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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01408 / 결혼] 제가 알아서 할게요. by 란테곰

이 주제가 던져진 순간, 나는 매 달 함께 글을 쓰는 동갑내기 둘을 향해 '우리가 아무도 결혼에 대한 생각을 않았기 때문에 매 달 주제를 돌아가며 내기 시작한 지 근 5년이 되어서야 이런 주제가 나오는가보다' 라는 얘기를 했다. 그 중 한 명은 내가 느끼는 동질감에 대해 심한 거부 의사를 보였고 다른 한 명은 나와 그녀 사이의 투닥거림을 즐기며 지켜보았다. 그게 비록 찰나의 순간이고 또 편린片鱗에 불과할지언정, 난 같은 나이에서 결혼이라는 단어를 통해 느끼는 생각과 속내가 이렇게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너희들이 결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구나-' 라고 정의내린 것이 아님을 알아주길 굳이 한 번 더 얘기하는 것은, 결국 셋이 함께 얘기하는 모든 상황에서 의견 대립이 생길 적에 내 위치는 갑은 물론 을도 아닌 병 혹은 정에 가까운 입장 - 심지어 인원은 셋인데 정... - 임을 알고 있어서 미리 몸보신을 하는 바임을 굳.. 말해두는 바이다. 살려주뗌므.


나도 역시 결혼을 꿈꾸긴 하는, 아니 했던? 여튼 그런 사람인데. '결혼을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는 강요 아닌 강요가 무섭다. 명절 때 찾아가는 친척집에서 뵙는 어른들이 늘 언제나 매번 항상 한결같은 자세로 결혼에 대해 말씀을 하시는 것도 부담이고. 더구나 그 말씀이 '이젠 결혼해야지' 에서 '나 죽기 전에 너 결혼하는 거 보고 죽어야 될텐데' 로 상향되니 이건 뭐 내가 결혼 않는 것이 불효하는 건가 싶은 기분까지도 든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이런 저런 핑계로 큰집을 안 찾아갔었다 하하. 그렇게 몇 해 미루다보니 올해는 불호령이 떨어져 아니 갈 수가 없겠으나 아직 한 주가 남았음에도 이미 큰집으로, 아니 무서운 잔소리로 향할 발걸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무도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 나왔었다. 물론 예능임을 감안해야 하고 더군다나 멤버 중 한 명 외에는 모두 결혼을 한 사람들이니 '그렇다' 고 말할 수 없는 주제였음에는 분명했었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할 말은 있으리라는 것은 내 주변에 있는 결혼한 사람들의 넋두리만 들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 솔직히 힘든 것도 있지만 시간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할 만 하다, 괜찮다. 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건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오롯이 즐기는 사람들도 똑...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람들은 없나 싶을 정도로 뻔한 이야기들이었다.

 

결혼한 삶이 좋아 보이고 결혼한 이후 삶이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내게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라 선택했다면 난 그것에 대해 까내리기는 커녕 오히려 네들의 삶이 평안하길 바랄 것인데, 그 선택이 '결혼은 해야 한다'라는 대외적 의식 자체에서 기반한 결과였다면 애초에 그건 조건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네가 뭐나 된다고 모두가 당연스레 하는 것을 '난 안 한다' 고 자랑스레 생각하냐 묻는다면 사실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울 일도 아니라는 말 외에 크게 할 말은 없는데. 

내가 하고픈 말은 한 가지다. 자신의 삶. 자신의 인생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에 - 게임처럼 세이브 로드가 가능한 것이 아니니 더더욱 - 나름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도록 결혼을 하지 않으면 '대외적 병신 셀프 인증(?)' 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네 이웃들 동료들 친구들 중 매우 많다는 것이 솔직히 가슴 시릴 따름이다.

 

나도 너네들처럼 따끈하다 못해 가슴이 델 정도로 뜨거운 연애를 안 해본 것이 아니거늘 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