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 / 가짜] 우린 스스로의 악마를 만든다 by 에일레스
최근 다에시(IS가 아니라 이 명칭이 맞다고 한다)의 테러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테러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그 핑계(?)를 대고 얼마 전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다에시가 지목한 테러 대상국에 포함되어 있는 만큼 아주 마음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지만, 테러방지법은 그 목적의 수상쩍음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9일간 이어진 필리버스터 등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기기도 했지만 결국 테러방지법은 통과됐고.. 지금은 또 사이버 테러방지법에 대한 이야기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중이다. 얼마 전 아는 동생이 민방위를 갔다가 사이버 테러 방지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거기선 다에시가 아니라 북한 얘기를 했다고.
음..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영화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좀 다른 시각을 볼 수 있는 영화여서 가져오게 되었다.
※ 스포일러 있음
- 네티즌8.85(15,480)
- 기자·평론가7.53(9) 평점주기
- 개요 액션, SF, 모험2013.04.25.129분미국 외12세 관람가
- 감독 셰인 블랙
- 내용 <어벤져스> 뉴욕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영웅으로서의 삶에 회... 줄거리더보기
- 관련정보 명대사 보기, 네이버 영화 - [아이언맨] 슈트의 모든 것
<아이언맨 3>는 토니 스타크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의 나레이션을 따라 영화는 1999년, 오래 전 과거로 돌아간다. 그가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에서 납치되기도 훨씬 전의 일. 모든 것은 거기서 출발한다.
영화 <어벤져스>에 나온 뉴욕에서의 사건을 겪은 후 토니는 정신적으로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다. 그 와중에 '만다린'이라는 테러리스트가 나타난다. 그는 곳곳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TV 전파를 해킹해 해적 방송을 내보내며 미국의 대통령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잔뜩 예민해진 토니는 만다린을 도발하고, 그의 집이 공격당한다. 토니는 다치고 자비스조차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머나먼 테네시 주에 혼자 떨어지게 된다.
그 곳에서 토니는 만다린의 정체를 밟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의 본거지로 숨어들어간다. 그리고 만다린의 실체와 마주친다.
만다린의 실체는 알드리치 킬리언이 조종하는 대역 배우였다. 알드리치 킬리언은 오래 전, 1999년 토니가 홀대해 보냈던 인물로 그때의 앙갚음을 하듯 토니를 찾아온 것이었다.
알드리치 킬리언은 만다린이라는 가짜 악당을 만듦으로서 타겟이 되는 대상을 따로 설정하고, 그 뒤에서 배후 조종을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는 세계 최고의 지도자와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동시에 쥐고 세계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아이언맨 3>는 지금까지 나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표현하는 악당, 또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내용에 있는 것 같다. 악당의 탄생과 실체에 대해 이렇게 심도있게 묘사한 작품이 있었나 싶다. (물론 나는 마블의 노예이므로.. 이건 내가 사심 렌즈를 끼고 봐서 그럴 수도 있다 -ㅅ-)
알드리치 킬리언은 캐릭터만 놓고 보면, 사실 기존의 슈퍼히어로물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이른바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당'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 알드리치 킬리언은 좀 더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인물이라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었다. 알드리치 킬리언이라는 악당의 탄생은 토니 스타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다. 토니는 알드리치를 매우 홀대했고, 추운 겨울 옥상에서 알드리치는 혼자 떨면서 토니를 마냥 기다린다. 그떄의 경험이 알드리치 킬리언으로 하여금 지금의 모습이 되는 바탕이 된 것이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으로서 나라와 시민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인데, 정작 그들에게 가장 해가 되는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 토니 자신이었던 것이다. 영화의 첫 나레이션에서 토니가 말했듯이. '우리는 스스로의 악마를 만든다 (We create our own demon)'.
알드리치 킬리언은 가짜 테러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실질적 인물이 된다. 그러는 동시에 그는 미국 대통령을 납치하고, 부통령과 결탁하여 미국의 정권마저도 손에 쥐려는 계획을 한다. 그의 말처럼 세계 최고의 지도자와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동시에 장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얼마든지 테러를 조작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응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세계를 뒤흔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익스트리미스라는 강력한 힘이 뒷받침되긴 하지만, 알드리치 킬리언의 계획은 꽤나 현실성있게 다가온다. (익스트리미스는 비현실적이라고 쳐도 말이다..)
만다린이라는 캐릭터는 더더욱 놀랍다. 이국적인 외모에,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테러의 메시지를 전하던 만다린은 사실 어딘가 모자라도 많이 모자라 보이는 트레보 슬래터리라는 무명 배우의 연기로 탄생한 가짜였던 것이다. 극 중 만다린의 설명처럼, 만다린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외양은 서양인들이 두려워하는 가상의 테러리스트의 형상을 모은 집합체에 가깝다. 실체 없는 두려움이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원래 원작 코믹스에서는 만다린이 엄청난 빌런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영화에서 만다린 캐릭터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에 대해 원작 팬들이 불만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영화적인 측면에서 만다린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유효했다고 본다.
테러방지법 관련된 이런저런 상황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다에시인가. 북한인가. 가상의 적인가. 정부가 적이라고 지정한 대상인가. 적이 있긴 한가. 평화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상대마저도 적으로 돌려버리는 판국에 진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이런 글을 쓰면 잡혀가나.
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