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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01007 / 이상형] 이상형을 논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해야겠다. by 란테곰 스무 살 적, 주위 사람들과 이상형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될 때면 나는 늘 말하곤 했다. “전지현이가 내랑 사귀자 캐도 말 안 통하믄 몬 사귄다”라고.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 김칫국을 천육백미리 피처로 원샷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근자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난 그랬다. 적어도 이상형이라면 말이 통해야지, 바라보는 방향과 생각이 나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순 있더라도 그 사랑이 오래 갈 순 없으리라 생각했으니까. 아, 나 역시 외모에 대한 ‘취향’은 가지고 있지만 상대의 ‘취향’을 존중해 줄 수 없는 외모를 가진 내가 무슨 이상형을 논할 수 있겠냐는 것도 김칫국 원샷으로 주제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것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 더보기
[201007 / 이상형] 당신의 이상형은, 어느쪽입니까? by 김교주 이번 달 주제를 듣자마자 영계 녀석을 패줘야겠다는 격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상형'이 뭐가 어쩌고 어째? ... 하지만 나는 포기가 빠른 인간이다. (응?!) 사실 나 지금, 배고프다. 오래도록, 책을 고르지 못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뭔가 간질간질 가볍고 부드러운 로맨스 서적을 소개해야 할 것 같은데 불행히도 그런 건 내 독서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는 마감 직전인 오늘에서야 다시금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게다. 친구들과 남자친구, 직장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심지어 트위터에까지 내 사정을 적어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렸다. 이 책을. 모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양귀자 (살림, 1998년) 상세보기 미리 말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상당히 좋.. 더보기
[201006 / 이별] 지금 넌 낯선 눈빛과 몸짓들 처음 내게 보이네 by 빛바랜편지 난 내 멋대로 희망에 차 있었고, 그것은 고집으로 변하여 부담스러움이 한껏 담긴 언어로 나타나게 되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더이상은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마주 앉았으면서도 내 눈을 보지 않는다. 가시방석에 앉은 마냥 뒤척이며 자리를 불편해한다. 내 뒤의 풍경만 바라볼 뿐이다. 이미 내 말은 힘을 잃었고, 이미 다 알고있다는 표정이다. 결국 난 등을 떠밀리다시피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게 된다. 아, 터미널에선 두세시간 걸리는 버스를 또 타야한다. 이 광경, 누군들 아니겠냐마는, 글쓰기의 주제만 아니라면 결코 회상하기 싫은 기억이다. 난 군복무 중인 학생이었고, 그녀는 며느릿감으로 최고로 꼽히는 정규직 교사였다. 우린 지인의 소개로 연락을 시작하고서는, 상근예비역.. 더보기
[201006 / 이별] 잘 가요 내 소중한 사람. by 김교주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책을 고를 때마다 저는 최대한 잘 알려진 책을 고르는 편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라고 권하기보다는 유명한 책을 두고 저만의 시각을 제시하고, 당신은 어땠나요, 하고 묻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의 포스팅에서 제가 선택한 책들은 이른바 고전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조금 달라졌네요. 역시 유명한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 달의 책은 이겁니다. 엄마를부탁해-신경숙장편소설(100쇄기념)양장한정판 지은이 신경숙 상세보기 이 글을 읽고 계신 많은 분들이 이미 신경숙 작가의 이 책을 읽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엄마를 부탁해, 제목부터 이미 분명 이건 신파다! 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죠. 그래서 저는 끝내 끝끝내 읽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버티.. 더보기
[201006 / 이별] 기억. by 란테곰 심장이 강하게 고동치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날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상대의 고개를 돌려 내 눈과 맞추어 상대의 심정을 읽고 싶었다. 내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는 표정을 숨기려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 결국 손을 놓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야 말았었다. 내 손이 아닌 것 같은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를 꺼냈는데, 몇 번이나 시도해도 도통 불이 붙어주질 않아 결국 라이터를 집어던져버리고 다시 한 번 물었었다. “그 말, 무슨 말이야?” 생각지도 못하게 잔뜩 떨고 있는 내 목소리를 듣고선 쯧, 속으로 혀를 찼었다. 목소리가 떨리는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꺼낸 상대에게 드는 당혹감이었고, 나머지 부분은 갑작스럽고 일.. 더보기
[201005 / 비] 비를 위한 변명 by 빛바랜편지 내 주위엔 유독 비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나 또한 비오는 날에 바짓단이 젖으며 젖은 우산을 들고다니는 일은 썩 좋지 않지만, 그래도 비오는 것이 좋다. 대기의 청량함과 은은한 빗소리가 좋다. 최근에는 아이폰에 빗소리를 들려주는 어플을 가지고 다니면서 듣곤 한다. 꼬맹이 시절, 난 비오는 토요일 오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학교를 마친 뒤 우산을 쓰고 첨벙거리며 집에 오면 어머니가 준비해두신 간식이 있었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평소의 경우 낮시간에 돌아오면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지만, 비오는 날은 들에 나가실 수가 없어 집에 계셨으므로 비오는 토요일 오후에는 어머니가 간식을 준비하고서는 기다리고 계시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더보기
[201005 / 비] 비 내리는 가운데 비를 생각하다. by 김교주 제발 부탁인데, 니들 생각만 하고 주제 던지지 마. 내 생각도 좀 해줘, 라고, 마감이 코앞에 놓이자 외치고 싶어졌다. 정작 힐난을 들어야 할 사람은 나다. 이 한달은 다른 때보다 바쁠 것도 없었건만 끝끝내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이런다고 해서 더 나은 글을 쓰게 되는 것도 아니건만. 황순원의 소나기와 김유정의 소나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윤흥길의 장마를 떠올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마음에 와서 꼭 들어주질 않았다. 제대로 된 글 하나 써내놓지 못하는 주제에 가리는 것은 왜 이리 많고 불평은 또 왜 이리 한 삼태기인가. 내 자신을 향해 조소 한 번 날려주고, 결국에는 오늘까지 차일피일, 포스팅을 미루기만 했던게다. 비. 비. 비. 며칠째 지겹게 비가 내리고 있고 결국 내 마음은 황.. 더보기
[201005 / 비] 비의 노래. by 란테곰 일곱 살의 어느 여름날, 처음으로 물난리를 겪은 철없는 소년에게 비는 ‘좋아하는 친척 형네서 오랫동안 즐겁게 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무려 패밀리도 있고, 평소 아버님의 반대로 인해 제대로 읽지도 못했던 드라곤의 비밀 - 드래곤 볼 해적판. 이름이 무색하게 책의 1/3만 드래곤 볼이고 나머지는 잡다한 만화로 채운, 학교 앞 문방구 뽑기의 당첨 품목으로 유명했던 책. 스토리는 나메크 성에 갓 도착한 지구인들의 무력함에 대해 슬퍼할 시기. - 이 책장에 한가득 꽂혀 있는 멋진 친척형네 집에서 오랫동안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제겐 상추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한 ‘작업 보조’ 의 역할에서 벗어나 환타스틱한 여름방학을 보내게끔 도와주는 구세주였지요. 비가 그친지 사흘이 지나서야, .. 더보기
[201004 / 길]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얻은 것이 더욱 많았어 by 빛바랜편지 애초에 '길'이라는 주제를 던졌을 때, 유재하(김현식)의 '가리워진 길'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마치 실내악과 같은 아름다운 편곡과 섬세한 가사가 마음에 들어 퍽 자주 듣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글거리를 찾으며 보내는 시간동안 예상치도 못하게 내 속에 있는 많은 결함과 무지를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가리워진 길'의 가사처럼 어떤 길로 가야할까의 고민이나 두려움보다는, 어떤 길을 걸어왔나, 잘 걸어왔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며 지냈던 것이다. 무엇을 몰랐던 것인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깨닫게 되면, 이를 원인으로 저질렀던 실수를 반드시 바로잡을 수 있을거라 믿었고,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깨달음이란 뒤늦게 마련이어서 이미 상황은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뒤에 깨닫게 된다. 눈치없는 나의 경우는 속된 말로 볼장.. 더보기
[201004 / 길] 눈 내리는 밤은 언제나 참기 힘든 지난 추억이. by 란테곰 1999년 12월, 아침부터 눈발이 심하게 날리던 어느 날, 숙제를 하느라 정신없는 야자시간에 낭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버스가 끊길 지경인지라 장거리 등교자를 일찍 귀가시킨다는 것. 용인에서 수원까지 한 시간을 넘는 거리의 학교를 오가는 동안 처음으로 들은 기쁜 소식이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얍실한 생각도 들었고. 콧노래를 흥얼대며 가방을 챙겨들고 출발한 것이 대략 여덟시 반,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끝남에 감사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수원에서 용인으로 가는 좌석 버스는 600번, 그 외에 - 지금도 건재한 - 일반 버스 66번들이 있으니 두려울 것이 하나 없었던 우린 그렇게 웃으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으나, 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