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1610 / 쓰다] 변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 by 에일레스

에일레스. 2016. 11. 3. 02:09

 

1960년대, 미국 남부 미시시피의 소도시 잭슨에 사는 흑인 여성 에이블린의 직업은 '가정부'이다. 에이블린은 자신이 가정부가 될 줄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가정부였고, 그녀의 할머니는 노예였기 때문이다. 에이블린은 백인 가정에 가정부로 들어가 살림을 돌보고 백인 아이들을 키웠다. 그렇게 그녀 손에서 자란 백인 아이가 열 일곱이나 되었다.

 

어느날 작가가 꿈인 백인 여성 스키터가 에이블린에게 접근한다. 처음에는 그녀가 맡은 신문 칼럼에 의견을 구한다는 목적이었으나, 그 다음에는 가정부의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며 에이블린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비밀을 보장한다는 스키터의 말에도 불구하고, 에이블린은 자신이 말한 것을 사람들이 알게될까봐 걱정하여 인터뷰를 거절한다. 그러나 심경의 변화가 생긴 에이블린은 스키터와 단둘이 만나게 되고, 기도를 하면서 글을 쓰던 습관처럼 글로 썼던 것을 스키터에게 읽어주기 시작한다.

 

그것이 영화 <헬프>의 시작이다.

 

※ 이 글은 영화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헬프 (The Help, 2011)

네티즌 9.35(2,941) 
기자·평론가7.17(9) 평점주기
개요 드라마2011.11.03.146분미국전체 관람가
감독 테이트 테일러
내용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 줄거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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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는 이상한 시대였다. 흑인 노예 해방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흑인은 백인과 다르게 대우받았다. 흑인은 백인과 다른 계단을 이용해 건물에 들어가야 했고, 흑인이 투표를 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흑인의 차나 집을 불태우는 일도 있었다. 백인들은 흑인과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조차 꺼렸다. 흑인이 무슨 안좋은 병을 옮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급기야 흑인 가정부의 화장실을 집 밖에 따로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자는 제안까지 나오는 판이었다. 흑인들은 그런 차별을 받으면서도 불만을 가지거나 그것을 표현하면 안 됐다. 그것만으로도 죄인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스키터와 마주앉자, 에이블린은 오랫동안 담아왔던 이야기를 펼쳐낸다. 다른 가정부들도 차츰 스키터에게 협조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모인 그들의 이야기로 스키터가 쓴 글이 [핼프] 라는 제목의 책이 되어 발간된다. 책은 차츰 화제에 오르고, 북부를 거쳐 남부까지 그 화제성이 퍼진다. 미시시피 잭슨까지도 책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있어 흑인 차별은 어떤 차별의 형태를 얘기할 때 가장 표본으로 삼기 좋은 사례다.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흔히 예시로 들곤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말로, 토론 모임 할 때 차별 이야기만 나오면 한참 예시로 많이 써먹었다..

인간은 동등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완전히 무시한 채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사례이고, 의식있는 사람들의 인권 운동을 통해 변화를 이루어냈으며, 이제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좋은 예시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인종 차별주의자들은 존재하지만, 그들의 사고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비판당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잭슨의 백인 집주인들은 책에 묘사된 인물들이 자기라는 것을 눈치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잭슨의 이야기가 아니며, 비슷한 남부 다른 지역일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정부들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를 감행한다. 얼토당토않은 트집을 잡아 가정부들을 해고하는 것이다. 에이블린 역시 그렇게 해고된다.

 

 

 

그러나 이제 에이블린은 변했다. 더이상 수동적이고 백인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는 흑인 가정부가 아닌 그녀는 못된 백인 힐리의 말에도 당차게 받아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다.

 

 

 

 

사랑으로 키우던 백인 아이를 두고 일하던 집에서 나오던 에이블린은 눈물을 훔치지만, 곧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오른다.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외롭지만 당당해보인다.

 

 

최근 여성혐오와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간 여성들이 오랜 시간동안 받아온 여성 차별에 대해 의식 개혁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본다. 차별을 참고만 있던 여성들이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의식있는 사람들이 개선을 위한 전환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다.

물론, 여성을 상품화하고 대상화하는 사례들은 여전히 엄청 많고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서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을까? 먼훗날 언젠가는 말이다.

 

 

 

... 그 전에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말이야...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