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란 단어는 대부분의 경우 부정적이며 옳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특정 상황에 있어서 거짓말은 그 대부분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직장 상사의 ‘악의는 없지만 살의는 부르는 유머 한 마디’를 듣고선 일그러지지 않는 미소를 지으려 애써야 할 때 - 가끔씩 빵빵 터지며 박수를 곁들이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 가 그렇고 , ‘암. 소. 핫. 난 너무 예뻐요’ 라는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해가 내게 술을 살 때 만큼은 ‘그래 넌 너무 매력 있어’ 라고 추임새를 넣어주어야 할 때 - 혹시 그 아해의 언니 되는 이가 아직 싱글인데다 참말로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면 ‘우리 처제의 마인드가 참으로 훌륭하구나’ 따위의 김칫국을 마셔가며 언제나 오버스러운 추임새를 넣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 도 마찬가지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나중에 술 한 잔 하자는 ‘지키기 어렵진 않지만 결코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지인과의 오랜만의 조우 역시 마찬가지이며 너 아니면 안 되겠다고 너 없인 못 살겠다는 이별 통고를 받고 헤어지기 직전에 내뱉게 되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 때 당시엔 누구나 진실 담긴 마음으로 말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은근슬쩍 거짓말로 변하게 되는 것들은 이처럼 주위에 수북이 쌓여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수가 없는 나 역시 이런 ‘선의의 거짓말’ 과 더불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바뀔 수 없는 거짓말의 사이에서 줄을 타듯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원활한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위해, 때로는 그저 조금 편한 길을 걷기 위해, 또 때로는 그저 습관이 되어. 여러 가지 이유만큼 여러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얄팍하게 덮인 길을 아슬아슬 걸어가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빙하의 크레바스 마냥 갑자기 발이 푹 빠져 그 얄팍한 덮개로 가리지 못할 구멍을 드러냈을 때의 그 갑갑함이란,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의 반응과 시선이란. 어물쩡어물쩡 말을 얼버무리며 괜히 성을 내는 걸로 무마해버리고픈 마음은 십중팔구 부끄러움이겠지만 미안함을 미안함으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도 개중 일이는 차지할진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터진 일을 어떻게든 무마해보려 애쓰느라 새로이 빚어내게 되는 거짓말은 바람 한 번만 불면 날아갈 비닐 덮개에 불과할 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 때 당시의 나는, 그리고 그 때 당시의 많은 거짓말 사용자들은 모른다. ‘이건 먹힐거다’ 싶은 마음을 숨기며 뻔뻔한 얼굴을 가장하고 있는 것은 일곱 살 꼬마가 군것질한 것을 어머니에게 숨기려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중요한 사실을. 언젠가 바늘 절도 현장을 들키게 되어 해묵은 소 절도 사건까지 드러내게 되거나, 훔치지도 않은 소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게 된 이후에야 ‘아~ 내가 그 때 이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구나!’ 라고 후회하며 무릎 꿇고 싹싹 빌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결과이겠다.
거짓말쟁이와 거짓말‘장이’는 다르다. -쟁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과하면 일반적으로 붙을 수 없는 -장이가 따라오거나 -꾼이 붙게 된다. 자신이 구라꾼, 거짓말‘장이’로 불리고 싶지 않다면, ‘여든 살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습관이 되지 않도록 애쓰자. 만약 이미 습관이 되어 위험하다고 느끼는 이가 있거들랑, 부디 당신 주변에 강력한 독설가가 있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독설가라 쓰고 도우미라 읽어야 할 이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매우 쓰고 따갑고 날카롭지만 그만큼 효과가 뛰어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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