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01007 / 이상형] 당신의 이상형은, 어느쪽입니까? by 김교주
hanaholic
2010. 7. 21. 12:17
이번 달 주제를 듣자마자 영계 녀석을 패줘야겠다는 격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상형'이 뭐가 어쩌고 어째? ... 하지만 나는 포기가 빠른 인간이다. (응?!) 사실 나 지금, 배고프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 호감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손수 원고지에 필사를 해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 책의 어디가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하게 될 것 같다.
오래도록, 책을 고르지 못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뭔가 간질간질 가볍고 부드러운 로맨스 서적을 소개해야 할 것 같은데 불행히도 그런 건 내 독서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는 마감 직전인 오늘에서야 다시금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게다.
친구들과 남자친구, 직장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심지어 트위터에까지 내 사정을 적어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렸다.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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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 호감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손수 원고지에 필사를 해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 책의 어디가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하게 될 것 같다.
"제목이 쩔잖아."
주어진 제목에 합당하게, 이 작품 속에는 숱한 모순들이 도사리고 있다. 주인공 진진의 성이 모든 어휘를 부정형으로 바꾸어 버리는 안, 이라는 것도 그녀의 어머니와 이모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되 다른 삶을 살게 되어 있는 쌍둥이라는 것도, 그녀가 두 사람의 남자와 동시에 데이트하고 있다는 것조차 어쩌면 모순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세번째 모순이다. 그녀의 연인들.
진진은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술주정뱅이 아버지(그나마 집에는 붙어 있지도 않는), 그리고 겉멋만 잔뜩 들어 별볼일 없는 남동생을 둔 평범함(이라 쓰고 골치아프고 시크한 이라고 읽는다) 이십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두 명의 연인이 있다.
사진 작가 김장우는 모든 것이 희미한 사람이다. 약속을 정하는 일도, 진진과의 데이트를 하는 일도, 심지어 진진을 안는 일조차 그는 희미하고 불투명하게 마치 공기중을 부유하는 먼지처럼 느릿느릿 분명치 않게 행동해버린다. 그러나 그에게는 여유가 있고, 순수가 있으며, 진진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있다.
샐러리맨 나영규는 어느 쪽인가 하면, 빈틈없이 또렷하고 갖춰져 있는 사람이다. 그는 1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쓰고, 진진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조차 미리 계산하고 행동한다. 이런 그를 진진은 숨막혀하는 동시에 동경한다. 그에게는, 진진이 갖지 못한 그늘 없는 밝음이 있다.
이 책의 주요 줄기가 진진의 연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들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모순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내 졸문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진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택하겠느냐고. 당신의 이상형은 둘 가운데 누구냐고.
이 이상 이야기를 풀어나가 버리면 진진의 선택을 말하게 된다. 그러므로 작품에 대한 말은 여기까지만. 꼭 여기까지만. 결말에 관계없이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나라면 나영규를 택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실상 나는 언제나 김장우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곤 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