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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1907 / 변화] 성격이 바뀐다는 것 by 에일레스

 

최근에 친구가 알려준 어떤 사이트에서 MBTI 테스트를 해보았다. MBTI는 성격유형검사-라고 하는데 뭐 자신에 대해 탐색하여 진로 결정 등에 도움을 받기 위한 거라고 한다. 물론 나는 그냥 재미로 했다.. ㅎ

MBTI 결과를 간단히 설명하면 요런 거라고 한다.

그리고 내 결과는 ISTJ (정확하게는 ISTJ-T) 라고 나왔다. 이 유형에 대한 설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라고 한다. 설명들 나온걸 쭉쭉 읽어보면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내가 10여년전에 MBTI 테스트를 했을 때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었다는 거다. 그때 나는 ESFP 였다!

10년만에 성격에 대 변혁이 일어난 것일까? 10여년전에 나를 알던 사람이 지금 다시 나를 만난다면 내가 변했다고 할까? 잘 모르겠다. 일단 10년 넘은 내 친구들은 내 성격이 안 변했다고 할 것 같은데.. 나도 내 성격이 그닥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세상살이가 힘들다보니 좀 더 거칠어-_-진 것은 있겠지만 말이다 ㅎㅎ

뭐 성격테스트 같은거 신뢰도가 얼마나 되겠냐 싶긴 하다. 내가 했던 테스트도 인터넷에서 약식으로 한거니 정확하지는 않겠지.. 성격이 바뀌는게 뭐 어디 쉽겠는가.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Masquerade, 2012)

개요 드라마 2012.09.13. 개봉 131분 한국 15세 관람가
감독 추창민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은 붕당 정치가 극에 달한 정치 싸움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음모 속에서 몹시 예민하고 난폭해진 상태다. 광해는 도승지인 허균에게 자신의 대역을 할, 자신을 닮은 사람을 찾아오라 명하고, 허균은 기방에서 광대놀음을 하는 천민인 하선을 발견해 데려온다. 왕과 생김새가 닮았음은 물론이고 왕의 목소리까지 똑같이 따라할 줄 아는 하선은 왕이 궁을 비운 하룻밤 동안 왕의 대역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왕이 궁 밖으로 나갔다가 약에 중독되어 의식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허균은 하선을 데리고 와서 왕이 깨어날 때까지 왕의 대역을 하도록 시킨다. 궁 내에서 그 사실을 아는 것은 허균과 상선 조내관 둘 뿐. 하선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왕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사람이 바뀌었으니 왕의 변화는 당연히 궁에서 소소한 화제가 된다. 낯빛도 변하고 식성도 변하고, 자꾸 웃는 것도 변했고 똥 누는 소리도 변했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왕이 맞닥뜨린 현안들에 대한 태도도 바뀐다. 대동법의 시행이라던가, 붕당 싸움에 희생되어 역모죄로 추국을 받게 된, 중전의 오라비 진주부사 유정호에 대한 처분도 달라진다. 하선은 궁의 생활이나 정치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천민이므로 처음에는 허균이 알려준대로 시키는대로 따르지만, 현안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스스로 알아보고자 하는 자세로 변한다.

그러면서 하선은 점차 이상적인 모습의 왕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하선은 나이 어린 기미나인의 사정을 듣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생각하여 대책을 세우고자 하고, 대동법의 즉각적인 시행을 명한다. 추국받던 유정호가 역모의 뜻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그를 풀어주도록 명령하기도 한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하선이 사대의 명분을 내세우며 명 황실 앞으로 공물을 바치고 명나라가 금나라를 치는 것을 돕기 위해 군사를 보내겠다 하는 중신들에게 분노하는 부분이다. 나라를 아끼고, 백성을 아끼는 이상적인 임금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광해의 중립외교에 대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좋아한다. 변화한 왕의 모습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생겨나고, 하선 그 자체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선은 어쨌든 진짜 왕은 아니었고, 15일만에 진짜 왕이 의식을 되찾고 궁으로 돌아온다. 왕은 하선을 죽이라 명하고, 하선은 도승지와 도부장 등의 도움을 받아 궁에서 도망친다. 영화대로 생각한다면, 아마 광해는 다시 그 전의 예민하고 난폭한 왕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중신들의 정치 싸움에 흔들리고, 궁궐 공사에 매달려 재정을 파탄내고.. 그리고 그 뒤는 우리가 아는대로다. 광해는 결국 인조반정으로 왕위에서 쫓겨났고, 조선 왕들 중 묘호를 받지 못한 둘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어떤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지난 10여년간 내 성격이 바뀌었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요인들이 나를 괴롭힌(?) 걸까- 하고 말이다.

 

역시 살기 힘든 세상이다.. ㅎㅎ

 

 

 

+ 덧붙임.

영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연극도 봤었다. 배우 배수빈이 하선과 광해 역을, 박호산이 허균 역이었고 상선 역에 손종학, 중전 역에 임화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연극은 좀 더 감정이 고조됐던 것 같다. 결말 부분이 달라서 더 슬펐던 기억이 난다..

 

 

 

+ 또 덧붙임.

아 그러고보니, 최근에 사람이 바뀌기도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아주 사소한 일이 있었다. 예전에 같이 밴드를 하던 J의 소식을 어쩌다가 보게 된 것이다. J는 기타를 치는데, 성격이 몹시 셌고, 사람들하고 계속 트러블을 일으켰고, 여자 보컬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ㅋㅋㅋㅋ 심지어 그때 우리 팀엔 여자 보컬들만 있었는데도 그렇게 싫은 티를 냈고 ㅋㅋㅋㅋ 걔랑 같이 밴드하던 시절에 다 재밌는데 걔가 싫어서 탈퇴를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합주곡 아이디어 얻으려고 가끔 들어가는 유명한 직장인 밴드 카페에서 어쩌다 그애를 발견했다! 거기서 팀 만들어서 열심히 활동 중이더라. 근데 의외로 되게 사교적으로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였고, 더 놀라운 것은 걔네 팀 보컬이 여자더라고!! 자기는 나중에 따로 팀 만들면 절대 여자 보컬이랑은 안한다고 하던 애였는데.. ㄷㄷ

뭐 시간이 많이 지났고 나이도 좀 먹었으니 그동안에 걔도 좀 변했으려나.. ㅎㅎ

 

 

 

+ 또또 덧붙임.

얼마전에 보니 유튜버 박막례님의 MBTI가 나랑 똑같은 것을 봤다. 하지만 난 박막례님처럼 용감하고 활동적이지 않은데.. 나도 나이먹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