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 / 이상형] 수동적 혹은 소극적 이상형 by 빛바랜편지

 처음 이 주제를 제안했을 때, '아아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너무나 행복할거야 뿌우-'하는 핑크빛 느낌을 가지고 제안한게 아니었다. 난데없는 샤방주제를 꺼내들어 부담을 느끼셨다면 필진 두 분께 무척 죄송한 마음이 든다. 실은 '정말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인 듯 한데..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걸까?'의 회의감과 씁쓸함에서 시작되었다.

 난 사람을 만날 때, 싸울땐 싸우더라도 화해하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맞춰가자는 식이었다. 극단적인 선택은 최대한 보류했다. 그것이 나 스스로, 또는 서로를 지치게 하거나 상처를 낸 다 해도 그렇게 해야 인연이 아님이 인정되었다.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포장지로 감싼 자기충족 혹은 이기심이 맞겠다. 상대의 단점을 보고서도 최대한 수용하려 해보았다. 일단 애정을 주고받을 대상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나에겐 꽤나 만족스러운 상황을 제공해주므로 (뭔가 변태스럽지만) 최대한 해볼 만큼 해보는 식이었다.

 상대가 불만을 말할 때에, 참 거기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20년을 훌쩍 넘겨 지켜온 내 자신을 바꾸는건 당연히 쉽지가 않더라. 일이 있을 때 뿐이지 속에서는 내 자신이 불쑥 불쑥 머리를 디밀고는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을 주고 받는 행각이 있을진대 그것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여야 하지 애정을 구걸하기 위해 내 자신이 아닌 무언가로 위장하는 일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이와 경험을 거쳐 다듬고 학습하는 과정은 필요하겠다 하나, 최소한의 내 자아는 확실히 존재해야 하니까.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라도 수용하고 수용받을 수 있는 상대, 빈틈을 메워줄 이가 맞는 톱니바퀴같은 상대가 필요할 것 같다. 한두개 이가 안맞더라도 빈틈이 조금 생기더라도, 삐걱거리며 그런대로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을까. 서로가 서로의 결점을 수용할 수 있는 한계선 내의 사람, 그 결점을 덮을 만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맞춰가면서 살아가 볼 의욕을 돋게하는 이가 있을까. 이제는 그저 애정을 주고받고 싶어서 대상을 지정하고 심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 애정을 주고받을 만한 사람을 찾는데 주력해야겠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 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평소 글쓰기에 대한 공포와 부담, 강박증같은 것들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곤 했는데.. 최근 그것이 사상 최고치의 절정에 달한 느낌입니다. 매번 마감에 쫓기거나 뒤쫓거나 하다.. 이렇게 일을 쳤군요. 이리 발글로 땜질할 것을...
두 분의 필진을 비롯한 소수의(?) 독자분들께 심히 송구스런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