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다시 사랑했고, 다시 버림받았고, 그래서 자살했다.
어디까지나, 베르테르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저자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출판사
- 민음사 | 1999-03-2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불멸의 작가 괴테의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갖가지 문화행사들...
수많은 젊은이들을 자살로 몰아넣으며 일약 짝사랑계의 히어로로 탄생한 베르테르(?!)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을 탄생시킬 정도로 격렬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하는 젊고 순수한 감성의 이 변호사는 사랑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실감하고 로테를 떠나가지만 그건 단지 추진력을 얻기 위한 떠남이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 이제는 약혼한 상태가 아니라 결혼을 해버린 로테를 보면서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으니까. 오히려 더 뜨겁고 더 아프게.
자, 로테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마을 무도회에서 춤 한 번 췄을 뿐인데 이 놈이 나한테 반했다. 우울증이라고 해서 좀 친절하게 대해줬을 뿐인데 자꾸 들이대기에 도시에 나가 일하는 약혼자가 있다고 강조까지 해줬다. 그런데도 자꾸만 찾아와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한다. 얘가 왜 이러나 싶어 마음이 불편해지는 찰나에 마침 약혼자가 돌아왔는데, 이 새끼 봐라? 이번엔 나로 모자라서 내 약혼자에게 접근해서 친분을 쌓고 있다!
생일이라고 하기에 작은 선물을 했더니.... 아뿔싸, 광기에 사로잡혀 내 선물을 사랑의 징표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행히 정신을 좀 차렸는지 떠나겠다고 하니 어서 보내버려야겠다, 잘됐다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다시 돌아와서는 또 추근대잖아...? 남편이 이걸 좋아할리가 있나.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남편의 충고를 듣고 베르테르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으려나. ... 그리고 이 변호사 양반, 내 남편에게 총을 빌려 자살해 버렸다. 오오 주여!
그래, 우리는 괴테의 말빨에 사로잡혀 로테도 베르테르에게 마음이 있었다고 착각해 왔던 게 아니었을까. 단지 베르테르 혼자 마음을 빼앗겼을 뿐인데, 사랑의 광기에 목졸린 남자의 말을 고스란히 믿어버린 나머지 조금 쾌활할 뿐인 정숙한 숙녀의 마음을 의심한 게 아니었을까.
로테가 베르테르를 단지 연민과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고 생각했을 때, 베르테르의 행동거지는 스토커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로테가 무슨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하건 상관 없이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애정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테를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이성과 윤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가여워해야 할 대상은 노란 조끼에 푸른 연미복을 걸치고 창백한 얼굴을 한, 남의 약혼녀(나중에는 부인)에 몸 달아하는 풋내기 어린 변호사 양반이 아니라, 친절을 베풀었을 뿐인데 스토킹으로 답례받았으며 심지어는 '내 남편 총 빌려 나 때문에 자살한 남자' 를 평생 기억하고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된 로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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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봐야 할 작품으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있다. 아니 대체, 사랑방 손님의 입장은 어쩔 거냔 말이지. 그 아저씨가 옥희 엄마를 좋아했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냔 말이다. 외로운 나머지 애가 한 말에 솔깃한 옥희 엄마만 억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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