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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01501 / 변덕] 놓는 것도 용기다. by 란테곰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 하나.

노래 한 곡을 통해 일약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지금은 한 물 가라앉은 한 가수의 데뷔곡 가사는 이러했다. 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버렸다고, 난 한 순간에 새 됐다고.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거냐고. 이 십 원 짜리야 라고.

위에도 한 예가 나와 있지만, 이른 바 끝난 연애에 관해 이야기할 적에 나타나는 성향은 크게 세 가지라 했다. 하나는 상대에 대한 원망 혹은 분노 - 차인 사람 - , 다른 하나는 속시원함 혹은 안정감 - 찬 사람 - , 마지막 하나는 이 모든 것이 결국 다 내 잘못이라며 자책하는 멍청이 형이라고. 그렇다, 혹시나 내게 물어올까 미리 고백하자면 난 멍청이 형이다.


끝난 연애가 다 그렇고 그렇다는 한 마디로 치부하긴 너무나 짧고 또 무식한 소견이겠다. 어렵고 험한 길을 지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문득 끝난 연애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적에, 빛바랜 추억이니 뭐니 하며 쓴웃음을 한 번 짓고 흘릴 수도 있고 혹은 내 배려가 부족했다며 서툰 자책을 할 수도 있고 그딴 연놈과 헤어지길 참 잘했다며 속 시원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는 것은- 나는 물론이요 상대에 따른 개인차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미 정해진 결과에 이어지는 1+1 서비스 상품과 같은 존재일 뿐. 좋았던 마음이 예전만 못해지게 되면 그게 행동이나 말에 묻어나오고, 그런 행동이나 말에 상처 받고 서운해 하다보면 그렇게나 좋았던 사람도 싫어지는 것 또한 1+1 서비스 상품처럼 따라오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세상 모든 끝난 연애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연애라는 것에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그걸 놓는 것엔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 놓자. 그만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되돌릴 수 있다면- 이란 생각 자체를 말자. 얏옹...을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본들 여차해서 틀어지면 다시 헤어질 사이를 억지로 메워 붙여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연인들 사이에서 뭐만 마음에 안 들면 헤어지자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만, 라스트 카드를 너무 일찍 빼어들어 정작 필요할 적에 세게 나가는 시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 또한 종종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