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 / 기억상실] Reborn by 에일레스
내가 본격적으로 미드를 보기 시작한건 20대 초중반 쯤이었던 것 같다. 전공이 언론정보학이어서 그런지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체로 영화나 드라마 쪽에 관심들이 많았고, 덕분에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사실 미드 보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대학 동기인 스컬리 양과 선배인 디카프리오 오빠 두 사람을 꼽을 수 있다. 그들의 추천이 미드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히어로즈>, <오즈>, <글리>, <스파르타쿠스>, <트루블러드>, <멘탈리스트>, <빅뱅이론> 같은 것들을 그렇게 봤다. 최근에는 사실 미드고 뭐고 아무것도 안 보고 있지만..
봤던 것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미드는 <Medium>, 한국 방영명으로 <고스트 앤 크라임>이라고 하는 제목의 작품이다. 미드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것을 보고 처음 접했는데, 전 시즌을 모두 챙겨 본 몇 안되는 미드이기도 하다.
<미디엄>은 영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앨리슨 드부아가 지방 검사실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주로 꿈을 통해 사건을 보고 실마리를 찾는데, 심령적인 내용에 수사물 성격을 더하고 거기에 앨리슨의 자상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딸들이 같이 나오는 가족극의 분위기까지 갖춘 재밌는 작품이다.
오늘은 그 중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즌 2의 14화이다.
(스포일러 있음. 내용에 대한 언급 많음)
앨리슨은 타일에 미끄러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남편인 조의 직장 동료 아내가 있는 사설 의료시설에서 MRI를 찍기로 한다.
MRI 촬영에 긴장한 앨리슨에게 같이 대기중이던 다른 환자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고, 앨리슨의 두려움을 진정시켜준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MRI 촬영 모습을 봐도 된다고 제안해온다. 앨리슨은 고마운 마음으로 그의 MRI 촬영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때, 어떤 영상이 그녀에게 떠오른다.
그것은 그 친절한 남자가 사창가를 다니면서 여러 여자들을 태워 집으로 데려온 후 관계를 가지고 나서 베개로 질식시켜 죽이는 모습이었다. 앨리슨은 자기가 본 영상 속에 유일하게 이름이 나온 '제이드' 라는 여자에 대하여 조사해달라고 동료인 스캔론 형사에게 부탁한다.
스캔론 형사는 '제이드' 라는 이름의 매춘부를 찾는 실종신고 전단을 찾아 보내주지만,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앨리슨은 직접 움직이기로 한다.
전단지 속의 제이드 라는 매춘부는 놀랍게도 그 남자, 데이빗의 아내 앤젤라와 똑닮아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앤젤라가 앨리스을 찾아온다.
앤젤라, 과거에 제이드라는 이름으로 거리의 여자로 살았던 그녀는 앨리슨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죽은 줄 알았던 제이드가 살아있고, 잘 살고 있다는 점에서 앨리슨의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드발로스 검사가 보여준 데이빗의 자료 속에서, 앨리슨은 자신이 영상으로 본 여자 중 한명이 데이빗과 함께 사진에 찍힌 것을 본다.
참고: 이 드라마의 배경은 2000년대 중반이다.
살다보면 당연히 성격이 조금씩 변하긴 한다. 나의 경우에도 몇 번의 변화를 겪었는데- 발랄하던 초딩 전반을 거쳐 중고등학교땐 무난하고 무던하게 보내고, 나댐과 사교성이 폭발하던 대학 시절을 지난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좀 까칠하고 어두워졌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스스로 약간 놀란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는데, 내가 전화통화 길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거는 정말 놀라운 것이다! 나는 한때는 술 취하면 전화하는 버릇이 있을 정도로 전화 통화하는 것을 좋아하던 애였단 말이다!!
이 개가튼 사회생활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했나 싶다.
아무튼 그렇게 되다보니, 나는 내가 '첫인상보다 알게 된 이후가 인상이 별로다'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동글동글하게 생기고 그러다보니 첫인상은 좀 순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알수록 까칠하단 말이지.. -_-
다시 태어나면 지금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모든 기억을 다 잊게 되면 지금보다 좀 더 착하고 현명하고 바르게 살 수 있을까.
일단 지금을 잘 사는게 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부디 이번 생에서는 업보를 잘 쌓아서.. 다음 생이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