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01110 / 첫사랑] 눈 내리는 마을의 전설 by 에일레스

에일레스. 2011. 10. 30. 03:30

첫사랑이라..
이 샤방한 단어를 보고있노라면 새삼 내가 나이가 참 많구나-를 생각하게 된다. 
첫사랑은 뭔가 하얗고 맑고 순수하고 청순한.. 느낌인데, 나는 이제 그 어떤 단어와도 안어울리는 것 같달까. ㅋ

어쨌거나 이번 주제에 맞춰 고른 영화는, 위에 말한 그 첫사랑의 느낌처럼 하얗고 맑고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려주는 이야기다.



가위손
감독 팀 버튼 (1990 / 미국)
출연 조니 뎁,위노나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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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의 어느 집. 할머니가 어린 손녀를 재우려고 한다. 손녀는 눈이 어디서 오는건지 궁금해하고, 할머니는 침대에 누운 손녀에게 긴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한다. 그것이 이 영화, 이 이야기의 첫 장면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가위손'이라 불린 에드워드(조니 뎁)이다. 에드워드는 산 꼭대기의 고성에 살던 발명가가 만든 인조인간 청년이었다. 발명가의 죽음으로 인해 아직 미완성인 상태라 손 대신 가위날이 달린 채 살던 에드워드는 우연히 그 성에 들른 팩(다이안 위스트)에게 이끌려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팩의 집에 도착한 에드워드는 그녀의 가족 사진을 보다가 처음으로 킴(위노나 라이더)의 사진을 본다. 
킴을 향한 에드워드의 순수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킴은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다. 킴의 남자친구 짐은 멀쩡하게 생겼지만 전형적인 망나니-_- 타입으로, 좋은 밴을 사기 위해 아버지의 영상 장비를 훔쳐 팔아넘길 계획을 세운다. 킴을 좋아하는 에드워드를 이용해서.
킴은 반대하지만 결국 짐에게 설득당한다.
짐은 '누군가 훔쳐간 자신의 물건을 도로 찾아온다'는 핑계를 대고 에드워드를 꼬셔서 아버지가 장비를 숨겨놓은 방의 문을 따게 하지만 경찰에 걸리고, 에드워드를 둔 채 도망친다.
경찰서에서 풀려난 에드워드에게 킴이 다가가 사과한다.


 

 

 

 

 

 


킴은 아마도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처음 받아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는 예쁜 10대 여학생이었고, 남자친구인 짐도 잘나가는 또래 10대였고 조금 우악스러운 녀석이었으니.  
그날 저녁 식탁에서, 킴의 아버지는 에드워드에게 도덕성을 가르쳐야 한다며 문제를 낸다.

 

 

 

 

 

 

 

 

 

 

 

 


"사랑하는 이에게 주겠다"는 에드워드의 대답에 킴은 살짝 미소짓고, 에드워드의 그 대답이 멋있다고 두둔하기까지 한다. 에드워드의 순수한 마음을 점차 느끼기 시작하는 중이라 하겠다.
그리고 곧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던 킴은 정원에서 얼음을 조각하는 에드워드를 본다. 에드워드가 깎아내는 얼음 조각에서 눈송이처럼 얼음 가루가 날린다. 
 
에드워드는 마을로 내려온 이후 가위손을 이용해 마을의 많은 것을 다듬고 만들어낸다. 정원수를 온갖 조형물로 창조하고, 강아지 털을 깎아 예술적인 미용을 하고, 마을 여자들의 헤어스타일까지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에드워드는 뭔가 '쓸모있는' 존재가 된다.
에드워드가 사는 마을은 조용하고 정형적이고 인공적이다. 에드워드의 창조물들은 그 마을의 인공미를 한층 강조한다. 잘 꾸며져있고 아름답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사람들은 에드워드가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 에드워드는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을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사람들은 에드워드 앞에 줄을 서서 그가 자신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기를 기다린다. 앞서 말했던 킴의 남자친구 짐 역시 에드워드의 잠긴 문을 여는 능력을 자신의 필요를 위해 사용한다. 모두가 에드워드에게 어떤 '결과'를 바란다.

에드워드가 킴을 위해 만들어내는 얼음 눈꽃은 그간의 에드워드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것은 결과물보다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그것은 곧 킴은 에드워드를 어떤 것을 얻기 위한 도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자연물'인 눈꽃은 '인조인간'인 에드워드가 만들어내는 가장 순수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에드워드가 쏟는 사랑 속에서 킴은 기쁨에 들떠 춤을 춘다.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그래서 특별히 Gif로 넣었음 -_-*)


 

 

 

 

 

 

 

 

 


마을 사람들은 이제 에드워드를 위험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에드워드는 다시 성으로 간다. 킴은 에드워드를 쫓아 성으로 가서 그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에드워드가 평온하게 살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현재.
처음의 그 장면으로 돌아가, 할머니가 손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나이먹고 늙은 킴이다.


 

 

 

 

 

 


영화는 마을에 내리는 눈이 에드워드가 만들어내고 있는 거라는 낭만적인 믿음 속에서 끝이 난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이 아마 초등학생 때였을 것이다. 에드워드가 나무나 사람의 머리카락을 다듬어 만드는 기묘한 형상들을 아주 흥미롭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자라면서 몇 번 더 이 영화를 봤고, 그때는 눈의 생성에 대한 동화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점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위노나 라이더가 진짜 예뻤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찍을 당시 실제로 10대였던 위노나 라이더는 말 그대로 청순하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조니 뎁과 연인 관계이기도 했는데, 조니 뎁이 그녀의 이름을 문신까지 했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얼마 전 <블랙스완>에 은퇴한 발레리나 역으로 등장했던 위노나 라이더는 너무 변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한다. 초딩이었던 나는 이제 만 나이로 따져도 30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위노나 라이더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가장 강력한 이미지는 여전히 이 영화 속 아름답게 춤추는 킴의 모습이다.

사람들에게 첫사랑이란 것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파에 찌들고 거칠어져도 놓을 수 없는,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운 때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