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01310 / 톨스토이] 책 책 책을 읽읍시다 by 에일레스

에일레스. 2013. 10. 30. 16:11

 

나는 어렸을 때 나름 문학소녀였다. 이건 사실이다! 지금은 상당히 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지만 (ㅠㅠ)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엄마가 책을 정말 많이 읽는 분이셨다. 그래서 엄마는 나와 동생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하셨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위인전 전집도 있었고, 계몽사 세계문학전집도 있었다. 그 외에도 엄마가 책을 많이 사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초등학교 2학년땐가 3학년때는 아동용 성교육 책도 읽었다.

엄마의 영향으로 나도 책을 꽤 가까이 했었다. 8살때 피아노학원에 다녔었는데, 선생님이 연습하라고 하고 나가있으면 몰래 빠져나와서 학원 마루에 있는 책장에서 책 꺼내서 읽고 그랬다. (그것 때문에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아이가 피아노를 재미없어 하는 것 같으니 좀 쉬었다가 하고싶다고 하면 다시 배우게 하는게 어떠냐'고 권했고, 그렇게 학원을 그만두었다가 인천으로 이사오는 바람에 영영 피아노를 못 치게 되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명절에 친척집에 가면, 나랑 안 놀아주는 사촌언니들과 같이 놀기엔 재미없는 남동생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혼자 구석에서 책을 읽기도 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책 펴들고 읽기도 했던 것 같다. 6학년때 같은 반에 내가 몹시 예뻐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애한테 책에 나왔던 이름들로 온갖 별명을 붙여줬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나는 그 친구는 나를 참 특이한 애로 봤을 것 같다;;)

 

다만 나의 문제점은, 지금도 그렇지만, 철저히 취향타는 독서를 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책만 반복해 읽었고.. 따라서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는 내 독서 목록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는게 함정이지만..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만화책의 세계에 입문하면서부터 독서는 더욱 멀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어느 만화책을 읽다가, 나는 왠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 장면 하나를 발견했다.

 

 

 

저렇게 말하는 소년은 마지마 카이.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초절정 오타쿠다. 그리고 이 소년이 등장하는 작품은 바로 이것.

 

 

 

 

 

주인공 하나조노 하루타로가 1년하고도 한달 늦게 학교에 오게 되면서 <플라워 오브 라이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나조노는 미쿠니, 마지마 등과 친해지고 만화연구회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만화를 그리고 프로 만화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과 교사들, 하나조노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앞서 마지마의 이야기에서 언급했듯이,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자랑같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는 나라가 어디냐는 선생님의 퀴즈의 답을 아는 건 우리반에서 나 뿐이었고 중학교 때 국어시간에 뽕나무의 열매가 뭔지 아느냐고 묻는 선생님의 퀴즈에 오디라고 대답한 사람도 나 뿐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맞춤법을 놓고 선생님이랑 작은 논쟁 끝에 이기기도 했다. (물론 이건 선생님이 실수한 거겠지만..) 써놓고 보니 실제적으로 성적과 관련있는 것은 아니긴 한데;; 어쨌거나 나는 시키는 공부는 하는 편이라 성적이 아주 나쁜 편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고등학교 올라가서 느꼈던 것은 내가 더이상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였다. 수능 때문에 고전 같은거 읽는 것이 아주 중요해졌었는데, 같은 반에는 교재나 시험문제에 나오는 책들을 다 읽은 애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무슨 고집인지 굳이 그 책들을 찾아 읽지 않았다. 그때도 아마 난 만화책에 빠져 있었을 거다.. 맞다, 수능이 한달도 안 남았던 내 생일 때는 독서실에서 생일선물로 받은 레드문 읽으면서 훌쩍훌쩍 울었던 기억도 난다.. ㅎㅎ

그리고 나이를 더 먹고, 3S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교주가 쓰는 글들을 보면서 또 한번 나의 부족한 독서량에 대해 반성했던 기억이 난다. 교주가 소재로 쓰는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이 거의 없다는 건 사실 좀 창피한 일이다. 어린 시절의 독서는 딱 거기서 끝인데, 나는 그걸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내가 이 나이 될 때까지 톨스토이를 안 읽어봤을 줄 몰랐어.. ㅠㅠ

 

내가 책을 너무 안 읽기 때문에, 회사 다닐 때는 일부러 독서 동호회에 가입했었다. 심지어 요전 직장에서는 내가 독서 동호회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래서 내가 책을 많이 읽는 줄 아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취향에 맞는 책만 골라 사고 그나마도 잘 안 읽는다.. 왜 책은 읽는 것보다 사는게 재밌을까? 

... 답변은 하지말자. 나도 이유는 알아. ㅠㅠ

 

 

지금 나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긴 상황이라, 독서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날씨도 좋고 말이다. 하지만 요새 나의 일과는 진짜 뭐 하는지도 모르게 대충 보내는게 전부다. 이렇게 놀고 먹는게 편하긴 하지만, 뭔가 비생산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찜찜함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좀 차려야겠지..?