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무기력하고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는 여느 해와는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 이슈! (하!) 했던 2010년, 그 1년간 내가 보고 듣고 겪고 느낀 것들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작년처럼 여기저기 놀러 다닌 적도 없고 작년처럼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도 없고 작년처럼 밤새가며 술을 마신 적도 없고 작년처럼 많이 웃었던 적도 작년처럼 많이 울었던 적도 작년처럼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적도 없었던 난, 앞으로 다가올 많은 1년 1년을 작년처럼만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게 되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종종 펑크를 내어 내 명줄을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작년처럼 많은 일이 기억에 남는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마저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한 한 해였단 말씀. 악기라고 하기보단 차라리 장난감에 가까운 오만원짜리 우쿨렐레와 함께 한 덕분에 그간 미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제대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음이 진심으로 다행스럽고, 계기가 되어준 우쿨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뿐이다.
늘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아무 것도 없이 혼자 시작하면 결국 전시용 물품이 될거란 걱정과, 크기와 가격에 있어서의 여유를 생각해 타협한 결과물이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자면 그 때 그 결정이 얼마나 훌륭한 선택이었는지. 손톱에만 닿는 스트록을 위해 이틀간 혹사당해 벌겋게 달아오른 검지손톱 뿌리 쪽 살의 추억은, 자연스럽다고 하긴 힘들지만 끊기지는 않도록 C-F-G 코드 이동이 가능하게 된 날의 기쁨은, 떠나요~ 둘이... 서.... 모 든.... 걸 훌훌 버리.... 고.... 라는 식으로 불렀던 우쿨이와 함께 한 첫 곡의 오묘한 완성도가 가져다주는 서글픔은, 그리고 나와 같은 아픔과 기쁨과 서글픔을 겪은 사람들과의 모임이 가져다주는 훈훈함과 조금 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은 늘 내일 걱정을 사서 하던 내게 당장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충실하게 사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변화가 내 삶에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조금 더 충실해졌다는 느낌은 곧 자신감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 자신감을 주춧돌 삼아 전엔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질러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또 얻었다. 어제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오늘을 보낸다는 즐거움은 날 더욱 연습에 매진하게 만들어주었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얻게 된 소중한 인연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안온감을 전해주었다. 명줄에 흠집이 날 정도로 다양한 펑크를 겪으면서도 우는 소리를 많이 하지 않으며 견딜 수 있었던건, 스스로 그럭저럭 살만했다며 생각할 수 있었던 건 그 따뜻함과 즐거움이 함께였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다. 꼭 생각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우쿨이와 함께 뒹군 나날이 어느 새 1년이 훌쩍 넘었고,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남은 것들은 모두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 내게 남겨준 것이기에. 그리고 내게 남겨진 것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내게 힘이 되어주고 있기에.
위로라는 주제를 건네받은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어디에서부터 얘길 꺼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기에 몹시 전전긍긍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정리를 해 보니 굳이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을 통해 얻은 모든 것이 내겐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것에 한 달이나 걸린 둔한 내 자신을 탓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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