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01111 / 진실] 그와 그녀의 진실 by 에일레스

에일레스. 2011. 11. 30. 00:19

원래 가을은 로맨스 영화의 계절이다.
물론 요새는 날씨가 계속 덥다가 금세 추워졌다가 또 따뜻해졌다가 하는 통에 언제가 늦여름이고 언제가 초겨울인지 헷갈리기 쉽지만, 내 마음 속에서 11월은 아직 '가을'의 범주에 속해있다.
그래서 이번엔 로맨스 영화를 가져와봤다.
가을과 어울리는.


로마의 휴일
감독 윌리엄 와일러 (1953 / 이탈리아,미국)
출연 그레고리 펙,오드리 헵번
상세보기

가상의 나라의 공주인 앤(오드리 햅번)은 유럽 순방에 나서면서 바쁜 스케줄에 시달린다. 로마에서의 빡빡한 일정을 보내던 어느 날, 앤 공주는 몰래 궁정을 빠져나와 버린다. 그녀가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은 로마에서 일하고 있는 미국인 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 좀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앤을 방에서 하룻밤 재워 준 조는 그녀가 공주임을 알고 그녀를 이용해 특종을 얻을 계획을 세운다.



 


앤 공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애니아'라는 이름을 대며, 자신이 학교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말한다. 조 역시 그녀의 정체를 모른 척 하고 자신이 기자라는 것을 숨긴다. 조는 친구인 사진기자 어빙을 데려와 그녀의 사진을 찍게 하고, 로마 시내 곳곳을 앤과 함께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온 세상의 관심을 받는 공주이지만 그만큼 생활에 제약이 많았던 앤은 모든 것을 놀랍고 신기하게 받아들이고, 조는 그녀의 밝고 천진한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게 된다.



 

 

 

 

 

 

 

 

 

 

 

 

 

 

 

 

 

 


조가 앤을 데리고 '진실의 입'을 보러 왔을 때의 이 장면은 진실을 감추고 있는 두 사람이 자신들의 비밀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나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앤은 자신의 비밀 자체를 아예 숨기려 하고, 조는 그것을 장난스럽게 포장해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 두 사람이 진실과 상관없이 서로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장면 역시 이 부분이다. 진실 앞에 서서, 조와 앤은 어떤 이름도 신분도 상관없이 오직 각각의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공주는 자신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함을, 그리고 조는 공주를 그 자리로 보내줘야 함을 잘 안다.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의 마음이었다. 그전까지 공주를 이용한 특종을 터뜨리겠다고 공언했던 조는 집까지 찾아온 편집장에게 기사가 없다고 하고 되돌려보낸 후, 사진을 찍었던 어빙에게 기사를 쓸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둘은 어빙이 현상해 온 앤의 사진을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마침내 마지막 장면.
조와 어빙은 공주의 기자회견장으로 간다. 우아한 걸음걸이로 걸어나온 공주는 기자들 속에 서 있는 조를 발견한다. 이제 서로가 숨겨왔던 비밀은 풀렸고,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는 진실의 시간이다.



 

 

 

 

 

 

 

 

 

 

 


기자회견 말미, 공주는 기자들에게 가까이 가서 하나하나 인사를 나눈다. 이때 어빙은 앤에게 그가 찍었던 사진들을 건네준다. 그리고 조는 앤과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악수를 나누고, 눈인사로서 작별을 한다.


왕족과 일반인의 사랑 이야기 같은 건 사실 참 많이 있다. 최근에 재벌과 일반인의 사랑 이야기-로 바뀌면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실제 있을 법하면서도 있기 어려울 듯한 로맨틱한 이야기를 애틋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질 필요는 없다는 것- 같은, 특별한 상상을 하게 해 주니까.

역시 가을에는 이렇게, 로맨스 영화를 봐 줘야 한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오드리 햅번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추가로 한컷 더 넣어봄-_-*
이 영화를 빛내는 요소에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의 사랑스러움과 키크고 잘생긴 미남 그레고리 펙의 조화도 한 몫을 했음은 정말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정신까지도 숭고했다니. 정말 하늘이 낸 사람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