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 / 눈물] 눈물을 마시는 곰. by 란테곰
일을 그만 둔 것이 벌써 4개월째다. 그동안 한 것은 없는데 시간만 쏜살처럼 흘러갔다. 일을 그만 둔 이유 중 하나였던 허리는 다행스럽게도 사람 구실할 정도까진 회복이 되었으나, 둘이 사는 집에서 돈을 벌어오던 내가 쉬고 있자니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압박이 오기 시작했다. 찬을 준비하려 마트에 갔다가 요즘 어마무지하게 오른 채소 가격에 그저 가격표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등을 돌리곤 참치 캔이나 사들고 오게 되었고, 담배나 커피와 같은 기호품 사용에도 타격이 오기 시작했다. 가깝든 멀든 찾아가며 만났던 친구들과의 자리나 가까운 동네 술자리 방문에도 인색해진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지내던 최근,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1주일 사이에 두 분이나. 내 경험상 부조금 봉투에 얼마가 들었나보다는 당장 등 한 번 다독이며 위로를 해주는 것이 훨씬 고마웠던 터라 양쪽 다 연락을 받자마자 찾아가긴 했다. 첫 친구의 아버님은 나름 며칠간 시간이 있었기에 미리 근처에 신세를 져가며 부조금을 냈는데, 두 번째로 부친상을 당한 친구는 협심증으로 쓰러지시자마자 바로 돌아가셨기에 아무런 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 새벽에 전화를 돌려 부탁하기도 미안한 노릇이고. 그래서 꼼짝없이 앉아있다 마침 나처럼 일찍 찾아온 친구를 만나 얼굴에 철판을 깔고 부탁해 일단 부조금을 냈다. 아무 연락도 없이 오랜만에 만난 놈이 갑자기 부조금을 내게 돈 좀 빌리자 했기 때문이었을까, 돈을 빌려주던 친구의 표정은 나만큼이나 딱딱했고 또 떨떠름했다.
겨우 그렇게 부조금을 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기분이 참 착잡했다. 이게 나이 처먹고 할 짓인가. 그거 해봐야 얼마라고 나는 물론이고 주변에도 이런 폐를 끼쳐야 하나. 상갓집에서 밤을 새며 마신 소주 몇 병의 댓가로 받은 취기에 깊은 자괴감까지 어우러져 인터넷 창을 열고 블로그에 글을 썼다, 아니 쌌다.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인데 당장 죽겠다 아쉽다 뭐 그런 내용의 글은 안 쓰겠다고 다짐한 것은 깡그리 잊은 채 저장 버튼을 누르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카톡이 와 있었다. 우쿨렐레를 칠 때 알게 된 동갑 친구인데 띄엄띄엄 인사를 주고받았을 뿐 오랜 시간 보질 못한, 반 년 가까이 해외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보낸 카톡을 보고 진짜 엉엉 울었다. 너무나 미안하고, 또 너무나 고마워서. 메시지를 읽는 내내 내 자존심까지 챙겨주느라 조심스러워 했을 그의 표정까지 떠올라서, 메시지를 읽고 또 읽으며 꺽꺽대며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