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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1907 / 변화] 꿈은 꿈이라서 꿈이라고 부른다 by 란테곰.


난 매번 하던 일들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구하고 싶었다. 그동안 다양한 일을 했지만 대부분 몸을 쓰는 일이었다. 그런데 난 일이 급하거나 바빠지면 내 몸을 그닥 챙기지 않고 막 달려드는 타입인지라 일을 하다 다친 곳이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로도 모자랄 지경이 되었다. 그게 조금씩 쌓이다보니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조금씩 생길 정도가 되었다. 오른쪽 무릎은 관절염이라는 이름의 강수 확률 예지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왼쪽 어깻죽지는 충돌증후군이 온 것마냥 늘상 저릿저릿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 양 다리 앞쪽은 화학적 화상 자국 때문에 반바지를 입기 힘들어졌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몸을 쓰는 일은 오래, 열심히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실내에서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직종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받았던 몇 번의 상담이 깊게 뇌리에 남았다. 거기에 현직 종사자에게 직접 전해듣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직장의 비전, 취업 루트, 실질적인 업무들의 이야기까지 있었고, 무엇보다 같은 직종의 시험을 이미 통과한 친구의 조언과 도움까지 있었다. 야 이건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즐거웠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것이 정답일 때의 기쁨, 내가 세운 계획에 조금씩 익숙해져간다는 것마저도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20년만에 잡아본 책은 내게 자괴감과 좌절감을 확실히 심어주었다. 예전에도 공부를 엄청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는 완전한 똥멍충이였다. 아무리 낯설은 영역이라지만 고작 다섯 과목, 130개 (+2차 시험 50개) 인강이 내게 준 것은 압박 뿐이었다. 암만 공짜라고 해도 요즘 세상에 배속 지원도 안 되는 인강을 끼얹어준다며 남탓도 해봤지만, 정작 그곳을 내가 고른 것이라 스스로를 욕하는 꼴만 되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사람 이름과 그들의 이론이 쏟아지는 와중에 법규 (욕 아님) 를 만나고 시장론과 기타 과목을 동시에 배우게 되면서부터 딱 느꼈다. 아, 내 머리는 굳어서 단단해지기도 했지만 입구가 엄청 좁아졌구나 라고. 흡사 명절 때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벌어지는 정체 현상이 내 머릿속에서도 일어나는 느낌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밥 먹을 적에 왼손에 젓가락질을 하면서 오른손으로 숫가락질을 하는 것 말고는 없어졌다는 생각에 의욕이 푹 떨어지기도 했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애써 극복을 했는데, 시험이 내일이다. 부랴부랴 통과한 친구의 도움들을 보다 잠들어 너무나도 꿀잠을 자고선 눈을 떴다. 완전 개운함을 느끼며 시계를 보았더니 이 시간이다. 큰일났다.




덧. 변화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난 이게 제일 확 와닿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