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 / 결혼] 결혼이 왜 하고 싶은거야? by 김교주
내가, 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다른 두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이런 발언을 하는 데 대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연애가 길어질수록 저 생각은 공고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그렇게 됐고.
저자는 무려 종교학 박사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저작을 내고 있는 능력자다. 중세, 라고 하면 유럽, 그 가운데서도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독일(또는 게르만족)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 신선하다. 독일에는 맥주와 소시지, 그리고 사우어크라프트 말고도 놀라운 결혼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
이 책은 중세 독일의 결혼 혹은 성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이 뒷골목 운운~인 것 치고는 밑바닥 인생들의 결혼문화를 다룬 부분은 적다. 그도 그럴 것이 하층민들의 삶이 그렇게 잘 남아 있을리 만무하니 이해하고 넘어가자. 문트 결혼과 프리델 결혼이라는 독특하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세상에도 크게 다를 것 없다 싶은 두 종류의 결혼 문화를 다루며 독자의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정략결혼이나 문트 결혼이나 그게 그거.)
남의 결혼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들이 결혼하기까지 거쳐야 했던 숱한 고난.....과 괴로움의 흔적은 결혼에 골인하는 순간 한 편의 드라마를 더욱 극적으로 꾸미기 위한 장식처럼 기능한다. 하지만 그들은 신혼의 단꿈에 젖어 그 이후에 찾아올 일상을 애써 무시한다. 모를리 없다. 무시하는거지.
사랑 없는 결혼이 주는 모멸감, 사랑은 하지만 그 외의 많은 것들 때문에 혀를 빼물고 지쳐 널부러져가는 삶. 이 설명이 너무 극단적이다 싶은가? 그럼 뭐 말리지 않겠다. 결혼들 하시라. 그래서 부디 행복해 지시라 들. 제발 그 삶을 부러워하게 해다오.
남자 친구 부모님은 이 결혼을 허락하셨다. 내가 조금만 밀어붙이면 우리 부모님도 그러실 것이다. 그러나 요즘 나는 생각한다. 연애가 이렇게 재미 있는데. 왜 결혼이 하고 싶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