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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01007 / 이상형] 이상형을 논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해야겠다. by 란테곰

스무 살 적, 주위 사람들과 이상형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될 때면 나는 늘 말하곤 했다. “전지현이가 내랑 사귀자 캐도 말 안 통하믄 몬 사귄다”라고.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 김칫국을 천육백미리 피처로 원샷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근자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난 그랬다. 적어도 이상형이라면 말이 통해야지, 바라보는 방향과 생각이 나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순 있더라도 그 사랑이 오래 갈 순 없으리라 생각했으니까. 아, 나 역시 외모에 대한 ‘취향’은 가지고 있지만 상대의 ‘취향’을 존중해 줄 수 없는 외모를 가진 내가 무슨 이상형을 논할 수 있겠냐는 것도 김칫국 원샷으로 주제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것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저 한 마디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을 하나 고르라면, 바로 ‘나한테 맞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 한 쪽의 이해만을 바라면서 맞춰가지 않는, 이해해주지 못하는 만남이 상대방과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는 지난 몇 번의 연애 실패담에 비추어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임에 분명하다. 상대가 날 이해해주길 바랄수록, 내가 상대의 많은 부분을 짊어지고 함께 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거늘. 내가 챙겨야 할 것들엔 손을 놓은 채 먼저 받기를 바라는 건 몹쓸 짓에 불과한 것이잖은가.


이상형을 만나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중요한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이번 주제 제출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억지로 내뱉다시피 한 짧은 글을 줄인다. 음악이라는 소주제도 쉽지 않겠지만, 과연 문학이라는 소주제로 이상형에 대한 글을 어떻게 써낼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해진 1인이 요기 있음을 밝히면서... 라고 마무리 짓고 글을 올리려 접속하니 이미 글이 올라와 있구나. 대단하다 김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