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식이라는게 항상 짓궂기도 때로는 가혹하기도 하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는가. 에일레스 누님의 입성에 새우등이 터진다. 유일한 20대에게 이것은 가혹하다. 게다가 '아무것도 몰라효'의 20대 초반도, '이미 다 알아효'의 20대 후반도 아닌, 어설프게 아는 애매한 나이라 더 당혹스러운 주제다. 적정선에서 바람직한 결론을 내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정도로 써보려고 애쓰게 된다. 물론, 거짓은 없다.
글을 써놓고 나서 보니, 난 아직 순진한가봐.
스물 한 살 겨울, 그녀와 나는 제부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핑계로 그 전날 저녁은 내 자취방에서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 날 저녁, 그녀가 우리 집으로 오는 길에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주제 관계상 생략하기로 한다. 여러 먹을 것들을 해치우고나서, 우리는 애매한 자세로 붙어있는 형세가 되었다. 당시 '고지식=본인'이었던 시절, 나는 내 여자는 (여자의 뜻과 상관없이) 무조건 지켜주어야 한다는 신념이 그 무엇보다 견고했다.
"너무 가까워. 위험하단 말이다."
이런 멘트를 날리며 키스하는 남자가 당췌 어디있단 말인가.
"이런 늑대! *-_-*"
"아니야, 아직은 늑대가 되지 않을거야. 결혼하고 나면 늑대인간이 될테지."
쓰면서 손발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열혈순수정의바른생활청년이었다. 아 순진무구하여라. 아니, 현대 신여성들은 나를 '고자'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녀는 나를 강하게 원하게, 노골적으로 원했지만 나는 내 신념을 내세우며 매몰차게 선을 그었다.
허나 신체적으로는 제법 성인이 된 청년에게 리비도가 없을리 만무. 섹스만 하지 않았을 뿐 그 엄청난 에너지는 다른 방향으로 발산되었다. 이를테면, '내가 널 이렇게 귀하게 아끼고 지켜주니까 넌 나에게 고마워해야하며 나만 바라보아야 한다.'라는 식이었을까. 정신적인 집착은 대단했다. 물론 그로 인해 파국을 맞았고.
물론 시간이 지나니,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는 말도 맞더라. 신념의 변화에 의한 바가 아닌 바 아니다마는. 나중엔 연애를 하다보면 손 잡는 정도의 가벼운 스킨십에서부터 멀리는 섹스에 이르기까지, 육체적인 만족에 이끌려서 이 연애를 유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더라. 연애상대를 향한 모든 정성과 열정이 결국은 육체적인 결합과 만족을 위해 불태우고 있나 자문할 때도 많았다. 생물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자위해보아도 허전한 그 감정은 지울 수 없었다. 리비도는 어떤 형태로든 자기 자신의 질량을 보존하고 있었다.
화학반응의 전후에서 반응물질의 전질량(全質量)과 생성물질의 전질량은 같다. 하지만 반응물질이 무엇이냐, 어떤 비율로 반응시키느냐,어떤 방법으로 반응시키냐에 따라 생성되는 물질은 달라진다. 적절한 화학반응에 의해서 우리 주변의 편의품들이 나오고 있다. 의미없는 연소반응은 잿더미와 유독가스만 남길 뿐이다.
내 생각에, 사랑의 불씨가 되는 호르몬이 발현할 때 부터 발산된 리비도 역시 언제나 일정하다. 정신적 교감과 육체적 애정에 의해 적절하게 반응된 리비도는 두사람 사이에 '신뢰'라는 부산물을 더욱 생성할 것이다. 일정량의 리비도로 신뢰를 생성할 것인가 집착을 생성할 것인가는 그대에게 달려있다.
Well I guess it would be nice If I could touch your body
I know not everybody Has got a body like you
But I've got to think twice Before I give my heart away
And I know all the games you play Because I play them too
Oh but I Need some time off from that emotion
Time to pick my heart up off the floor
And when that love comes down without devotion
Well it takes a strong man baby
But I'm showing you the door
'Cause I gotta have faith
Baby I know you're asking me to stay
Say please, please, please, don't go away
You say I'm giving you the blues
Maybe You mean every word you say
Can't help but think of yesterday
And another who tied me down to loverboy rules
Before this river becomes an ocean
Before you throw my heart back on the floor
Oh baby I reconsider my foolish notion
Well I need someone to hold me
But I'll wait for something more
Yes I've gotta have 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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