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 / 그림] 재능을 갖고 싶다 by 에일레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의 어느 한 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유시진, <쿨 핫> 6권 중에서
맞다. 미술은 태고로부터 있던 인간의 자기 표현 방식이다. 문자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은 그림으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활과 역사를 기록했다. 어떤 형식도 없는 가장 순수한 표현. 그래서 미술은 매력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저런 다양한 양식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미술은 각자의 고유한 의미를 분출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다.
이걸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어릴 때다. 초등학교 1학년 쯤? 당시에 아주 잠깐 미술학원을 다녔었는데, 학원에서 배우는 아주 기초적인 걸 하는데 내가 생각보다 잘 못하는 거였다. 4B연필로 살살 음영을 주면서 점점 진하게 하는 그런 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되게 단순한 건데도 뭔가 잘 못하겠더라..
커가면서 확실히 알았다. 아..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구나..
고등학생 때 쯤엔 집에서 드래곤볼 만화책을 펴놓고 거기에 나온 마인 부우 그림을 동생이랑 둘이 따라그렸는데 동생이 더 잘 그려서 내심 충격 받은 적도 있다. 운동 능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내가 동생보다 못하는게 거의 없었는데 (라고 쓰면 누군가는 자만이 아니냐 하겠지만 실제로 그랬단 말이야. 흠흠) 내가 더 그림을 못 그린다니..!
나는 뭐랄까.. 약간 공간 감각?이 없는 것 같다. 그림의 구도라던가 구성을 일단 잘 못 잡는다. 그러다보니 따라그리는 것도 영 어설픈 것이다. 색채 감각도 좀 부족한 것 같고..
학교에서 겪는 몇번의 그림 그릴 일들을 제외하면, 살면서 그림 그릴 일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 별 문제는 아니긴 하다. 굳이 문제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예술 쪽을 꽤 동경하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다.
나는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한 동경이 있다. 글이라던가, 음악이라던가, 사진이라던가, 미술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나름 글을 좀 잘 쓴다는 자부심을 가졌다가 그게 깨지면서 은근 상처받은 적도 있고 ㅋㅋ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어떻게든 노래를 즐기는 삶을 꿈꿨고, 사진도 한때 꽤 관심을 가져서 나름 이거 저거 찍고 다닌 적도 있고..
그런데 미술만큼은 정말 관심이랑은 다르게 잘 안 됐다. 끄적끄적 하는 낙서조차도 그림 그리는 걸로는 도저히 뭐가 안되더라고.
그래도 관심은 있으니까, 한동안은 전시회 같은걸 보러 다니는 걸 낙으로 삼았던 적도 있다. 요즘도 잘 다니지는 못하지만, 보는 건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생긴 조금 웃기는(?) 사례라면.. 이런 것이다. 한동안 컬러링이 엄청 유행했던 적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시간도 잘 간다고들 그랬다. 꽤나 예쁜 책들이 많이 쏟아져나왔고, 서점에서 구경하다가 조금 혹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컬러링 책들을 한 권도 사지 않고 버텼다. 왜냐하면.. 분명히 내가 색을 칠하면 뭔가 안 예쁘게 이상하게 칠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걸 내가 잘 모르면 괜찮은데, 어쨌거나 또 보는 눈은 조금 있어서 ㅠㅠ 내가 색칠한 것을 보고 스스로 마음에 안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다 -_-.. ㅋㅋ
그림을 좀 잘 그릴 줄 알았다면, 좀 다른 쪽으로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까? 하고 가끔 생각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난 블로그를 꽤 오랫동안 해왔는데, 내가 그림을 좀 그릴 줄 알았다면 그걸 일상툰 같은 느낌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냥, 나에게 없는 재능이라 아쉬워하는 부분-이라고 하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