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 / 미련] 미련한 놈. by 란테곰
최근 들어 예전보다 많은 것이 여유로워졌고, 작은 것들이지만 하나둘씩 안정화되어가는 일이 생기고 있다. 아니,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까. 너덜너덜한 내 정신 상태와는 큰 상관이 없이 삶이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것이 그저 다행스럽고 또 다행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줬다 뺏는 것이라 했는데, 요즘 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언제부턴가 울리지 않게 된 전화기에선 그저 방치형 게임만 돌아가고 있다.
낮밤이 바뀌다 못해 아예 잠드는 시간마저도 일정치 않고, 그나마도 깊게 잠들지를 못해 시간 단위로 깨는 요즘, 그나마 깨고 나면 다시 잠들지를 못하니 머릿속이 붕 뜬 상태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놀이를 하다가 동네라도 걸어볼까 싶어 밖엘 나가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낮에 강변을 걷고 있다. 그들과 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헛생각을 품고 휘적휘적 동네 한 바퀴를 걷고 나면 한 시간이 흘러 있다. 기부 어플과 함께 걸어서 조금 덜 외로울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다. 그렇게 돌아와 씻고 나면 두어 시간 멀쩡했다가 또 잠들고. 깨고 나서 멍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답답함, 초조함, 복잡함이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풍선마냥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 다른 뭔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고 나 혼자만 끙끙 앓으면 되니까. 힘든 것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냐는 상담사의 질문엔 그냥 웃고 말았지만. 곤궁한 삶 가운데서도 흡연량이 늘어가는 것도 모자라 AA까지도 의심될 정도인 요즘의 자신은 진짜 답이 없다. 이게 내 한 몸이 아니고 동생을 챙겨야 하는 몸인데.
중학교 시절 샀던 이상은의 6집 공무도하가에 삼도천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애초에 중학생이 이해하기 힘든 앨범이었는데 그 노래는 특히 그랬다. 당최 이게 뭔 소린지, 나중에 선생님께 삼도천이 무어냐고 질문을 해 겨우 노래 제목의 뜻을 알고, 그 뒤 가사를 보고, 음을 들으며 감동을 되새김했었다. 뭐 그래봐야 친구들이 I miss you 부를 적에 삼도천이나 부르고 있는 좀 음침한 놈이었지만. 요즘 다시 즐겨 듣는다. 그 강을 건너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