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년

[201005 / 비] 비를 위한 변명 by 빛바랜편지

 내 주위엔 유독 비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나 또한 비오는 날에 바짓단이 젖으며 젖은 우산을 들고다니는 일은 썩 좋지 않지만, 그래도 비오는 것이 좋다. 대기의 청량함과 은은한 빗소리가 좋다. 최근에는 아이폰에 빗소리를 들려주는 어플을 가지고 다니면서 듣곤 한다.

 꼬맹이 시절, 난 비오는 토요일 오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학교를 마친 뒤 우산을 쓰고 첨벙거리며 집에 오면 어머니가 준비해두신 간식이 있었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평소의 경우 낮시간에 돌아오면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지만, 비오는 날은 들에 나가실 수가 없어 집에 계셨으므로 비오는 토요일 오후에는 어머니가 간식을 준비하고서는 기다리고 계시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간식이 따끈한 고구마나 옥수수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준비해주신 간식을 먹으며 이불을 덮어쓰고선 따뜻한 바닥에 엎드려 책을 본다. 빗소리가 창문을 때린다. 그 때의 포근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말이지 더 필요한 것이 없던, 완벽하게 충족된 시간이었다.

 점점 자라면서, 그 충족된 느낌은 더 받지 못했다. 비오는 토요일 오후에도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늘 공부를 비롯한 할 일들에 밀려 맘편히 책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 내가 만족하는 법을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늘 미완성된 느낌, 무언가 더 가져야 하고 더 이루어야 할 것 같은 집착을 한 시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행복이란 것은 욕심을 버리고 여유를 가질 때에 찾아온다는 식상하고도 식상한 진리가 이렇게 쉽게 정리되어버리는구나, 하고 글을 쓰면서는 허무하게 웃게된다. 

 그 때 만은 못하더라도, 근래에 비오는 날 행복감을 가장 크게 느꼈던 때를 꼽자면, 비오는 주말 오후, 약속장소에 나가면서 D'sound의 <Rainy days>를 들을 때였다. 빗소리같은 기타 사운드, 대기의 청량함같은 보컬이 어린 시절의 비오는 주말 오후를 떠올리게 했다. 이 노래를 들을 때엔, "Diratatitara, diratatitara, diratatitara..." 부분에 걸리는 보컬 리버브를 흠뻑 느끼길 바란다. 조만간 비가 오면 한산한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이 음악을 들어야겠다. 좋아하는 책을 가져가서 함께 읽으면 어린시절의 충족감이 되살아날 것만 같다.



 


Wherever it takes, we`re gonna keep on dancing
Wherever it takes, we`re gonna stay afloat
Wanna dive into the beat
gonna let it guide my feet
Shut my head down to the right sound

Diratatitara, diratatitara, diratatitara...

Wherever it takes, I`m gonna keep my eyes cloesd
No matter what, I`ll turn the music up
When he grabs the megaphone, 
i`ll pretend that i`m not home 
but the spotlight on the right side

Diratatitara, diratatitara, diratatitara...
(Rainy days and sound, are you with me)

It`s the way you make me dizzy 
the way you keep me occupied 
is the meaning of the summer. 
The rainy days and the sound 
and the room is full of people 
a single face is shining bright. 
It`s the way you make me dizzy 
the way you keep me occup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