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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01703 / Exotic] 그들에게 이국적인 것. by 에일레스

나는 한번도 외국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외국에 '가본' 적은 있다. 딱 한번.

그것은 전 직장 다닐 당시에 일본으로 갔던, 1박 2일의 엄청나게 급하고 빡센 출장이었다.

 

이게 진짜 어느 정도로 급박했냐면, 화요일 오전에 '주말에 일본 출장이 있다'고 통보 받고, 그날 오후에 급하게 여권 신청을 했으며, 금요일에 여권을 수령받아, 토요일 아침 7시 반쯤 김포에서 출발하여 일요일 밤 10시 반쯤 한국으로 돌아오는.. 어마어마한 일정이었다.

팀장님 포함 회사 사람 넷과 가는 출장 따위가 뭐 그리 즐거울 리 있었겠냐만 어쨌거나 첫 해외행은 쪼금 설레긴 했다.. 하지만 설렘은 그게 다였다.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서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바로 예정된 일정들을 소화했고,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들어갔다. 다음날도 아침먹고 출발해서 오후 8시쯤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까지 바쁘게 돌아다녔다. 우리의 동선은 신주쿠 근처였던 것 같은데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_- 좋지 않은 기억이라 빨리 잊고 싶었나보다..) 거기서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뭐였냐면..

한국이랑 별로 다른걸 모르겠다 -ㅁ- 는 것이었다.

업무상의 출장이었고, 목적이 있는 제한된 장소를 돌아다녀서 그런지, 일본의 뭔가 특색있는 것들을 못 본 것 같다. 끼니를 때우려고 대충 골라들어가 먹은 음식들도 그냥 평범했고, 캐릭터샵이나 전자기기매장 같은 곳들도 (아마 본격적인(?) 곳을 안 가봐서 그렇겠지만) 그다지 특출나지 않았다. 일본 사람들은 뭔가 옷을 특이하게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었는데, 외외로(!) 매우 평범한 옷을 입고 돌아다녔다. 신주쿠 주변은 그냥 명동 같았다.. 신주쿠역이었나 거기는 그냥 용산역 같더라.. ;ㅁ;

 

사실 내가 생각한 일본의 모습은 대중문화들을 통해 전달받은 이미지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기모노, 분장처럼 하얀 얼굴과 빨간 입술, 남자들의 앞머리를 밀어버린 머리모양- 같은 일본 전통 문화적인 모습부터 출발해서 비주얼락 유행 당시의 짙은 화장을 한 뮤지션들, 그보다 조금 더 지나서는 갸루 라고 불리우는 까맣게 화장한 여학생들, 코스프레, 오타쿠 등등.. 같은 동양권인데도 일본의  그런 문화들은 정말 독특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아마도 서양인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팝스타 마돈나의 'Nothing really matters' 의 뮤직비디오를 본 것은 처음 케이블을 달고 음악방송을 보던 90년대 후반, 고딩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돈나는 여기서 기모노 같은 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 처음엔 약간 충격이었다. 미국 가수가, 일본식 옷을 입었다는게 그때는 아주 놀라웠다. 사실 일본 문화는 그전부터도 서구권에 많이 알려진 상태였지만, 내가 그것을 알 리는 없었다.

 

 

 

 

 

일본 문화의 서구권 침투는 영화의 르네상스(?) 시절이던 2000년대 초중반 들어서 진짜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워쇼스키 자매가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매트릭스>는 모니터에서 흘러내리는 글씨들이 인상적인 첫 장면에서부터 일본 글자를 섞어넣음으로서 그들의 일본에 대한 애호를 보여주었다. 사실 서양인들의 일본 문화 애호는 통합적으로 동양 문화에 대한 애호로 보여지기도 하는데, 달리 말하면 동양권 문화 중에서 일본 문화가 가장 서양쪽에 잘 알려져있기 때문인 것이 사실이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과 영국, 캐나다를 잘 구분 못하듯이, 서양 사람들도 굳이 일본과 중국, 한국을 구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킬빌>에서 일본에 대한 그의 관심을 마구 보여준다. 주인공인 브라이드가 일본에 가서 일본도를 받아들고 복수에 나서는 설정도 그렇고, 화제작이었던 일본 영화 <배틀로얄>에서 학생 중 하나로 나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쿠리야마 치아키를 그대로 교복을 입혀 출연시키기도 했다. 꼭 일본 뿐이 아니라, 이 영화는 타란티노의 비디오 매니아 시절 봤던 동양권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그득하다. 브라이드의 노란 옷은 이소룡 오마주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만든 것은 이 노래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헤더 언니가 USB에 담은 MP3 노래들을 플레이어에 꽂아서 재생하고 있는데, 내가 아주 진지하게 언니한테 말한 적이 있다.

"언니, 음악 중에 하나 뺐으면 하는 곡이 있어요."

"아, 나 그거 뭔지 알거 같아."

그것이 바로 이 노래였다. 그웬 스테파니의 Harajuku girls.

이 노래에서의 그웬 스테파니는 앞서 내가 말했던, 일본이라는 곳의 어떤 특정한 면들만 보고 곡을 만든게 아닐까 생각된다.. 인상적이긴 하지. 그렇지만.. 음..

중간중간에 일본어가 들어가는 희한한(?) 스타일의 이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언니는 귀찮다ㅠㅠ는 이유로 그 노래를 빼지 않았고 덕분에 내가 1년쯤 들었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돼..

 

 

 

아.. 결말을 어떻게 지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급하게 끝내본다..

 

 

 

덧붙임.

앞서 말했던 출장 이야기로 잠깐 돌아가서.

딱 하나, 일본과 한국의 큰 차이를 느꼈던 것은 길을 걷거나 에스컬레이터 등을 올라갈 때였다. 습관적으로 나는 우측통행을 하느라고 오른쪽에 붙어 있었는데, 일본은 좌측 통행이라서 앞사람한테 내가 엄청 걸리적거리는 거였다! 덕분에 같이 갔던 직원들 중에 유일하게 일본 여행 경험자였던 사람한테 몇번 핀잔을 들었다. 자꾸 그쪽에 서있지 말라며-_-;

일본 쪽 규범의 영향을 엄청 받은 우리나라가 좌우 통행방향은 차이가 난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했다.

 

 

 

또 덧붙임.

 

 

앞의 노래들과 다르게, 뮤직비디오에 한글이 마구마구 나오는 팝이다. 니키 미나즈와 윌 아이엠이 같이 부른 'Check it out'.

근데 어디선가 들었는데 니키 미나즈가 이게 일본어인줄 알고 썼다는 얘기도 있고..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