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년

[201706 / 직장] 직장인의 판타지 by 에일레스

 

사람은 누구나 직업을 갖게 된다.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직장에 들어가는 취업 과정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있어 가장 커다란 난제가 될 만큼 어렵게 되었다는 것은 어떻게보면 정말 아이러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운 직업의 기능은 총 3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생계유지의 수단, 둘째는 사회생활 및 봉사의 수단, 그리고 세번째가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직업을 가지면서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은 첫번째, 생계유지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세번째인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그 과정에서 이룰 수 있으면 좋은 것? 사회생활은 직업을 갖게 되면 그대로 따라오게 되는거고 봉사는 그보다도 더 부가적인 거고..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건 자아실현을 하면서 돈도 벌고, 그로 인해 사회생활을 즐겁게 하면서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이런 것을 다 이루기란 사실상 좀 어렵지 않나 싶다.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갖기도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고 (문과 힘내자.. ㅠㅠ) 좀처럼 '하고싶은 것'을 찾는 것도 어렵고, 일단 어떤 특출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도 많고. 무사히 직업을 갖고 직장에 들어가게 되어도 거기서 버티고 견뎌내기란 녹록치 않기도 하다. (<미생>을 보라.. 전반부 <미생>의 묘사는 거의 리얼리즘이었다..)

 

영화 속 세상은 현실이랑은 좀 다르다. 영화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떤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능력에 맞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직장의 '신'같은 존재가 된다.

그렇지 않고 직장에서 괴롭힘당하는 경우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 영화를 떠올렸다.

 

 

 

 

원티드 (Wanted, 2008)

네티즌 8.23(5,283)
기자·평론가 6.00(5) 평점주기
개요 액션, 범죄, 스릴러2008.06.26 개봉110분미국 외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영화 초반. 평범한 직장인 웨슬리 깁슨의 일상이 비춰진다.

심술궂은 직장 상사에게 매일 갈굼당하지만 그래도 생일파티도 해주고 그래야하는 힘든 사회생활.. (왠지 무지 공감중인 직장인 1인..)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라.. 얼마나 가기 싫음이 느껴지는가.. (역시 공감중..)

 

 

 

 

웨슬리는 불안장애가 있고 그 때문에 약도 복용한다. (물론 영화에서 그의 불안장애는 다른 종류임이 나중에 설명된다)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상은 반복되고, 그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돈을 벌어도 늘 가난한 계좌.. (심히 공감중)

 

하지만 이 작품은 역시나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답게, 판타지적인 설정이 나온다.

직장인들이 꿈만 꾸고 미처 하지 못하는 것- 바로 퇴사할 때 하고싶은 말 다 하고 나오는 것!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직장 상사에게 하고싶은 말을 다 퍼붓고, 자기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우던 절친에게도 복수(?)를 감행한다. 그리고 발걸음도 당당하게 직장을 빠져나온다.

 

물론 이것은, 웨슬리가 알고보니 엄청난 능력을 갖춘 암살자의 아들로서 그의 유전자를 강하게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 암살자 집단에서 그를 데리러 왔고- 그런 배경이 있으니 가능한 것이었다. 직장인으로 치면 원래의 적성을 찾았고 좋은 곳에서 스카웃되는 거 같은 그런 것.

 

 

 

내가 6년을 다닌 첫 직장에서 제일 싫어했던 여자 상사가 있었다. 나 입사 당시엔 과장이었다가 나중엔 부장으로 진급했다. 이 여자는 유난히 내 동기 기수를 미워했다. 나도 꽤 갈굼당했지만 내 동기들 중에 두엇은 유난히 찍혀서 미움받았다. 이 여자는 우리 기수 사람들이 속해있는 팀의 인사고과 3차 결정권자였는데, 이 여자 손에 들어가면 우리 인사고과 점수가 왕창 깎이곤 했다. 결국 동기 중 한명이 입사 1년만에 권고사직 대상이 되었는데, 그게 그 여자가 영향력을 엄청 발휘했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처럼 알려져 있었다. 그것을 지켜본 다른 동기는 매우 분노해서 자기가 퇴사할 때 꼭 그 여자에게 할말 다 하고 가겠다고 별렸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 바닥이 매우 좁기 때문에, 결국 말이 다 돌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퇴사하는게 좋다는 말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웨슬리의 저런 면은 직장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몇 번의 직장을 옮기고, 몇 번의 미친 인간들과 또라이같은 인간들을 직장에서 만났지만, 한번도 저렇게 박차고 뛰쳐나오지 못한 나에게는 그야말로 넘나 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

 

오늘도 지루한 일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직장인 P씨는, 이 비루한 쳇바퀴 도는 인생에서 조금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어떤 순간만을 바라며, 내일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금요일밤임을 감사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힘내자.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