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있다> 라는 영화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영화는 박물관 야간 경비를 서게 된 주인공이 밤마다 박물관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계속 깔깔 웃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웃기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내가 막 웃고 있는데 보니까 웃는 사람들이라곤 나와 초등학생들 뿐이기도 했다. 그 영화를 보던 당시의 내 나이는 20대 중후반 쯤? -_-; 같이 영화보러 갔던 내 친구는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면서 "너 쫌 부끄럽다"고 했었다. -_-ㅋㅋ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동화같은 이야기를 좋아했다. 만화도 좋아했고, 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그리스 신화도 좋아해서 신 이름들을 달달 외우기도 했고, 온갖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담은 책도 있었다. 물론 나는 스스로를 공주에 감정이입하거나 그런건 아니고, 그냥 이야기 자체를 좋아했다. 용이 나오고, 마법이 나오고, 온갖 신기한 일들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
그런 나에게 이 영화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영국의 아동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월트 디즈니에서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을 맡아 크게 성공했고, 뮤지컬로도 공연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원래 뮤지컬 영화다) 얼마 전 열린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 공연에서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101 달마시안>의 크루엘라 등 어린이를 위협하는 악당들이 나타났을 때 공중에서부터 검은 우산을 들고 단체로 나타났던 유모 캐릭터가 바로 메리 포핀스다.
우리나라에서는 줄리 앤드류스의 또 다른 주연작인 <사운드 오브 뮤직>이 훨씬 더 잘 알려졌고 나 역시 그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나는 <메리 포핀스 쪽을 좀 더 좋아했었다. 아마 나치 치하의 오스트리아에서 일가족이 탈출하는 이야기인 <사운드 오브 뮤직>이 어린 시절의 나에겐 좀 어려웠을 수도 있다.
<메리 포핀스>는 그보다는 좀 더 동화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좀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노래와 춤, 그리고 마법같은 장면들이 가득하다.
이를테면, 메리 포핀스의 등장 장면은 이렇다.
완고하고 보수적이며 일밖에 모르는 딱딱한 성격의 은행가 조지 뱅크스 씨는 말썽쟁이 아이들 제인과 마이클의 유모 구인 광고를 내고,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스타일의 험상궂은 유모들이 면접을 보러 와서 집 앞에 장사진을 이룬다. 그때 거센 바람이 불고, 유모들이 하나 둘 바람에 날아간다. 그리고 저 멀리서 유유히 메리 포핀스가 나타난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메리 포핀스의 범상치 않은 마법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메리 포핀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험을 한다. 그 중에는 그림 속에 들어가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메리 포핀스는 회전 목마를 타고 경주마들과 함께 뛰고, 만화 캐릭터들과 대화를 나눈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이 장면에서 나오기도 한다.
"슈퍼칼리프레글리스틱익스피알리도셔스!"
(난 지금도 이 발음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 ㅋㅋ)
어렸을 때 나는 이런 영화 속 장면들이 나에게도 이루어지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손가락 위에 새가 앉아 함께 지저귀며 노래한다던지, 만화 속 캐릭터랑 같이 노는 거라던지, 웃으면서 하늘을 난다던지- 하는 그런 것들이 실제로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백번도 더 생각했다. 물론 나는 지금 그렇듯이 어렸을 때도 현실적인 성격의 꼬맹이였다. 슈퍼맨이 되겠다며 계단에서 뛰어내렸다는 많은 아이들(나의 사촌 오빠 중 한명도 그 중 하나였다..)과 다르게 무모한 시도같은건 하지 않았다. -_-; 그냥 내게 이것은, 생각할수록 즐거운 꿈과 같은 것이었다.
영화 초반에 제인과 마이클은 아빠인 조지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유모의 조건을 적어서 준다. 그 안에는 재밌는 놀이를 많이 알 것, 친절하고 상냥할 것, 소풍도 데려가고 사탕도 줄 것'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유모가 메리 포핀스이다. 그녀는 아이들은 물론 삭막하게 살아가는 뱅크스 씨를 비롯해 어른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한마디로 메리 포핀스는 동심의 상징이자 동심을 되찾아주는 존재,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의 나를 매혹시켰던 메리 포핀스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내게 계속 그립고 예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이 영화를 떠올렸고, DVD를 구입했고, 가끔씩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출연한, <메리 포핀스>에 나왔던 배우 딕 반 다이크를 알아본 순간, 나는 그 영화가 더 좋아졌던 것 같다. ㅎㅎ
근 몇달간의 팀블로그에 쓰는 내 글들은 어째 자꾸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느낌인 것 같다. 음.. -_- 현실이 불만족스러운건가!!
글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 <메리 포핀스>에서 가르쳐준 '할 말이 없을 때 쓰는 말'을 외치며 끝을 내보련다.
슈퍼칼리프리글리스틱익스피알리도셔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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