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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01501 / 변덕] 암쏘쏘리 벗알러뷰 다 거짓말 by 에일레스

얼마 전에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나의 과거(?) 일들을 떠올리게 되는 일이 있었다.

친구는 최근에 새로운 모임을 찾아서 들어가 활동 중인데, 그런 젊은 사람들이 있는 모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그 모임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 중 누군가가 내 친구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이 나이가 한참 어렸고, 내 친구는 그를 전혀 이성으로 못 느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좋게좋게 거절했지만, 상대는 그 이후로 어쩐지 비뚤어진 듯이 친구를 대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는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계속 친하게 지내고는 싶되 남녀관계로 발전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

나는 친구에게 말해주었다.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그건 그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서 수습할 일이라고. 다만 괜히 희망은 주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했듯이, 내 과거 일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보다) 어렸을 때, 그래본 적이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내 친구와 다른 것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쪽이었다는 것 정도..? (크르릉..)

 

나의 경우에, 자꾸 흘러가는 마음을 막기 위해 무지 노력했었는데, 최종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던 것은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나는, 좋아하는 감정을 싫어하는 감정으로 바꿨다. 단점을 찾아내고, 투덜거리고, 틱틱대고, 나중엔 진짜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이게 제일 효과가 있었다.

 

이 방법의 단점은, 내가 알고 있던 상대의 좋은 점마저도 부정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상대가 불편해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상대를 안 좋아하게 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어찌보면 깔끔한 결말이긴 하지만.. 뭐, 그게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뭐, 내 스스로의 괴로움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던 나날의 어느 한가운데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었다.

사랑과 미움은 정말 매우 가까이 닿아있구나, 하는 것.

 

 

 


말레피센트 (2014)

Maleficent 
8.1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샬토 코플리, 레슬리 맨빌, 이멜다 스턴톤
정보
판타지 | 미국 | 97 분 | 2014-05-29

 

영화 <말레피센트>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공주에게 저주를 건 마녀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작품이다. '말레피센트'가 바로 그 마녀의 이름이다.

숲의 요정이던 말레피센트는 우연히 만난 인간 스테판과 사랑에 빠졌으나, 스테판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말레피센트를 희생시킨다. 이에 분노한 말레피센트는 마녀가 되고, 인간 왕국의 왕이 된 스테판을 찾아가 그의 갓 태어난 어린 딸 오로라에게 저주를 건다.

 

 

 

 

 

 

 

 

 

 

 

왕은 딸을 지키기 위해 나라 안의 모든 물레를 없애버리고, 요정들을 시켜 숲속 외딴 집에서 딸을 키우도록 한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요정들은 아기를 잘 키울리 만무하고, 말레피센트는 오히려 요정들이 모르는 새에 아이 키우는 것에 도움을 준다.

 

말레피센트의 목적은 사실 분명하지 않다.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그냥 말레피센트는 분노했고, 그 분노를 표출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테판을 괴롭히고, 그걸 즐기고, 그의 딸인 오로라를 지켜본다. 오로라를 키우는 요정들에게는 가끔 짓궂은 장난을 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로라를 딱히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로라를 지켜주는 것에 가깝다.

 

 

 

 

 

 

 

 

 

 

 

 

 

 

 

 

배고프다고 우는 아기에게 당근 같은 것을 갖다주는 세상 물정 모르는 요정들 대신 우유가 흐르는 꽃을 따다 주는 것도 말레피센트이고, 요정들이 한눈 파는 사이에 절벽으로 떨어질 뻔한 오로라를 구해주기도 것도 물론 말레피센트이다.

덕분에 소녀가 되어 말레피센트와 마주한 오로라는 말레피센트를 '요정 대모'라고 부르고, 말레피센트는 굳이 그 호칭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한 말레피센트의 변덕을, 그녀와 함께하는 까마귀 디아발은 의아해하면서도 다 받아준다.

 

이 영화의 결말은 동화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말레피센트가 사실은 마녀였고, 자신은 말레피센트 때문에 숲에서 외롭게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된 오로라는 울면서 떠나간다. 오로라가 달려간 곳은 아버지인 스테판 왕의 성. 하지만 말레피센트에 대한 두려움으로 반쯤 미친 스테판은 오로라를 반기지 않고, 하필이면 그날은 공주의 16세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 말레피센트의 저주대로 공주는 물레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고, '진짜 사랑의 키스'는 뜻밖의 인물에 의해(다 말하면 스포일러니까 이 정도? ㅋㅋ) 이루어진다. 그리고 해피엔딩. 말레피센트도, 오로라도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그러니까 사실, 말레피센트는 오로라를 미워하지 않았다. 어쩌면 스테판도 미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스테판이 말레피센트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녀를 죽이려고 계속 달려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오로라를 오랫동안 지켜보는 동안 말레피센트는 오로라를 진정으로 아끼게 되었고, 사실 그건 미워하는 것보다도 더 큰 감정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정들다'라고 부르는 것이 그런 종류의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겠나. 사랑과 미움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을.

 

사랑이든, 미움이든, 지나치게 불타는 감정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난 아무도 안 좋아하고 안 싫어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는 잘 안되는게 또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