치의 그러한 면을 좋아했다. 신이치의 인간다운 면을 말이다.

 

우라카미라는 캐릭터는 현재에도 세상에 만연해있는, 진짜 인간 이하의 인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우라카미야 말로 작품 초반에 나왔던 '악마'라는 존재와 가장 가까운 자인 것 같기도 하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생명을 죽인다고 할 때에는, 그것이 먹고 살기 위한 것이거나 자신의 생명에 위해가 되는 것, 두가지 정도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자세라고 본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생명 경시의 일들이 이것과 다른 생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들이 저 우라카미와 같은 자들이고, 진짜 '악마'인 거겠지.

 

 

 

 

[기생수]는 인간다움이 뭔지, 생명의 소중함이 뭔지,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좋아한다.

 

 

 

 

+ 덧붙임.

 

[기생수]는 2015년 Part 1, 2로 나뉘어져 2편의 영화로 개봉했는데, 보통 만화 원작 영화들과는 달리 꽤 잘 만들어진 편이다. 만화의 내용이 많이 축약되었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 주제가 동일하고 특히 CG 구현이 잘 되었다.

그리고 아사노 타다노부가 너무 멋있음...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