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01112 / 안식] 시간의 강을 지나 by 에일레스

에일레스. 2011. 12. 31. 18:43

흡혈귀, 또는 뱀파이어. 박쥐나 늑대 등을 수하로 부리며,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괴물, 또는 귀신.
수많은 초자연 캐릭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뱀파이어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때문에 수 세기 동안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왔고, 책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수없이 재탄생했다.
초자연 캐릭터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대부분의 뱀파이어물도 호러의 성향이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아마 이 영화를 기점으로, 뱀파이어 장르 작품이 '호러'로만 표현되지 않게끔 되었던 것 같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작품, <드라큘라>가 바로 그 영화다.

드라큘라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92 / 미국)
출연 위노나 라이더,게리 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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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는 드라큘라의 탄생에 대한 설명이다. 트란실바니아의 왕자인 드라큘라는 신을 위해 십자군 전쟁에 나가 싸웠으나, 그의 전사 오보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가 자살을 한다. 그는 비탄에 빠지지만, 자살한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교회 측 입장에 분노하여 신을 거부하기로 결심한다.



 

 

 

 

 


4세기 후. 드라큘라는 런던의 땅을 구입한다는 핑계로 변호사인 조나단을 루마니아에 묶어둔 채 런던으로 혼자 건너온다. 그의 목적은 조나단의 약혼녀이자 자신의 아내 엘리자벳의 환생인 미나를 만나는 것.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시간의 강을 건너왔소"
미나와 만난 드라큘라의 저 대사는 개인적으로 꼽는 가장 로맨틱한 대사 중 하나다.
드라큘라와 미나는 만남을 거듭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미나는 조금씩 전생을 기억해내기 시작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입장이라 그러한 자신의 마음에 주저한다. 결국 미나는 루마니아의 드라큘라 성에서 탈출한 조나단의 연락을 받아 그와 결혼하기 위해 떠난다. 드라큘라는 미나가 떠났다는 소식에 절망하고, 미나는 드라큘라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결혼 후 다시 런던에 돌아온 미나는 마침내 자신의 전생을 모두 기억해내고, 다시 찾아온 드라큘라에게 '그와 똑같이 되고 싶다'고 간청한다. 드라큘라는 그녀를 그렇게 만들 수 없다며 괴로워하지만, 결국 미나와 피를 나누고 그녀를 자신과 같이 만들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드라큘라를 추적하던 반 헬싱 교수는 루마니아까지 드라큘라를 쫓는다. 반 헬싱 교수 무리에게 공격당한 드라큘라는 미나에게 평화들 달라 간청하고, 미나는 그의 가슴에 칼을 밀어넣고 그의 기나긴 뱀파이어로서의 삶의 시간을 끝내준다. 다시 예전과 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는 드디어 안식을 얻는다.

'불로불사'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수없이 다뤄진 이야깃거리다. 옛날 진시황도 불로초를 그렇게 찾았다고 하고, <드래곤볼>에 나오는 프리더도 드래곤볼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소원 역시 영원한 젊음이었다. 
그렇지만 죽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삶 역시 그다지 축복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뱀파이어로서 살고 있는 드라큘라를 짐승의 모습이나 추하게 늙은 노인의 모습이 되는 것으로 묘사하어 그렇게 사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말한다.
그래서 그는 미나가 자신의 모습처럼 되겠다 했을 때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괴로워했고 (최근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도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벨라의 청을 에드워드가 계속 거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삶을 끝내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라고 하지만 20대 초반까지도) 40살까지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기도 해서 주변 친구들이 질색하던 기억이 난다 -_-ㅋ
40이 멀지 않은(이제 10년도 안 남았으니 -_-) 지금은 뭐, 굳이 그런 표현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렇게 오래 살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지금 당장 죽어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안식''이라는 소재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죽음'을 떠올렸고, 죽음을 진정한 안식처럼 그린 이 영화의 결말이 좀 더 인상깊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 영화를 기독교인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비종교인이라 이런 말 하기엔 조금 조심스럽긴 하다.)
앞서 본 첫 장면에서 신에게 분노하던 드라큘라가 십자가에 칼을 꽂자 콸콸 피가 쏟아져나오는데, 그는 피를 받아 마시며 말한다. "피는 생명이요, 생명은 나의 것이로다." 피를 받아 마신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드라큘라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것을 단번에 상징해보이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는 한편, 그 피가 십자가 등 신을 상징하는 물체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또 한번 의미심장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라큘라와 미나가 진실한 사랑의 마음을 나눌 때 갑자기 초에 불이 켜지고 오래된 십자가의 칼자욱이 사라지면서 미나의 대사로서 '사랑이 그들을 구원했음'을 알리는데, 나는 이 장면들이 신의 '진짜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라 봤다.
엘리자벳의 영혼이 구원받지 못한다고 알려주는 건 신의 이름을  대신하는 사제이다. 십자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신이 입은 상처이고, 혹은 눈물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제는 신의 뜻을 받드는 존재이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신의 뜻을 몰랐던 것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신은 아직 아직 '악마'인 상태의 드라큘라를 용서하고 구원했음을 알린다.
내가 생각하는 신은, 이 영화 속의 묘사처럼, 좀 더 너그럽고 자애로운 존재다. 영화 속 저 시대 뿐 아니라 현대에 이르러서도 신을 믿는다 말하는 인간들의 입과 행동이 오히려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봤다. 이런 것들을 기독교인들이 좀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 라고 써봤자 누가 이 글을 보려나. ㄷㄷ


이렇게 올해의 마지막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간 함께해준 두 친구에게 감사를 전한다. 많지는 않지만 이 글을 읽어주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새해에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_^




사족:
어렸을 때 볼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발견한 것.
저 위의 장면에 나오는, '자살한 자의 영혼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제,  안소니 홉킨스다!!
이 영화에 반 헬싱 교수 역으로 나오는데, 이런 깨알같은 1인 2역을 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