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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01306 / 변화] 세상에서 제일 현명한 바보, 이반. by 김교주

변화 라는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다. 카프카가 러시아 작가가 아니라는 것과는 별개로, 문득 변화와 변신은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진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곧 포기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미련을 버리기가 힘들었다. 

 

톨스토이의 단편 가운데 하나로 소설이라기보다는 동화로 더 그 이름을 떨친 <바보 이반>은 러시아에 널리 알려져 내려온 민담을 톨스토이가 자신의 방식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욕심 사납고 권력 및 명예욕에 사로잡힌 형들을 둔 바보 이반이 악마의 꾐에 넘어가지 않고 우직하게 노력한 끝에 공주와 결혼해서 왕이 되며, 왕위에 오른 후에도 그 우직함을 잃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는 이 이야기에서 변화의 조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바보 이반

저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출판사
(주)하서 | 2006-04-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의 단편 선집 톨스토이의 모든 사상이...
가격비교



사실 톨스토이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지주와 귀족들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도 끝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가난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소작농들의 삶에 대한 연민과,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그런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었겠으나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 작품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영웅담이 된다. 

 

이반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이 바보다. 바보 이반, 이라는 타이틀 롤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할 때의 시골 농부의 아들에 불과했던 이반은 작품 말미에서는 왕이 되어 있다. 그의 내면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을지 몰라도 세상이 그를 보는 눈은 변할 수 밖에 없는, 신분의 급상승이 이루어진 것이다. 


더욱 슬픈 사실은, 이 소설이 무려 사회 비판이라는 깊은 의식 속에서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반의 성공과 영웅화는 결국 왕이 된 이후에야, 즉 신분이 상승해야만 이루어진다는 통속적이고 의례적인 흐름을 톨스토이가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이자 농부인 상태에서는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인지, 독자 일반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인지는 알 수 없다.  .... 맞다, 내가 지금 톨스토이를 까고 있다. 미친 모양이다. 

 

이반이 자신에게 주어진 명예와 권력을 즐겼는지 누렸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중요한 점은 그의 우직함이 빛을 발해 그에게 찾아온 "행운"이 명예와 권력이라는 데 있다. 이반이 나라를 통치할 마음이 있었건 없었건, 국민들을 다스렸건 아니건, 왕이 되었다는 것, 한 나라의 수장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반을 영웅화하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도, 왕의 우직함을 본 국민들이 감화되어 그 우직함을 그대로 따라 배우게 된다고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반이 왕이 되는 순간, 이반은 그 자신의 지위 뿐 아니라 국가적인 분위기마저 변화시킨 셈이다.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은 영웅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누구나 영웅이다. 다른 사람보다 무엇인가 부족해도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은 영웅이다. -톨스토이, <바보 이반> 중에서

 

 

 

나 횡설수설 했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