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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01502 / 살인] 취향의 근원 by 에일레스

나는 3S 외에도 다른 친구들과 같이 팀블로그를 하나 더 하고 있다. 3S에서 하듯 매달 주제를 정해 글을 하나씩 쓴다.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창작 글을 쓰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나는 보통 짧은 소설을 한 편씩 쓴다. 그리고 그 블로그에서 내가 자주 듣는 말이 하나 있다.
'이제 그만 좀 죽여..'
그렇다. 나는 그 블로그에서 죽고 죽이는 -_- 글만(!)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나 자신도 그걸 너무나 잘 안다.
그럼 내가 그렇게 죽고 죽이는(!) 글만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내가 그런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우리 엄마로부터 비롯되었다. 엄마는 지금도 그렇지만 책 읽고 영화 보고 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셨는데,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에는 엄마 책들이 책장 하나 가득 있었다. 아동용 세계명작 등을 뗀 이후부터 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재밌어 보이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읽기에 딱 좋은 것이 추리/미스터리 장르 책들이었다. 사실 엄마가 그런 장르를 좋아하셨다. 엄마는 '미스터리 매거진'이라는 월간지도 구독해서 보셨다. (내가 중학생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중학생이 읽기엔 좀 야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일단, 재밌지 않은가. 그런 장르물에는 어김없이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을 밝히는 치밀한 추리가 있고, 의외의 반전 등등이 있고, ... 자극적이고.
그렇다. 자극. 어쩌면 나는 무엇보다도 그런 자극에 약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자꾸 그런 쪽으로 홀려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나의 취향을 결정지었다-고 생각하는 작품들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인형의 눈(하)

저자
베리 우드 지음
출판사
동아출판사 | 1994-06-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국 여류작가의 장편추리소설. 달밝은 밤마다 일어 나는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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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S에서 내가 맡은 부분은 책이 아닌데, 내 취향을 결정지은 작품들에 대해 말할 때 배리 우드의 작품들을 빼놓기는 어렵다. 배리 우드의 작품들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집에 있던 책들로 추정해보건대 그녀는 초능력을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썼던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특히 감명깊게 본 것은 아빠가 엄마를 살해하는 모습을 본 이후 초능력이 생긴 소녀에 대한 이야기인 [에이미], 그리고 사이코메트리를 하는 여자와 과거를 기억못하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인 [인형의 눈], 이 두가지였다. 어릴 때는 [에이미]를 조금 더 좋아했다면, 크면서는 [인형의 눈]을 조금 더 좋아했다.
[인형의 눈]의 이 작품의 남자주인공인 애덤은 빼어난 외모를 가진 미남에 출중한 실력을 가진 의사다. 그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술집들을 전전하며 예쁜 여자를 유혹해서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는 인적이 드문 곳의 달빛 아래에서 여자와 '로맨틱'한 시간을 갖다가, 날카로운 메스로 여자의 배를 가르고 천천히 죽는 것을 지켜본다.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좋은 기분을 갖게 했던 아름다운 여자가 고통 속에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의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게 된 이유는 스스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데, 이것을 풀어가는 것이 매우 재밌었다. 그의 감정없는 눈동자를 일컬어 책 속의 다른 인물이 표현한 것이 바로 '인형의 눈'이다.
이 책은 정말 나의 취향을 거의 결정지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도 초능력 이야기를, 그리고 이런 살인 이야기를 좋아하니 말이다.

 


양들의 침묵 (1991)

The Silence of the Lambs 
9.4
감독
조나단 드미
출연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스콧 글렌, 앤소니 힐드, 테드 레빈
정보
범죄, 스릴러 | 미국 | 118 분 | 1991-06-15

토마스 해리스는 [레드 드래곤] - [양들의 침묵] - [한니발] - [한니발 라이징] 순서로 책을 썼지만, 나는 <양들의 침묵>을 먼저 접했다. 그 이후로 <한니발> - <레드 드래곤> - <한니발 라이징> 순서로 본 것 같다. 잘 알다시피 이 작품의 여주인공은 FBI 수습요원인 클라리스 스탈링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니발 렉터이다. 렉터는 그림이든 음악이든 역사든 모르는 것이 없고 명석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식인도 서슴치않는 희대의 연쇄살인마이기도 하다. 안소니 홉킨스의 미친듯한 연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렉터는 지나치게 우아하고 매혹적인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탈출하기 전에, 클래식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수갑을 빼앗아 채운 경찰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곤봉을 휘두를 때- 그의 얼굴로 피가 한방울, 두방울.. 튀는 장면이다. 렉터를 이렇게 잘 표현해주는 분위기가 있을까 싶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내가 변태같아 보이는 것 같지만.. 넘어가자.)

 


킬 빌 (2003)

Kill Bill : Vol. 1 
8.5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우마 서먼, 루시 리우, 비비카 A. 폭스, 대릴 한나, 데이비드 캐러딘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10 분 | 2003-11-21

쿠엔틴 타란티노는 팀 버튼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영화를 보면서 내 영화적인 취향에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둘 중에서 팀 버튼은 조금 더 '감성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타란티노는 조금 더 '하드한' 쪽을 담당했다고 보면 되겠다.
<킬 빌>은 최고의 암살자였던 주인공이 동료들로부터 죽임을 당할 뻔하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온 후 펼치는 복수극이다. 2부작으로 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2편은 1편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소룡을 오마주한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은 주인공이 혈혈단신으로 오렌 이시이가 있는 녹엽정에 들어가 야쿠자 조직인 '크레이지 88'과 피튀기는 검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몇번을 다시 보아도 너무 재밌다.. 특히 나는 고고 유바리와 브라이드의 대결 장면을 좋아한다. 사실 내가 왜 이 장면을 좋아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장면 자체가 진짜 매력이 있다!

(좋아하니까 잠시 보고 갑시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2007)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7.9
감독
톰 티크베어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먼, 알란 릭맨, 레이첼 허드-우드, 비르기트 미니히마이르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독일, 스페인, 프랑스 | 146 분 | 200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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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파리의 뒷골목에서 태어난 그루누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체취가 있는데, 그루누이는 나면서부터 체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유달리 발달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향수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그루누이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에 골몰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매혹적인 향기를 품은 사람들을 살해하여 그들의 향기를 담아내기 시작한다. 탐미적이 아닌 탐향(?)적인 그루누이는 결국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고, 그것은 이 작품의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사실은 책을 먼저 봤었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하던 당시로 기억한다. 같이 일하던 언니가 그 책을 읽고 있었는데 너무 진도가 안 나간다고 투덜거리길래 궁금해서 잠깐 들여다봤는데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날 바로 빌려가서 하룻밤만에 후루룩 읽어버렸다! 그리고 그 책을 샀다 ㅎ 
영화를 기대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 남자주인공이 원작에 묘사된 것에 비해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었다는 점일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다. 아름다움을 가지기 위해 살인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이렇게 설득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 싶다.


 

새해가 되면서 그 팀블로그를 같이 하는 친구들에게 했던 얘기는 '올해는 좀 덜 죽일게' 였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좀 죽이면 어때 -_- 현실에선 바퀴벌레 한마디도 잘 못 죽이는데!
일단 좋아하는 글을 써야 재밌게 쓸 수 있지 않겠어?

... 라지만 역시 좀 작작 죽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