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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01808 / 퀴어] 다만 약간 안쓰러움. by 란테곰





이런 뮤직비디오를 꺼내놓고서 칼머리에 힙합바지 입고 삼삼오여 모여놀던 이반 친구들 얘기를 하면 어떨까. 그 친구들이 즐겨 모이던 곳을 지나가면 두 여자에게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하세요 형이라는 인사를 동시에 듣게 되는 경우가 잦았었고, 그때마다 기분이 좀 오묘했는데. 어차피 그 친구들의 대부분은 유행을 좇고 흐름에 편승했을 뿐 성향을 드러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아 논외로 치고, 우연히 만났던 두 친구 얘기를 좀 해보려 한다.


한 친구가 있었다. 그네들이 꿈꾸는 남자가 과연 뭔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를 만드려는 굳은 의지로 처음 만나자마자 배에 주먹을 꽂아넣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화려한 검을 옷을 입었더랬다. 화려한 검은 옷이라 하니 표현이 이상하지만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옷이었다. 두 번째 만날 적엔 그 친구가 갑자기 터진 코피가 멈추질 않아 술 마시다 말고 응급실에 데려간 적도 있었다. 그 친구는 마음이 맞는 상대와 둘이 함께 지내고 있다 했다. 짧지 않은 기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헤어졌다. 갈등이 있었고, 그게 깊어졌고, 싸우고 난 뒤 회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보통의 연애와 상대의 성별이 다를 뿐 그냥 모든 것이 똑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또다른 친구가 있었다. 그네들이 꿈꾸는 여자가 과연 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만나자마자 오빠라고 부르며 악수를 청했던 친구였다. 그러고보니 그 친구도 화려한 검은 옷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옷을 입었었다. (뭔가 나름의 아이덴티티같은 것인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는 오랜 시간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 있다고 했다. 고백을 하고 싶지만 그 사람은 자기와 같은 성향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후폭풍이 두려워 계속 참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술기운을 빌어 고백을 했다가 차인 것도 모자라 고백했던 사람이 주변에 떠벌리는 바람에 아웃팅을 당했었다. 아웃팅을 당한 뒤 엉엉 울면서 소주잔을 비우던 그 친구를 다독이며 술을 마실 적에 물어보려다 꾹 참은 말이 있었다. 맘처럼 안 되냐고. 근데 당연히 맘처럼 안 되니까 그렇겠지라고 자답한 뒤 조용히 잔을 비우고는 친구 어깨를 토닥여줬다. 헤어질 적에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난 이제 바뀔 거 (아니 그 친구 말로는 숨긴다고 표현했다) 라고. 그 얘길 듣고 나서 물어봤었다. 맘처럼 되겠냐고. 내 질문을 들은 그 친구는 군입대 전날의 이십대보다 더 비참한 표정으로 나만 참으면 돼요. 라고 말하고는 등을 돌려 걸어갔다. 


만나자마자 배에 주먹을 꽂아넣던 친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결혼식에 불러주었는데 못 간 것이 아직도 미안하다) 주변에 아웃팅을 당했던 친구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고 들은 지금 그네들 얘기를 꺼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네들의 다른 성향이 내게 끼친 악영향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색안경을 끼고서 호기심이라는 이름으로 던져대는 말로 된 돌덩이에 맞으면서도 버티던 친구들이었다. 대체 어떤 점이 그렇게 좋니 연애는 어떻게 하니 키스는 하니- 등등 수없는 돌덩이들을 그저 내가 다른 취향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묵묵히 맞고, 때로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까지 해주던 그네들이었다. 딱 한 가지가 다를 뿐인데도 사람이 이렇게나 폭력적일 수 있고, 맞아온 사람들은 그렇게 체념할 수 있는 것인가 라고 생각했었다. 




요즘은 축제도 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응원하지도, 크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근데 그 축제에 파리가 많이 꼬인다고도 들었다. 사람에 따라서 이해를 못할 수도 있고, 그걸 넘어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은 이해를 한다. 근데 왜 굳이 남들 잘 노는 곳까지 쫓아가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인가엔 의구심이 든다. 이해가 안 되고 거부감이 든다면 관심을 안 가지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