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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01406 / 마감] 글을 쓴다 by 에일레스

이 팀블로그를 같이 하는 김교주와 란테곰을 알게 된 것은 사실 꽤 오래 된 일이다. 2007년~2008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어쩌다가 아주 우연히, 미투데이라는 SNS를 알게 됐고 거기 가입을 하게 된 것이 시초였다. 그때만 해도 미투데이는 아주 소소한 서비스였다. 미투 내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정해져 있었고, 그들 중에 저 두 사람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투에서는 친구 사이를 '미친' 이라고 불렀는데, 그즈음부터 저 둘은 나의 '미친' 이었다. 둘은 그때부터도 좀 친한 사이였던 걸로 아는데, 그때만해도 나는 그냥 미투에서 미친 중 한명에 불과했다.

2009년쯤이 되었을 때, 어쩌다가 미투데이 안에 81년생들이 모여서 작은 무리가 생겼다. 다하면 열댓명 정도 되었었는데, 그걸 계기로 해서 저 두 사람과 친구로 지내게 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얼마 후 미투데이 내에 약간의 사건-_-이 있었고, 그로 인해 미투데이의 오래된 이용자들이 대거 탈퇴했다. 그 중에서도 저 두 사람이 있었다 ;; 그리고 그때쯤 해서 나도 트위터를 시작했고, 가입만 해놓고 손 안댔던 페이스북도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저 두 사람과도 다시 친구를 맺었다. 그리고 사이버상으로만 가끔 소식 보고 지내다가, 그들이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팀블로그, 3S였다.

 

나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작가 지망은 아니었어도 글 써서 먹고 사는 것을 오랫동안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은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고 ㅋㅋ 결국은 글 쓰는 것과 상관없이 살고 있지만. ㅎ

글쓰고 싶은 욕구를 소화하게 해준 것은 중고등학생 때는 사방 팔방에 써대던 편지였고, 대학 입학 후에는 학과 카페 게시판, 그 이후엔 엉성하게 만들었던 홈페이지 게시판이었고 블로그로 옮겨온 이후에는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내 개인 블로그였다. 하지만 거기는 그냥 내가 쓰고 싶은 종류의 글만 내 마음대로 쓰는 거라서- 어떤 발전적인 뭔가를 얻기는 어려웠다. 내가 딱히 발전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지라도 뭔가 색다른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3S 팀블로그를 몇달간 지켜보며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어느날, 나는 갑자기 교주에게 너네 하는 그 팀블로그 나도 껴도 되냐고 물었고 ㅋㅋㅋㅋ 그렇게 역사(?)는 시작되었다.

 

 

'마감' 이라는 주제를 내놓고 거기에 어울리는 영화가 딱 떠오르지 않아서 좀 고민을 했는데, 고심 끝에 선택한 영화는 바로 이것이다.

 

 

 


1408 (2007)

1408 
7.1
감독
미카엘 하프스트롬
출연
존 쿠색, 사무엘 L. 잭슨, 메리 매코맥, 토니 샬룹, 렌 카리우
정보
스릴러, 공포 | 미국 | 103 분 | 200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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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 마이크 엔슬린은 각자의 유령 출몰 장소를 제보받아 찾아다니며 그 곳에 대한 글을 쓰는 오컬트 전문 작가이다. 유령이 나온다는 장소만 가지만, 한번도 유령을 본 적은 없다.

 

 

 

 

 

어느날 그는 기묘한 제보 엽서 한 장을 받는다. 뉴욕에 있는 돌핀 호텔의 1408호에 대한 내용이었다. 조사해보니 그 호텔의 그 방은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곳이었고, 엔슬린은 그 방에 투숙하기로 한다.

 

 

 

 

 

호텔 매니저는 1408호에 투숙하겠다는 그를 간곡히 만류한다. 그 방에서 1시간 이상 버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호텔 설립 후 95년간 그 방에서는 무려 56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매니저는 그 방이 악마에 점령된 방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엔슬린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

 

 

 

 

 

결국 엔슬린은 방 열쇠를 얻어내고, 문제의 1408호에 들어간다. 생각보다 방은 평범해보였다. 그러나 조금씩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방에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이 라디오 겸용 시계이다. 처음에는 멀쩡히 시간을 알리던 시계였던 이것은 갑자기 60:00 부터 시작하여 1초씩 시간이 줄어든다. '이 방에서 1시간 이상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는 매니저의 말처럼, 이제 엔슬린의 목숨을 걸고 1시간 동안의 온갖 기묘한 괴롭힘이 일어난다.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의 괴롭힘-_-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괴롭힘이란 나의 심리적인 부분에서 오는 거지만 ㅋㅋ

 

처음에는, 팀블로그를 정말 쉽게 생각했다. 당시에 나는 지금보다 한가했고 (...) 글 쓰는 것 자체도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잘 써야 한다는 중압감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블로그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마감에 시달리고 마감일을 못 맞추고 그러는 것을 잘 이해를 못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팀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내 블로그에 나는

다른 애들 말로는 나름 마감일도 있고 그래서 스트레스 좀 받는다던데 ㅋ

난 마감은 잘 지킬 자신이 좀 있어서 ㅎㅎ (날짜에 압박받는거 싫어해서 미리 써버리는 성격-_-)

↑ 이런 글도 썼었고 ㅋㅋㅋㅋ

지금은 그만둔 초기 필진 동생에게 "한달에 글 하나인데, 글 하나 쓰는데 세시간 정도 걸린다고 쳐도 하루에 10분도 안 쓰는건데 그게 어려워?"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난 바보였다 -_-;;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초반엔 정말 마감이 두렵지 않았다. 마감 전에 잘 썼다. 언제부터 마감 지키기가 힘들어졌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또 다른 팀블로그를 하나 시작한 이후부터도 아니고, 그로부터도 좀 더 나중이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마감이 진짜 빠듯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한달이라는 시간, 나는 팀블로그 두개를 하니까 사실상 보름이라는 시간. 그 안에 소재를 정하고 글을 구상하고 실제로 써야 한다. 갈수록 소재도 못 골랐는데 마감이 눈 앞에 성큼! 이런 적이 아주 자주 있다.. 글을 쓰는 것 그 자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장 큰 요인은 마음이 해이해졌다는 부분일 것이다. 요새 진짜 바빠졌다는 것도 마감을 벅차게 하는 요인이 되었던 것 같지만..

그래서 지난번에 한달 정도 쉬어가면서 마음을 재정비하자고 했을 때 쫌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마감에 나는 날짜를 헷갈려서 하루를 늦었다. (바보다..ㅠ)

 

개인적으로 나는 글 쓸때 아주 공들여 쓰는 편이 아니다. 퇴고 같은 것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나는 쓰면서 고쳐가며 쭉쭉 글 쓰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글에 대한 나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받지 않고 -_-; ㅋㅋ 내가 쓴 글에 대해서는 대체로 애착을 갖는 편이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글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맘 편하게 쓰는 것과 달리, 같이 글 쓰는 친구들은 글의 퀄리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나도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사실 나는 아직도 이 팀블로그에 글 쓸을 쓸 때마다 형식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다. 글의 구성이랄까, 그런거 말이다. 나는 처음에 '책과 음악을 제외한 대중문화 전반'을 맡기로 하고 들어왔고, 음악을 담당하던 필진이 빠진 후는 음악 쪽도 건드리기도 한다. 그런데 매번 글 쓸 때마다, 내가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냥 영화 소개 글만 쓰는 것도 마뜩잖고, 그렇다고 분석 글을 쓰기에는 내가 너무 시간이나 에너지가 딸리고, 그래서 내 일상적인 이야기를 접목시키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다보니 너무 내 과거팔이를 하는 것 같고.. (게다가 '일상' 분야를 하고 있는 란테곰은 글에 허구를 섞어 쓴다고 하는데 나는 여기다 쓰는 건 픽션 없는 100% 리얼이란 말이지.. -_-)  어쨌든 그렇게 한달 한달 글을 쓰고 있긴 한데, 역시 쓰면 쓸수록, 글 쓰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는 인생의 즐거움이란 뭘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좋아서 하는 무언가- 말이다.

전전 직장의 상사 중 한명은 내게 "나는 내가 재밌지 않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건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싫은 일도 해야만 하는 혹독한 인생 속에서도 분명 좋아하는, 즐거운 일은 있다. 나에게 '글 쓰는 것'이라는 일도 그런 종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잘 못해도, 가끔 귀찮아도, 결국은 재밌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을 만난 것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랫동안 잘 해온만큼, 앞으로도 계속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 팀블로그도, 나의 글쓰기도, 우리의 인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