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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01301 / 도박] 이 한 장의 카드에 나의 모든 운을 걸고. by 김교주

군인 게르만은 카드게임을 즐기면서도 내기는 하지 않는 사내지만 어느날 동료가 늘어놓는 노 백작부인의 도박에 얽힌 일화를 전해 듣고 일확천금을 꿈꾸게 된다. 게르만은 백작부인으로부터 카드게임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그녀의 수양딸인 리자를 아무 죄책감도 없이 이용하고, 마침내 백작부인과 조우하게 되자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그녀를 협박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백작부인은 갑툭튀한 게르만에게 비밀을 알려주기는 커녕 격노하며 권총을 들이대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 여왕

저자
푸슈킨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2-04-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러시아 리얼리즘 소설의 선구자이자 시인인 푸슈킨의 '벨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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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소설 <스페이드 여왕>은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후반기 작품이다. 

명문 귀족 집안 장남이었고, 전문학교 졸업 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외무성에 근무하기도 했던 이 잘난 놈은 러시아 리얼리즘의 초석을 쌓았고, 38세의 젊은 나이에 자기 마누라를 짝사랑하는 프랑스 망명귀족과의 결투 끝에 사망하기까지 <벨킨 이야기>, <에브게니 오네긴>, <대위의 딸> 따위 감히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엄청난 작품들을 쏟아냈다. 

... 개객기. 너무 잘난 놈들은 항상 기분 나빠. 


<스페이드 여왕>은 공포와 스릴러의 중간 정도에 발을 걸치고 있는데, 사실 요즘의 작품들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푸시킨은 특유의 간결한 필치로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에 코를 박고 몰입하게 만든다. 


주인공 게르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결국 '돈'이고, 그는 '돈'을 위해 사랑과 사람을 이용함에 있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가 백작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양심이나 도덕적 책무 때문이 아니라 망자가 살아있는 자에게 끼칠지도 모를 해악을 피하기 위해서일 만큼 그는 철저히 냉정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그토록 냉철한 인물이 결국에는 도박에 자신의 모든 명운을 걸게 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자연스러워서 더욱 놀랍다. ... 개객기.


놀랍게도 나는 이 책을 영어로 먼저 읽었다. 중학 시절 영어 선생님이 방학 숙제로 이 작품의 영문판 번역을 해 오도록 하셨기 때문인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분 당췌 무슨 생각이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푸시킨의 문체가 간단 명료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작품에서, 푸시킨은 도박의 마력에서 비롯된 착각이 만들어내는 비극을 백작부인의 윙크라는 장치를 통해 보여준다.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 군인조차 한 번 빠져들면 벗어나지 못하는 늪처럼, 마수에 걸려들어 허덕이다가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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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 주제를 내놓게 되어 영광이었으며, 우리의 나이가 삼땡이 되었음에 착안하여 도박 이라는 주제를 던진 내 자신에게 사실은 뿌듯해하고 있소...

2013년 김교주의 테마는 러시아 문호. .. 하지만 과연 잘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