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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01101 / 망각] 잊었던 그 사람이 생각나요, DJ by 빛바랜편지

  인간의 감각 중 무의식과 본능에 가장 가까운 것이 후각과 청각이 아닐까 한다. 후각과 청각은 어머니의 태내에 있을 때에 완성되며 생존 본능적으로 가장 발달된 기관이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익숙한 향수를 맡았을 때, 뒷통수가 아찔한 그 느낌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후각은 장기기억과 관련되어있어서 가장 잊기 힘든 감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의 그 느낌은 명확하게 어떤 표제를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닐 경우가 많다. 다른 감각요소보다는, 향이라는 것이 다른 향과 간섭이 심하다든가, 개인의 체취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든가, 감각을 느끼는 사람의 신체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등 그 바운더리가 매우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청각은 원초적이면서도 그 표제가 확실한 편이다. 특히 음악은 그 음색과 멜로디, 가사라는 것으로 명확하게 이루어져 인지가 명확하고 그 노래와 얽힌 연상과정이 빠르게 일어난다. 음악을 매우 사랑하는지라, 나는 유별나게 음악에 얽힌 기억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타인과 같이 듣고있는 라디오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노래가 나오면 바로 꺼버려서 당황케 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추억을 곱씹으며 쓴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는 음악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음악이 끝날 때 까지는 마음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아니, 더 끔찍한 것은 그 음악이 나올 때에 아련한 것이 늘상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음악과 얽힌 사람, 얽힌 사연 등은 잊혀지더라도 말이다.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선 Don McLean의 Vincent가 흘러나왔다. 음악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던 망각의 법칙을 거스르더라.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 머리를 감싸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쩌다 그 사람의 소식을 들었다. 공주대접 받고 산다고, 결혼해서 행복하다고.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잊었던 그 사람 생각나요 DJ
언제나 우리가 만나던 찻집에서
다정한 밀어처럼 들려오던 그 노래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잊었던 그 거리가 생각나요 DJ
네온에 싸여진 온화한 밤거리
행복한 입술처럼 향기롭던 그 노래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마지막 그 순간이 생각나요 DJ
커다란 눈속에 말없이 떨어지던
당신의 눈물처럼 젖어들던 그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