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 / 매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니까. by 에일레스
최근에 있던 일이다.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영화를 보러 갔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극장은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가면 있는 곳인데, 지하철 시간을 좀 빠듯하게 하고 나왔더니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야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래도 좌석이 맨 뒷줄이고 통로 쪽으로 세자리 붙어있는 걸로 예매한 터라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는 안 되겠거니 하고 갔는데- 가서 보니 비어있는 자리는 둘 뿐이었다. 어떤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먼저 안쪽으로 들어갔던 엄마가 '여기 저희 자리예요' 라고 말했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그 옆의 일행들과 함께 쑥덕거리더니 미적미적 자리를 옮겨 앉았다. 등산복을 입은 부부 두 쌍이 같이 온 것 같았다.
어쨌거나 우리는 제 자리에 앉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거다.
"우리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웃긴다. 자기네가 잘못 앉아놓고, 자리 많은데 아무데나 앉지 그러냐면서 욕하는거 있지."
나는 일부러 그 사람들 들으라고 조금 크게 말했다.
"뭐래, 미친거 아냐?"
물론, 그들이 그 소리를 들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그 소리를 듣든 안듣든, 자기네가 잘못했다고는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대체 왜 극장에서 남의 자리에 앉죠..? 그럴거면 표는 왜 끊어요..? 숫자 읽을 줄 몰라요..?
사실 살면서 무개념한 사람을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약과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심한 사람들? 매!우! 많다.
세상은 정말 무개념한 인간들로 가득차 있고, 그들은 평소엔 점잖은 일반인의 가면을 쓰고 멀쩡한 사람인 척 살고 있다가 기회만 되면 본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인 것 같다.
대체 왜 그러고들 사냐.. -_-
그렇게 살아도 괜찮기 때문일까?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 네티즌9.01(1,538) 평점주기
- 개요 범죄, 공포, 스릴러1991.06.15.118분미국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조나단 드미
- 내용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털링(Clarice Starling: 조디 포스터... 줄거리더보기
아마도 한니발 렉터는 내가 본 영화 속 캐릭터 중에 가장 '예의'를 중시하는 인물일 것이다. 그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이 좀 남다르긴 하겠지만.
<양들의 침묵>은 FBI 견습생인 클라리스 스탈링이 연쇄살인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한니발 렉터 박사를 만나러 가면서 시작된다. 렉터 박사는 훈련생에 불과한 스탈링을 자신에게 보냈다는 점에 불쾌해하고, 그녀의 멘탈을 붕괴시키는 말들을 마구마구 던진다.
그러나 렉터 박사는 옆방에 있던 믹스라는 이름의 죄수가 스탈링에게 지저분한 짓을 하자 그녀를 다시 불러 대신 사과하고, 그녀가 원하는 것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믹스는 어떻게 됐을까?
렉터 박사가 밤새 무슨 말인가를 속삭였고, 믹스는 밤새 울다가 자살한다!
이것이 예의없는 인간에 대한 렉터 박사의 처단법이었다.
그 일로 인해 렉터 박사는 교도소장인 칠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그런 일을 겪을 것을 알면서도 렉터 박사는 스탈링에게 매너없는 행동을 한 믹스에게 벌을 준 것이다.
<양들의 침묵> 다음 편인 <한니발>에서 렉터 박사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다가 자꾸 틀리는 연주자를 요리해 다른 연주자들에게 대접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처단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렉터 박사처럼 매너없는 인간들을 처단할 수는 없다.. 저건 범죄니까.. ㅎ
렉터 박사가 아무리 매혹적이고 매력적이어도 저건 범죄야..ㅎㅎ
다만 가끔 생각하는 것이다. 누가 저런 인간들 좀 혼내줬으면 좋겠다! 라고.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 선생이 말씀하셨듯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덜 된 것들이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